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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펀드 그후]내 돈 한푼 없이 상장사 ‘꿀꺽’…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조국펀드 그후' 4회
진짜 범죄자는 누구인가
  • 등록 2021-01-14 오전 11:01:00

    수정 2021-01-15 오전 8:52:35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이 사건(조국 펀드 사건)의 관련자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그들을 아무도 기소하지 않았어요.”

이른바 ‘조국 펀드’ 사건의 내막을 잘 아는 법조계 인사는 개탄했다. 그가 바라보는 이 사건의 핵심은 무자본 인수·합병(M&A)에 의한 상장회사 부실화, 그리고 소액 주주들의 피해다. 그러나 모두가 조국 전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와 권력형 비리 의혹만 관심을 두며 정작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돈 없이 회사를 어떻게 사?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PE)의 코스닥 상장사 더블유에프엠(035290)(WFM) 인수는 무자본 M&A의 전형을 보여준다. 코링크 PE는 조 전 장관 5촌 조카인 조범동씨가 그의 지인들과 함께 차리고 운영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조씨와 주변인들은 영어 교육 사업을 하는 WFM을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인수해 회삿돈을 개인 쌈짓돈처럼 가져다 썼다.

이들이 시가총액 1000억원짜리 상장사를 공짜로 인수한 비결은 ‘사채’다.

코링크PE는 2017년 10월 WFM 경영권 인수 계약을 맺고 2018년 1월까지 이 회사 주식 236만 주(지분율 10.64%)를 사들였다. 인수 가격은 주당 5000원씩 모두 138억원이다.

코링크PE는 그해 10월 말 WFM의 종전 최대 주주인 우국환씨로부터 WFM 주식 100만 주를 최초로 넘겨받았다. 인수 자금 50억원 중 21억원은 사채로 조달하고, 24억원은 조씨와 한배를 탄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으로부터 빌렸다.

우씨는 겉으로는 WFM 경영권을 매각했지만 실제론 코링크PE의 한 사모펀드(배터리 펀드)에 보유 주식 80만 주를 출자해 WFM을 우회적으로 지배했다. 코링크PE는 우씨가 펀드를 통해 간접 보유한 이 80만 주를 사채 21억원의 담보로 제공했다. WFM 주식을 맡기고 빌린 돈으로 다시 WFM 주식을 사서 지분율을 늘린 셈이다.

나머지 지분을 확보한 방법도 이와 비슷했다.

사채업자 등에게 단기로 돈을 당겨 WFM 주식을 사고 다시 이 주식을 사채업자에게 팔거나 담보로 잡히며 빌린 돈을 상환했다. 그 결과 WFM의 최대 주주가 기존 우씨에서 코링크PE로 바뀐 시점에 코링크PE가 실질적으로 보유한 WFM 주식은 단 한 주도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사실을 숨기고 금융 당국과 투자자를 상대로 거짓 공시를 했다.

상장사는 어떻게 됐어?

그래픽=이동훈 기자


코링크PE 총괄대표인 조범동씨는 WFM 인수 후 회삿돈 총 57억원을 빼돌렸다. 고리의 사채를 갚고 자신과 주변인의 몫을 챙기기 위해서다.

횡령의 주된 수법은 ‘대여’, ‘가지급’, ‘허위 비용 지출’이었다.

한 예로 이들은 WFM 임원 명의로 가짜 기술 특허를 만들고 이를 담보로 해당 임원에게 회삿돈 13억원을 빌려줬다. 이 돈은 코링크PE가 WFM 인수를 위해 조달한 사채 상환에 썼다.

조 전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남동생이 코링크PE와 조씨에게 지급한 10억원도 WFM 돈으로 갚았다. WFM이 코링크PE에 경영상 목적을 위해 13억원을 대여하는 것처럼 허위 계약서와 이사회 의사록을 만들고 회삿돈을 코링크PE 계좌로 송금한 것이다.

조씨는 최초 WFM 인수 자금을 빌려준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의 회장, 부회장 등과 짜고 기계 설비 비용을 부풀려 WFM 자금 10억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조씨가 WFM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의 돈을 횡령하거나 배임을 저질러 손해를 끼친 금액을 모두 합하면 72억원에 이른다. 조씨는 1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됐다.

다른 사람은 왜 처벌받지 않아?

조씨의 WFM 무자본 M&A와 이후 범행은 혼자 저지른 것이 아니다.

실제로 조씨 재판부는 익성 회장과 부회장을 조씨 횡령 및 배임의 공범으로 지목했다. 이들이 범죄 이익을 대부분 공유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WFM의 기존 최대 주주였던 우국환씨 등도 조씨 범행에 가담하거나 편승해 같이 이익을 누리려 한 조력자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소위 ‘조국 펀드’ 사건에서 조범동씨와 정경심 교수를 제외한 대부분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조국 펀드 사건을 담당한 검사는 “현재 진행 중인 조씨와 정 교수 공판에 집중하다 보니 아직 다른 이들을 기소하지 못했다”며 “향후 관련자들도 함께 기소할 예정”이라고 했다.

조씨 등이 WFM의 무자본 M&A를 시도하기 직전인 2017년 9월 말 기준 이 회사 주식에 투자한 소액 주주 수는 모두 4200명, 이들의 지분율은 41.45%에 이른다. WFM은 지난해 9월 24일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로, 최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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