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낳으면 죄인이라는 말, 정말 옛말이냐"

호주제 폐지에도 친가·외가 경조사 차별하는 기업
"오랜 관행..섣불리 개선하기 어려워"
  • 등록 2021-07-27 오전 11:13:58

    수정 2021-07-27 오전 11:13:58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경조휴가,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개인 연차를 써 빈소를 지켜야 하는 불공평함을 어느 누구를 잡고 토로해야 한단 말인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친가, 외가를 나누어 복지혜택을 차등부여하는 기업행태를 근절시켜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27일 오전 11시 기준 1만 9254명이 동의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먼처 청원인 A씨는 “대한민국에서 친할아버지의 죽음과 외할아버지의 죽음의 가치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할 수 있다”며 “불편하지만 사실이다. 모두가 짐작하시다시피 현재 그 무게추는 현저히 친할아버지의 죽음에 기울어져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그 주장을 뒷받침 하는 근거는 사회적 가치를 철저하게 재고 분석하여 이윤을 남기는 ‘기업’에서 조차 외가를 직계혈통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며 “성차별적인 사회적 가치를 그대로 답습하여 무려 ‘복지’라는 영역까지 성차별로 고통받게 하는 일부 기업들의 행태를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A씨는 또 “왜 사회는 아직도 구시대적인 호주제의 잔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성차별적인 복지형태를 침묵으로 방관하는가 저는 알지 못하겠다”며 “딸을 가진 부모의 심정도, 아들을 가진 부모의 심정도, 외할아버지를 가진 손자의 심정도, 친할아버지를 가진 손자의 심정도 우린 모두 같을 것이라는 정답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딸 낳으면 죄인이라는 말, 정말 옛말이 맞는지요?”라며 “대한민국의 딸들을 죄인으로 만드는 사회는 근절되어야 한다. 부디 관심을 가져주시고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2005년 호주제가 폐지되고 16년이 흘렀지만 친가와 외가를 차별하는 사내 복지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는 꾸준히 있었다.

경조사 휴가의 경우 법적 근거가 없어 각 기업이 회사 내규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해왔다. 하지만 이런 차별 행위는 지난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

인권위가 당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62개 그룹 대표 계열사와 중견기업 67곳을 점검해 보니 외조부모 경조사에 친조부모보다 휴가·경조비를 적게 지급하는 기업은 절반이 넘는 41곳에 달했다. 당시 인권위는 기업들의 이 같은 관행을 차별이라고 판단, 개선을 권고했으나 별다른 시정조치는 나오지 않았었다.

기업들은 이같은 방침의 문제가 있다면서도 오랜 관행인 만큼 섣불리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헌법 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남녀의 성을 근거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한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에는 ‘성별 등을 이유로 고용과 관련해서 불리한 대우’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정의한다. 다만 경조사 휴가는 현행법상 별도의 규정이 없다.

이와 관련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친족의 사망에 따른 경조사 휴가 시 친가와 외가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으나 1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당시 박 의원은 “양성 평등을 기초로 한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국가의 의무”라며 “법 개정을 통해 기업의 성차별적 상조복지 제도가 개선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