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장 추천위 재소집에 변협 회장 발끈한 까닭

여·야 공수처 추천위 재소집 결정하자
이찬희 "변협이 국회 합의했으니 오라면 가는 단체냐"
작심발언 배경엔 추천위 내 정쟁에 강한 불만 깔려
"추천위원들 정치적 중립성 지켜야" 직언도
  • 등록 2020-11-25 오전 11:16:08

    수정 2020-11-26 오전 10:46:06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정치적 중립을 생명을 하는 대한변호사협회가 국회에서 합의했으니 오라면 가는 그런 단체인가.”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를 재가동하기로 결정한 23일,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에 작심발언을 날렸습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 추천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미 2명의 최종후보 명단을 추리기 위해 열린 3차에 걸친 회의는 여·야 추천위원들의 ‘정치적 셈법’으로 공전하며 사실상 추천위 존재 이유 자체에 물음표가 따라 붙은 마당이었죠. 작금의 상황을 주도한 정치권에서 추천위 재가동을 결정하자 정치권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쓴소리’를 감추지 않은 건데요. .

다만 이 회장은 24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발언이 추천위 재가동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25일로 예정된 추천위 4차 회의에 “일단 참석하겠다”며, 이를 앞두고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입바른 소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앞서 상식 이하의 추천위 회의가 진행되면서 ‘이게 법률가들이 할 행위인가’라는 의문까지 들었다. 만약 이런 과정을 통해 공수처가 출범을 한다면 매 사건마다 정치적 시비에 걸리는 등 얼마나 험난한 길을 걷겠나”라며 “추천후보 뿐 아니라 추천위원들도 정치적으로 중립성을 지켜야한다는 의미에서 총대를 멘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추천후보를 왜 국회가”…첫 단추 잘못 끼웠나

실제로 초대 공수처장 추천후보 명단 면면은 물론 추천위 회의 과정 하나하나를 두고 정치적 잡음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추천위는 위원장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과 추미애 범부부 장관, 이찬희 회장을 비롯, 여·야 측 추천위원 4명(여당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박경준 변호사, 야당 이헌·임정혁 변호사) 등 총 7명으로 구성됐으며, 각각의 추천을 받아 지난 9일 총 11명의 초대 공수처장 1차 후보 명단을 확정했는데요.

야당 측 추천후보인 손기호 변호사는 곧장 후보직 사의를 밝혔고, 나머지 10명의 후보들 가운데에도 여럿이 시작부터 ‘정치적 중립성’ 등으로 구설에 올랐습니다. 야당 측 또 다른 추천후보인 석동현 변호사는 민경욱 전 국민의힘 의원이 제기한 4·15 총선 무효소송 대리인단 대표를 맡고 있는데다 명단 확정 다음날인 10일 “공수처는 태어나선 안될 괴물기관”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여당 측 추천후보인 전종민 변호사의 경우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변호를 맡고 있어 마찬가지로 논란이 일었구요.

2명의 최종 추천후보를 추리기 위한 추천위 회의가 본격화되니 잡음은 더욱 커졌습니다. 2차 회의는 추천후보들의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야당 측 추천위원들의 ‘신중론’에 부딪혀 마땅한 성과없이 마무리됐고, 재차 열린 3차 회의에서는 또 다시 야당 측 추천위원들의 ‘비토권’ 행사로 최종 추천후보를 추리지 못했습니다.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찬성을 받아야 최종 추천후보 2명에 들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번번히 야당 측 추천위원 2명의 반대표에 부딪혔죠. 1차 기명 투표에서 최다 득표자는 대한변협 추천후보인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 2차 무기명 투표 최다 득표자는 김 연구관과 추 장관 추천후보인 전현정 변호사였는데 모두 5표를 받아 최종 추천후보 선정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 회장은 “누구보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공수처장을 뽑는 자리에 정치가, 정치인이 개입하니 안되는구나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라며 “국회, 정당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하고 견제하면 되는 것이지 임명 자체에 관여하는 것도 삼권분립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법률가로서 이같은 과정을 지켜만 볼 수 없었다”고 분노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조재연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3차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목은 추천위 4차 회의로…野 태도변화냐, 與 개정안이냐

추천위 재가동 결정에도 전향적 결과가 나올 것이란 기대감은 매우 낮습니다. 앞선 추천위 회의 과정을 놓고 보면 결과적으로 야당이 열쇠를 쥐고 있지만, 역시나 ‘신중론’을 펼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재차 야당 측 추천위원들의 비토권 행사가 이어진다면 다음 공은 여당의 공수처법 개정안으로 넘어갈 전망입니다. 해당 개정안은 초대 공수처장 최종 추천후보 2명 선정을 위한 찬성표를 기존 6명에서 5명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어 야당 측 추천위원 2명이 모두 반대하더라도 최종 추천후보 선정이 가능해 집니다. 3차 회의 당시 투표 결과를 놓고 보면 김 연구관과 전 변호사가 유력하다는 평가입니다.

이 회장은 “정치라는 게 안되는 것도 되거나, 되는 것도 안되는 경우가 많아 추천위 4차 회의 역시 당일 열려봐야 알 수 있다”며 일말의 기대감을 드러내면서 “당초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해 개인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가졌지만, 기왕 출범하기로 결정된 만큼 추천위에서 최종 추천후보를 뽑지 못하더라도 회의라도 합리적으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왼쪽) 원내대표와 주호영(오른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공수처법 해법을 논의한 뒤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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