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 팀원이 내 인사평가를…삼성이 하면 달라질까

동료평가제, 글로벌테크 일찌감치 도입
한국기업 5~6년전 도입..참고자료 활용
카카오 동료평가제도 논란에 곤욕 치르기도
"평가 아닌 피드백 제공 문화 마련 필수"
  • 등록 2021-12-08 오후 2:52:49

    수정 2021-12-08 오후 9:10:12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동료평가제가 직원 간 협업을 장려할까, 지나친 평가로 인해 팀원 갈등을 부추길까.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피어(Peer)리뷰’를 시범 도입하기로 하면서 동료평가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테크기업처럼 우리나라 기업들도 5~6년 전부터 도입했지만 아직 제대로 시행하는 기업은 없는데다 일부에서는 부작용이 드러나 전면 재검토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IT기업 일찌감치 동료평가 도입

8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 SK, LG,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주요기업들은 동료평가제(peer review)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최근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내년부터 동료평가제를 시범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개편안은 50% 이상 직원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

기업들이 동료평가를 도입하는 이유는 부서장이나 조직 책임자에게 집중돼 있던 인사평가 권한을 구성원들에게 나눠 직원들의 역량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고 보상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부서장이 절대적으로 인사평가를 하다 보니 부서장과 친분 등에 따라 직원의 평가가 달라질 가능성이 컸다. 반면 동료평가는 부서장이 아닌 동료들과 호흡, 협업 등에 보다 가중치가 부여된다.

일찌감치 구글,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동료평가제를 도입했다. 구글의 경우 성과 평가를 1년에 두번 시행한다. 자신이 스스로 이룬 성과를 적어낸 뒤 함께 일한 복수의 동료에게 평가를 신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선택된 동료는 피평가자의 강점 및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서술한다. 이후 각 조직의 관리자들이 모여 본인평가와 동료평가를 비교하고 조정해 최종 인사평가 등급을 부여한다. 관리자는 직원과 미팅을 통해 평가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보상이나 승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 기업들도 동료평가제를 도입하긴 했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동료평가를 인사평가에 직접 반영하기보다는 대부분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배경에는 신뢰성 문제가 있다. 외국처럼 사람에 대한 평가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동료를 평가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동료평가를 실시하면 대체로 친한 동료만 지정해 평가를 받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아울러 동료평가가 상호 발전을 위한 ‘피드백’이 아닌 서로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강제성이 없다 보니 제대로 운영도 되지 않는다. A기업의 경우 동료평가를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처럼 운영하는데, 응답률은 10%에 그치고 있다. 제조업 인사담당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남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피드백을 주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안착돼 있다 보니 동료평가가 빛을 발할 수 있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시기상조인 듯하다”면서 “파일럿 형식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지만 결과가 흡족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부작용도 나타났다. 올초 카카오는 인사평가 제도 논란에 곤욕을 치렀다. ‘이 사람과 다시 함께 일하시겠습니까?’라는 동료평가 질문이 ‘왕따’를 만들고 조직내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글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에 게재되면서다. 급격하게 성장하다 보니 ‘샐러드볼(다문화)’처럼 된 카카오의 조직문화 탓이 크긴 했지만 ‘유서 파동’까지 확대되자, 카카오는 동료평가 방식을 포함한 인사제도 개편에 나선 상황이다.

IT기업 인사담당 관계자는 “스타트업 등 조직이 작았을 때는 동료끼리 신뢰를 바탕으로 동료평가를 했기 때문에 효과를 봤다”면서도 “다만 조직이 커지고 여러 직장에서 온 직원들끼리 공감대가 사라지면서 상호평가에 대한 불신이 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정평가가 꼭 상대방을 개선시키는 것 같지 않다”면서 “대체로 사람들은 칭찬을 주로 하는 사람과 더 친하게 지내려는 ‘칭찬쇼핑(shopping for confirmation)’을 선호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런 부작용 등을 우려해 동료평가를 시범 도입하고 성과평가에는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일반적인 동료평가가 갖는 부작용이 없도록 등급 부여 없이 협업 기여도를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처럼 큰 조직에서 수평적인 평가를 하기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최대한 상호 존중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인기투표, 편가르기 방식 걸러야..건설적 피드백

‘악마는 디테일’에 있듯 제도를 어떤 식으로 설계하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외국 제도를 마냥 도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제도가 안착하기 위한 실질적인 설계 및 기업 문화 변화에 보다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현재 동료평가제는 측정 항목이 지나치게 단순해 사람 평가와 관련한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기가 어렵고, 건설적인 피드백보다는 부정적인 평가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임직원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기보다는 실망감을 주고 의욕을 저하시켜 성과 감소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동료평가가 ‘인기투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동료끼리 제대로 된 피드백을 주는 시스템 마련이 필수다. 피드백 방식은 과거를 돌아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미래 지향적 성과 검토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동료평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현재처럼 선택형이 아닌 필수제도로 도입해 강제성을 부여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오성은 서울대 경력개발센터 전문위원은 “직무에 대한 역할을 분명히 제시하고 이를 동료들도 충분히 공유하고 장시간 지켜본 후에 동료평가를 해야 한다”면서 “남을 정확하게 평가해 서로를 개선하겠다는 문화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동료평가가 인기투표 또는 왕따 만들기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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