|
이 총재는 이번 금리 동결을 두고 ‘금리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이후 매 금통위 회의 시 기준금리를 인상해오다가 금번에 동결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며 “지난해에는 물가가 이례적으로 급등해 매회 기준금리를 인상해 왔지만, 그 이전에는 금리를 인상한 후 시간을 두고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해오던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일 결정은 이러한 과거의 일반적인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이 총재는 대외여건과 관련해 “세계경제는 성장과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이어졌지만 둔화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완만해진 모습”이라며 “경기 침체 우려가 컸었던 미국과 유로지역은 양호한 고용상황 지속, 온화한 날씨에 따른 에너지 수급 우려 완화 등으로 경기 연착륙 기대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시장에 대해선 미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총재는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로 약세를 보여왔던 미 달러화가 2월 들어 미국의 고용과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빠르고 큰 폭으로 강세 전환했고, 주요국의 장기시장금리도 하락 흐름을 이어오다 2월 이후 상당폭 상승했다”고 말했다.
국내 경기는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글로벌 경기둔화 정도가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았음에도 IT 경기부진 심화로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높아진 물가 수준과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소비의 회복 흐름도 약화됐다”며 “물가 상황을 보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2%로 전월 5.0%보다 오름세가 확대됐다. 유류 가격 상승률이 낮아졌지만 전기요금이 인상되고 가공식품 가격 등도 높은 오름세를 지속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근원인플레이션율은 1월중 4.1%,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월중 4.0%를 나타냈다고도 부연했다.
이 총재는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점도 언급했다. 그는 “시장금리가 주요국의 국채금리 움직임에 주로 영향받아 상당폭 하락했다가 반등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 초반까지 낮아졌다가 미 달러화 강세 전환 등으로 최근에는 1300원 내외 수준으로 높아졌다”며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상황을 보면, 주택 매매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하락세를 지속했으며, 금융권 가계대출은 금리 상승과 주택경기 부진 등으로 감소폭이 크게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수정 견제전망에 대한 설명도 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석 달 전 전망(1.7%)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3.6%에서 3.5%로 0.1%포인트 하향했다.
물가상승률과 관련해선 “2월중 5% 내외를 나타내다가 3월에는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상당폭 낮아지겠으며, 이후에도 수요압력 약화 등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가면서 연말에는 3%대 초반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금년중 물가 흐름을 주요국과 비교해 보면, 인플레이션 수준은 주요국보다 대체로 낮을 것으로 보이지만, 공공요금 인상의 영향 등으로 둔화 속도는 주요국에 비해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