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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의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메이저리그 원정경기에서 6이닝 동안 10피안타를 내줬지만 2실점으로 막았다. 다저스는 7-2 승리를 거뒀고 류현진은 시즌 7승(1패)째를 거뒀다.
결과는 승리였지만 과정은 조마조마했다. 1회 삼자범퇴를 제외하고 매 이닝 주자를 득점권에 보냈다. 4회부터 6회까지는 3이닝 연속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류현진의 피안타율은 1할9푼으로 2할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은 27명의 타자를 상대해 10안타를 맞았다. 2루타도 3개나 됐다. 이 경기만 놓고 보면 피안타율이 3할7푼이나 된다. 시즌 피안타율도 2할1푼2리로 치솟았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승리투수가 됐다. 이유는 놀라운 위기관리능력 때문이다. 류현진이 이날 허용한 10피안타 가운데 스코어링 포지션(주자를 2루 이상 둔 상황)에서 내준 안타는 2개뿐이었다.
사실 류현진의 위기관리능력은 올 시즌 내내 빛나고 있다. 올해 등판한 10경기를 살펴보면 스코어링 포지션에서 37타수 2안타 피안타율 5푼4리를 기록 중이다. 주자가 있을 때 컷 패스트볼이나 체인지업 등을 활용해 9번이나 병살타를 유도했다.
삼진도 6개나 잡아내는 등 스스로 위기를 지우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전까지 득점을 허용하지 않고 주자를 베이스에 묶어두는 잔루율(LOB%)이 95.5%나 됐다. 저스틴 벌랜더(휴스턴.97.0%)에 이어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2위였다.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을 때면 20명의 주자가 나가도 그 중 1명만 홈을 밟는다는 의미다.
류현진이 안타를 많이 내줘도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또 다른 비결은 볼넷이다. 쓸데없는 볼넷을 내주지 않다 보니 안타 수에 비해 실제 위기의 강도는 크지 않다. 완벽한 제구 덕분에 언제든지 타자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늘 따라다닌다.
류현진은 이날 삼진 3개를 잡으면서 볼넷은 1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역대급 기록을 이어가는 탈삼진/볼넷 비율은 14.75에서 15.5로 더욱 올라갔다. 양대 리그 2위 잭 그레인키(애리조나·7.44)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날 승리로 류현진은 ‘해적 킬러’임을 다시 입증했다. 류현진은 2013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피츠버그를 상대로 6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통산 47승 중 약 8분의 1을 피츠버그 상대로 거뒀다. 올 시즌도 지난 4월 27일 7이닝 8피안타 10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데 이어 벌써 2승째다.
류현진은 타석에서도 빛을 발했다. 2-2 동점이던 4회초 두 번째 타석 때 좌측 외야 담장을 직접 맞히는 홈런성 2루타로 시즌 첫 타점을 올렸다. 지난해 4월 28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2타점을 올린 이후 393일 만에 타점을 추가했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5월 31일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가 될 전망이다. 류현진은 메츠를 상대로 통산 6차례 등판해 3승1패 평균자책점 1.66으로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