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눈에 띈 건 미국 정책당국을 향한 ‘실기론’ 비판이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역대급 재정 확대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테일러 경제학’으로 유명한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대규모 부양책에도 소비 진작 효과는 크지 않았다”며 “그 대신 저축률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돈을 풀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아이디어는 유동성 확대→물가 상승→선제적인 소비→생산 확대→경기 부양이 현실로 나타나야 한다. 그런데 이 연결고리가 끊어졌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물가가 예상보다 폭등해 오히려 소비를 억누르는 조짐이 있다. ‘맨큐 경제학’ 저자인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물가 상승률이 7%대에 계속 머물지 않더라도 2%대로 빠르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요즘 미국 물가는 장 보기 겁 나는 수준이다.
최근 대선 정국의 재정 확대 공약들과 함께 한국의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건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한국은 이탈리아, 터키, 멕시코 같은 위기를 언제든 겪을 수 있는 나라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대선 주자들이 냉정한 국제정세를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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