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이 다 있구나’…코리아나항공 출범 중책 맡은 산업은행

산은,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 지휘 중책
HDC현산 인수 포기 3개월만 새플랜 가동
'자본시장에 지나친 개입' 일각 우려에도
이동걸 회장 "뚝심있게 밀어부칠 것" 전망
대외 변수·경우의 수에도 묵묵히 진행할 것
  • 등록 2020-11-17 오전 11:00:00

    수정 2020-11-18 오전 11:02:56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올해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친구 추천으로 첫 과외를 떠날 채비를 하는 아들 기우(최우식)에게 아버지 기택(송강호)은 “아들아… 아버지는 네가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이에 기우는 위조된 대학 학력 증명서를 흔들며 “아버지, 저는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 내년에 이 대학 꼭 갈 거거든요”라고 답하자 기택은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며 맞장구친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코리아나 항공?…계획이 다 있었구나

16일 정부와 산업은행이 발표한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 행보를 보면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기생충의 대사가 문득 떠오른다. 국내 1~2위 국적 항공사를 합쳐 ‘글로벌 톱10’ 국적항공사 출범을 하려는 과정이 마치 계획된 일처럼 착착 진행되고 있어서다.

정부와의 교감을 감안하더라도 산업은행이 속도감 있게 두 항공사 통합 작업에 나서면서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특히 두 국적 항공사 통합 과정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추진력을 평가받을 사안으로 꼽히는 만큼 세간의 우려와 변수에도 항공사 통합 작업을 뚝심 있게 밀어붙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산업은행은 이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추진을 공식 발표했다. 정부도 같은 날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산경장) 회의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에 힘을 실었다.

산은은 한진그룹 지배구조 맨 위에 있는 한진칼(180640)에 8000억원을 투입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대한항공의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대한항공이 수혈받은 자금과 유상증자 대금으로 아시아나항공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하는 형태로 통합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산은의 설명이다.

시계를 잠시 석 달 전으로 돌려보자. 지난 8월 26일 이동걸 회장은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을 직접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회동을 가졌다. 극적 타결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정 회장의 의중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려는 작업을 거친 것이다.

공교롭게도 회동 전날인 8월 25일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대한항공으로부터 기내식·기판 사업본부를 9906억원에 넘겨받는 영업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대한항공이 1조원의 실탄을 마련한 이때를 기점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지 않았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달 초 3대 1 비율로 이뤄진 아시아나항공의 무상 균등감자도 인수 과정에서 몸집을 가볍게 하려는 의도였다는 시각도 나온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정부·산은 의지 확인…변수에도 묵묵히 간다

시장에서는 일련의 과정이 정부와 산업은행이 추구하는 ‘아젠다’(의식)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상황에서 2개의 대형 항공사에 정부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에 3조5400억원, 대한항공에는 1조2000억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한 상황에서 차라리 두 회사를 합치자는 제안이 힘을 얻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 현대차(005380)·기아차 합병과 현대중공업지주(267250)대우조선해양(042660) 인수, 산업은행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가 현대중공업지주와 짝을 이뤄 두산인프라코어(042670) 인수전에 뛰어든 것 모두 하나의 아젠다로 연결돼 있다.

급기야 일각에서 제기한 기업 결합심사 불발 가능성도 큰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의 지원사격으로 진행 중인 국적항공사 통합 작업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훼방을 놓을 리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한 사모펀드(PEF) 업계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경쟁사들이 치킨게임(상대가 무너질 때까지 출혈 경쟁을 하는 것)을 벌여 승리하는 방식을 쓰기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라며 “산은 내부에서는 (인수받을 만한 규모나 이름값이 있는) 대기업에 힘을 실어줘야 나라 경제가 유지된다는 기조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나랏돈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국민 세금인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특별한 이해관계자가 아닌 국민 개개인의 세금을 두고 벌이는 통합 작업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진칼 최대 주주이자 현재의 과정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와 어떤 타협점을 일궈 낼지도 변수다.

KCGI는 “부채비율이 108%에 불과한 정상 기업 한진칼에 증자한다는 것은 조원태 회장과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 지분이 되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강행한다면 우리 주주연합이 책임경영의 차원에서 우선 참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여러 변수가 산재하는 상황에도 산업은행은 묵묵히 통합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 특혜 논란에 대해 “경영평가위원회, 윤리경영위원회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한진그룹은 책임경영을, 산업은행은 건전경영 감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며 통합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전무후무한 국적 항공사 통합 작업이다 보니 세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이동걸 회장 스타일 자체가 한번 마음먹은 일은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보니 이번 일도 소신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추진 사실을 밝히고 있다. (사진=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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