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 보복 오인해 여객기 격추…트럼프 "누군가 실수"

트뤼도 캐나다 총리 "이란 미사일이 격추…증거 있다"
이란인 82명 캐나다인 63명 등 176명 전원 사망
트럼프 "누군가 실수"…외신 “이란 美보복으로 오인"
우크라, 기계결함→격추 가능성 선회…조사팀 급파
이란 "기계 결함…격추설은 美심리전" 반박
  • 등록 2020-01-10 오전 11:58:32

    수정 2020-01-10 오후 4:15:33

이란 테헤란에서 이륙 직후 추락한 우크라이나 항공사 소속 보잉 737-800 기종 여객기 사고 현장. (사진=AFP)
[이데일리 이준기 뉴욕 특파원 방성훈 기자] 이란 수도 테헤란 외곽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 항공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가 이란의 ‘실수로’ 격추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고 당시 영상 및 위성 자료 등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정황이 하나둘씩 모아지고 있어서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란은 이라크 내 미군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며 ‘일부러’ 비껴 맞춰 사상자 발생을 피한 반면 민간 여객기는 실수로 격추해 176명이나 되는 승객만 희생시킨 셈이다.

트뤼도 “이란 미사일에 격추”…트럼프 “이란 실수 의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9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맹국과 자체 정보요원 등 다수의 소식통으로부터 정보를 입수했는데, 이에 따르면 추락한 여객기는 이란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됐음을 시사한다”며 “더욱 적극적이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란의 격추가 “의도하지는 않은 것일 수 있다”면서 “캐나다 정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책임자 등이 투명하게 밝혀져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란 테헤란에서 이륙 직후 추락, 탑승객 및 승무원 176명 전원이 사망한 사고 여객기에는 캐나다인이 63명 타고 있었다. 이란인(82명) 다음으로 많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계적인 결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시스템 말고 다른 쪽(이란 측) 누군가 실수를 했을 수 있다. (이란에 의한 격추일 가능성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의 실수로 인한 격추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결정적 증거 등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란의 미사일 공격 보복에 대해 ‘군사행동’을 배제한다고 밝힌 것을 의식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국방부는 논평을 거절한 상태다. 문제를 제기할 경우 자칫 양국 간 관계에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사진=AFP)
“보복으로 오인해 미사일 발사”…NYT, 사고영상 공개

이번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고는 이란이 지난 8일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에 미사일 수십기를 발사한 이후 발생해 초기부터 테러 또는 격추 의혹이 제기돼왔다. 사고 여객기는 미사일 발사 후 약 5시간이 지난 뒤에 추락했다.

현재까지 보도된 내용들을 종합하면, 사고 여객기를 미국의 보복으로 오인한 이란군 영공 방어시스템이 오작동해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이 실수로 여객기를 격추시켰다는 얘기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익명의 트럼프 행정부 관리 2명을 인용해 “위성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여객기가 비행 중일 때 지대공미사일 2기가 열 감지에 의해 포착됐으며, 그 직후 여객기 부근에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소식통은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발생한 돌발적 피격으로 진단했다. 미국 NBC방송도 스파이 위성 사진과 당국자들의 발언을 토대로 “격추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자체적으로 확보한 19초짜리 동영상을 공개하며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륙한 뒤 몇 분 만에 ‘피격’됐다”고 보도했다. 영상에는 사고 여객기로 보이는 불빛이 하늘을 날아가다가 갑자기 번쩍한 뒤 떨어지며 사그라드는 장면이 포착됐다.

신문은 “테헤란 공항 부근 파란드 상공에서 찍힌 영상으로 사고 여객기와의 교신이 끊긴 곳”이라며 “미사일에 격추돼 추락하는 장면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기계결함→격추 가능성 선회

사고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도 “기계 결함으로 보인다”라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이란 격추설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이란에 조사팀을 급파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 알렉세이 다닐로프는 이날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 ‘토르’에 피격당했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항공 측도 전날 “항공기가 고도 2400m까지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기체결함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조종사들 역시 “경험이 많고 훈련을 잘 받아 실수 가능성이 낮다. 이런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항공사 소속 여객기 추락 사고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 현장. (사진=AFP)
이란 “기계결함…격추 주장은 美심리전”

반면 이란은 사고 직후부터 현재까지 “이륙 직후 엔진에 불이 붙었다. 기술적 결함에 따른 사고”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언론들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는 격추설에 대해서는 “이란을 겨냥한 미국의 심리전”이라는 입장이다.

이란 반관영 통신사인 ISNA는 이날 “과학적으로 지대공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비행기를 명중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루머는 비논리적”이라는 알리 아베드자데 이란 민간항공기구 대표의 발언을 빌어 일축했다.

앞서 아볼파즐 셰카르치 이란군 총참모부 수석대변인도 “탑승객 대부분은 매우 귀중한 이란 젊은이들이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국민과 국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제기되는 의혹들은 전부 거짓말”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란은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블랙박스 2개를 미국 측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혀 격추설에 대한 의구심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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