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정치논리에 희생양 된 정책금융기관

기은·산은·수은·예보, 부산 이전 법안 발의
지방균형발전 명분 내세워 이전 정당성 주장
인재 유치·금융 경쟁력 저하 등 고려해야
  • 등록 2024-06-21 오후 3:37:23

    수정 2024-06-21 오후 3:37:23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22대 국회에서도 정책금융기관의 지방 이전 법안이 발의됐다. 인구소멸을 넘어 인구절벽의 위기가 다가오고 지방균형발전이라는 명분까지 더해지면서 정책금융기관의 지방이전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본사.(사진=이영훈 기자)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화두였지만, 22대 국회에서는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까지도 부산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요구가 나왔다. 2009년 부산이 금융 중심지로 지정된 만큼 정책금융기관도 부산으로 이전해 금융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다.

일견 타당해 보인다. 금융 중심지로서 부산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금융의 핵심 역할을 하는 금융기관들이 이전해야 한다. 지방경제의 위기가 현실화 된 상황에서 이 기관들의 이전으로 상당한 경제적 효과도 거둘 수 있을지 모른다. 해당 기관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지역 할당제를 통해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이 외부로 유출되는 상황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수도권 쏠림 현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 고소득 직종 증가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지방 이전에 따른 부작용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인재 이탈’이다. 단적인 예로 산은에선 부산 이전 논의가 본격화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184명이 떠났다. 정년 퇴직·임금피크제 적용·무기 계약직 등은 제외한 숫자다. 지난해 산은을 떠난 87명 중 행원·대리급에 해당하는 5급 직원들은 40명, 과·차장급인 4급 직원들은 18명이었다. 전체 퇴직자 중 약 66.7%가 MZ세대(1980년 초반생~2010년생)에 집중됐다. 2020년 산은 퇴사자는 37명에 불과했다.

물론 퇴사자는 새로운 인원으로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지방으로 이전한 후에는 인재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2022년 국민연금 운용역 27명은 기금운용본부를 떠났고 운용직은 전주 이전 후 한 번도 정원을 100% 채운 적이 없다. 지역 할당제로도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금융산업은 집적 효과가 중요하다. 한 곳에 집중될수록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올라가는 구조다.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 따르면 서울의 지난해 금융 경쟁력은 10위다. 1위는 뉴욕, 2위 런던, 3위 싱가포르, 4위 홍콩 순이다. 모두 금융기관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금융기관들이 지방으로 대거 이전하면 서울의 금융 경쟁력 저하는 물론, 부산의 경쟁력 제고도 기대하기 어렵다. 민간 금융기관들은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지방 균형 발전은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숙제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그러나 명분에만 치우쳐 실익을 놓친다면, 지방 균형 발전도 달성하기 어렵고 국가경쟁력만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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