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文의장, 선거법 기습상정?…한국당도 전례 있다

한국당, 기습상정 주장하며 직권남용 고발
국회법 '20명 이상 연서 동의·의결 시 변경'
16대 한나라당, 민주당 반대에도 안건 변경
이후 대북송금특검법 상정한 뒤 일방 처리
의사국 "공식 안건 표결, 법 기준대로 처리"
  • 등록 2019-12-27 오전 11:25:41

    수정 2019-12-27 오전 11:25:41

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한 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자유한국당이 연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을 본회의에 기습상정했다고 맹공을 가하고 있다. 지난 23일 열린 본회의에서 당초 27번째 안건으로 공지됐던 선거법을 문 의장이 자의적으로 4번째 안건으로 앞당겨 상정했다는 주장이다.

한국당은 이와 관련해 문 의장을 대검찰청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까지 한 상태다. 한국당은 “당초 27번째 안건이었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4번째 안건으로 변경해 기습상정시켰는 바, 동 법안은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체가 합의한 수정범위를 벗어난 졸속 입안된 법안이었다”며 “국회사무처 직원들에게도 27번째 안건이었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4번째 안건으로 기습상정하는 실무를 하도록 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고 설명했다.

한국당 주장대로 정말 문 의장이 직권을 남용해서 선거법을 기습상정한 것일까?

선거법이 처리될 것이 유력시 되는 27일 국회법의 관련 조항과 국회 의사국의 해석, 과거 전례 등을 기반으로 사실 관계를 검증해봤다.

국회법, 의사일정 변경 방법 두 가지 규정

23일 본회의에서 한국당 주장대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이 당초 27번째 안건으로 공지된 것은 사실이다. 또 문 의장이 이에 대한 순서를 변경해서 4번째 안건으로 상정한 것 역시 맞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런 절차가 국회법 규정에 어긋나지 않게 적법하게 이뤄졌느냐 여부가 핵심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의사일정이 이미 공지된 본회의가 개의된 상황에서 순서를 변경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국회법 제77조(의사일정의 변경)는 ‘의원 20명 이상의 연서에 의한 동의로 본회의 의결이 있거나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를 전제로 ‘의장은 회기 전체 의사일정의 일부를 변경하거나 당일 의사일정의 안건 추가 및 순서 변경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서조항으로는 ‘의원의 동의에는 이유서를 첨부하여야 하며, 그 동의에 대해서는 토론을 하지 아니하고 표결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문 의장이 교섭단체 원내대표들과 협의를 하거나 의원 20명 이상이 ‘의사일정 변경의 건’을 제출해 표결하면 의사일정 변경이 가능하다. 한국당이 준(準)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상황이니 당연히 원내대표 간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윤후덕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로 ‘의사일정 변경동의의 건’은 절차에 맞게 제출됐고 표결도 이뤄졌다. 해당 안건은 “23일 제372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의사일정 제27항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순서를 변경하여 제4항으로 먼저 상정하여 심의·처리한 후, ‘주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당일 예정된 의사일정을 제5항부터 상정하여 심의·처리할 것을 동의함”이라고 주문에 적시하고 있다.

“한국당 지연작전 펴니 與 당연한 대책”

민주당은 한국당의 무더기 수정안 발의로 예산부수법안 표결이 지나치게 지체되자 선거법을 우선 상정하는 방법을 꺼내 들었다.

따라서 국회법 조항을 따져보면 문 의장이 직권을 남용하거나 자의적으로 선거법을 기습상정했다고 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13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총 13건의 ‘의사일정 변경동의의 건’이 제출됐고 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을 포함해 총 5번의 가결이 있었다.

이 중에는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 대표발의해 본회의에 안건을 추가하거나 순서를 변경한 경우도 있다. 특히 2003년 2월 26일 본회의에서 한나라당은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북뒷거래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일명 대북송금특검)을 의사일정 1항으로 우선 상정했다.

마치 선거법 처리 과정과 유사한 모습으로 당시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성 의사진행발언과 집단 퇴장 속에 대북송금특검법은 한나라당의 일방 표결로 처리됐다. 한나라당 출신 박관용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잡고 있었다.

의사국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의사일정 변경동의의 건’이 의안과에 제출됐고 본회의에 전산으로 등록이 됐다”며 “그다음에 공식 안건으로 표결처리한 것으로 예전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 의장은 처리를 안 할 수가 없었다”며 “국회법 기준에 맞게 처리한 것으로 오히려 법에 있는 것을 안 한다면 그게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문 의장 측 관계자 역시 통화에서 “의사일정 변경동의의 건이 오면 그것부터 처리하게 돼 있다”며 “표결에 의해서 된 것으로 의장이 선거법을 기습적으로 올린 게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어 “한국당이 수많은 예산부수법안 수정안을 내서 명백히 지연작전을 펼치니까 민주당에서는 당연한 대책이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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