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병역브로커, 첫 재판서 '혐의 인정'…"판정 기준 모호" 제도 탓도

인터넷 카페 상담으로 뇌전증 수법 전달
"처벌보다 병역 판정 기준 재정립 필요"
의뢰인 면탈자 7급 받아…총 7명과 공모
  • 등록 2023-01-27 오후 3:38:16

    수정 2023-01-27 오후 3:38:16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스스로 ‘병역의 신’이라고 홍보하며 뇌전증(간질) 환자로 위장해 병역을 면제받게 도운 병역브로커 구모(47)씨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병역브로커 구씨 밑에서 부대표로 일한 또다른 병역브로커 김모씨.(사진=뉴스1)
2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조상민 판사는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구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구씨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뇌전증 환자에 대한 모호한 병역 판정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씨의 변호인은 “단순히 처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뇌전증에 대한 객관적인 병역 판정 기준을 재정립해 제도적으로 병역면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뇌전증 판정 기준에 대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구씨는 병역면탈자들이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뇌전증 진단 수법을 알려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양형에 참작해달라고 했다. 구씨의 변호인은 “상당수 면탈자들이 구씨에게 연락해 이전에 뇌전증을 겪은 것처럼 거짓말하며 면탈 방법을 알려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다”며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고, 수사 초기부터 범행을 일체 자백했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군 수사관 출신인 구씨는 병역의무자가 1년 이상 뇌전증 진료를 받을 경우 신체등급 4급, 2년 이상 진료를 받을 경우 5급 판정을 받는단 사실에 착안해 브로커로 활동했다. 인터넷 카페를 개설한 구씨는 병역의무자들에게 자신의 뇌전증 진단 시나리오에 맞춰 발작 증상 등을 호소하는 속임수를 쓰도록 했다.

구씨의 의뢰인 중 한 명인 이모씨는 2020년 6월 인터넷 카페에서 구씨와 상담한 후 뇌전증이 없음에도 병원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한번, 2020년 6월 게임 하다 발작을 일으켰다” 등 발작 증상을 호소하고 뇌전증을 앓고 있는 것처럼 위장했다. 이후 지난해 5월 상태불명의 뇌전증 진단을 받는 이씨는 병무청에 진단서를 제출해 재병역 판정검사를 받고 신체등급 7급을 받았다. 구씨는 이씨를 비롯해 총 7명의 병역면탈자와 공모해 거짓말로 진단서를 발급받고 병무청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남부지검과 병무청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합동 수사팀을 구성해 뇌전증 환자 위장 병역면제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이다. 구씨의 의뢰인 중엔 프로배구선수 조재성(OK금융그룹)씨와 아이돌그룹 소속 래퍼 라비 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 프로축구 선수와 프로배구 선수 등 스포츠 선수 외에도 수사대상엔 연예인, 고위공직자·법조인 자녀도 포함됐으며 총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날 의사·프로게이머(코치)·골프선수 등 병역면탈자 15명과 공범 6명, 또 다른 병역브로커 김모(37)씨를 병역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다. 김씨는 구씨의 밑에서 부대표로 일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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