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네카라쿠배 공무원을 기대한다

尹 경제정책 성공, IT 현장에 해법 있어
민간근무휴직으로 IT 기업 문화 배워야
규제혁신 앞당기고 민생에는 청신호 켜질 것
  • 등록 2022-08-22 오후 2:00:23

    수정 2022-08-22 오후 7:41:03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제 경험상 보면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순 없을 것 같습니다…경제적 효과, 이득 없이 가치만 추구하는 정책들은 결국 성공할 수 없습니다.”

21일 임명된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기획수석은 2016년 8월16일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직을 퇴임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30여 년 공직을 마무리하면서 이 수석은 “성공한 정책보다는 실패한 정책이 많았다. 왜 우리가 실패했는지 냉정하게 돌아봤으면 한다”며 “시장에 맞게 정책을 세우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지적은 윤석열정부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윤정부에 이념을 벗어난 실용주의 정책을 기대한 민심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을 무시한 경제정책의 후유증으로 국민이 혹독한 대가를 치러서다. 자영업 현실과 괴리된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강남 집값을 잡으려다 전세 사는 서민을 울린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인 후유증이다.

(사진=각사)
출범 100일을 넘은 윤정부는 잘하고 있을까. 올해부터 IT 분야 취재를 하면서 시장에서 들었던 ‘뒷담화’를 전하고 싶다. 우선 ‘무늬만 혁신’이란 쓴소리가 많다. 윤정부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기대가 컸는데 100일간 뭐가 달라졌느냐”고 반문한다. 규제혁파든, 파격지원이든 시원시원하게 추진하는 게 없어서다.

둘째로는 ‘느림보 정부’라는 지적이다. 시장은 빠르게 변하는데, 공직사회 변화는 더뎌서다. 특히 IT 업계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블록체인 같은 신기술을 무기로 디지털 전환을 향해 숨가쁘게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인사혁신처는 지난 17일 시대 변화에 맞춰 공직혁신을 하겠다며, 공무원의 스터디카페 근무를 허용하는 등의 ‘공직문화 혁신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유연한 근무환경이 유연한 사고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윤정부는 답을 알고 있다. 이관섭 수석은 당시 퇴임사에서 △현실적·실용적 고민을 많이 해라 △관(官) 주도의 정부 계획을 줄여라 △단기적인 계획에서 벗어나 중장기 계획을 짜라 △복합적인 경제 상황인 만큼 교육·사회·복지까지 아우르는 경제정책을 만들라고 했다. 앞으로 이렇게 실행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 하나만 덧붙이고 싶다. 각 부처 공무원들이 IT 현장을 자주 갔으면 한다. 장·차관, 국장급 현장방문뿐 아니라 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과장들이 더 자주 접했으면 한다. 삼성 CEO 출신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이 2015년 ‘공직혁신 3개년 계획’을 밝힌 뒤 추진한 민간근무휴직 제도를 부활해 활성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공무원이 휴직하고 최장 2년간 우수한 민간 기업에서 일하면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서다. 특히 민간 기업은 대기업뿐 아니라 혁신의 대명사인 스타트업(초기벤처)도 포함했으면 좋겠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돌파하려면 정부 혼자만으론 안 된다. 시장 이기는 정부가 없다는 것은 민간과 소통해 민관협력을 하라는 뜻이다. 나아가 민간근무휴직을 통해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에 출근하는 공무원들이 많아지면 어떨까. 자연스럽게 공직 문화가 바뀌고 일하는 방식도 개선되지 않을까. 분명한 것은 IT 신세계를 경험하는 ‘네카라쿠배 공무원’이 늘수록 규제혁신은 앞당겨지고 이를 통해 민생에는 청신호가 켜질 것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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