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비혼주의야"라던 남친, 알고보니 유부남이었네요[사랑과전쟁]

미혼 행세하며 미혼 여성 농락하는 유부남들
혼인빙자간음죄 위헌으로 형사처벌은 안받아
민사소송 손배 책임…직장서 중징계 받을수도
  • 등록 2022-10-21 오후 3:29:28

    수정 2022-10-21 오후 3:29:28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 여성을 기망해 간음한 사람을 처벌하는 ‘혼인방자간음죄’는 2009년 위헌판결을 받으며 효력을 상실했다. 이로 인해 기혼 남성이 미혼 행세를 하며 여성과 교제하는 경우에도 형사처벌은 불가능하게 됐다.

이 같은 형사처벌 면제가 민사적 책임 면제는 아니다. 피해 여성에 대한 수백만에서 수천만원 사이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은 물론, 소속 직장에서 징계사유가 되기도 한다.

30대 기혼 남성 A씨는 2017년 한 채팅앱을 통해 미혼 여성 B씨에게 접근했다. 그는 자신이 미혼인 것처럼 행세하며 B씨를 만났고 연인 사이로 발전한 후 동거를 시작했다. 결혼까지 고려했던 B씨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A씨를 소개하기도 했다.

B씨는 A씨와 2년여간 교제하던 2019년 말 A씨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고서야 뒤늦게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충격을 받은 B씨는 A씨 아내로부터 상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하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됐다.

법원은 소송에서 B씨가 A씨로부터 속은 것인 인정된다며 소를 취하하는 내용의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했다. 하지만 그 사이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B씨는 자살시도까지 하는 등 건강상태가 악화됐다.

B씨는 A씨를 상대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기망행위로 B씨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받았고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B씨의 청구를 그대로 인용했다.

40대 기혼 남성 C씨는 2020년 5월 채팅앱을 통해 30대 여성 D씨를 만났다. C씨는 비혼주의자 행세를 하며 D씨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해 만남을 이어갔다.

이상한 낌새를 챈 D씨가 C씨에게 ‘유부남 아니냐’고 따져 물었지만 C씨는 “아이가 있는 미혼부”라고 재차 거짓말을 했다. C씨의 추궁이 계속되자 “실은 아내와의 관계가 파탄이 난 상태”라고 속이고 관계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C씨의 계속된 거짓말에 이상함을 느낀 D씨는 연락을 끊었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두 사람의 교제기간이 한 달 정도였던 점을 감안해 위자료를 600만원으로 정했다.

이 같은 ‘총각행세’의 책임은 단순히 손해배상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소속 기관에서 중징계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서울 소재 한 대학교의 30대 교수 E씨는 결혼 사실을 숨기고 20대 제자 F씨에게 구애를 해 연인관계로 지냈다. 뒤늦게 E씨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제자가 위력에 의한 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E씨는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소속 대학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속이고 제자와 성관계를 한 것은 명백한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라며 E씨를 파면했다. E씨는 “간통은 죄가 아니다”며 파면무효소송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성남 변호사(킹덩컴)는 “실질적 손해가 아닌 정신적 손해만 인정될 경우 위자료만 통상 수백만원 수준”이라며 “위자료 자체는 크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대기업이나 공무원 등 일부 직종의 경우에선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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