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 '첫 단추'는 환율의 추세적 하락?

1989년·2007년, 1000·2000 넘을 때 '달러 인덱스'↓
"美 완화정책에 위안화 결제비중도 늘어…내년 환율↓"
2016~2017년, 환율 하락기, 되레 코스피 순익↑
"원화 올라 국내 제품 비싸다고, 살 제품 안 사진 않아"
美주식 잔액 감소 중…"'서학개미', 코스...
  • 등록 2020-11-19 오전 11:00:00

    수정 2020-11-20 오전 10:57:14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코스피가 불을 뿜고 있습니다. 드디어 내년 코스피는 ‘박스피’라는 오명을 벗고 추세적 상승 국면에 돌입할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일부 증권사는 3000포인트에 도달할 거란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질진 아무도 알 순 없지만, 과거 사례로 볼 때 지수의 중장기적 상승의 첫 단추는 채워진 듯합니다. 바로 약달러 또는 원화 강세입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코스피 1000·2000 넘길 때 달러인덱스 추세적 하향

원화 강세는 코스피가 내년 박스피를 뚫고 더 높은 지수대에 안착하리라는 전망의 주요한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역사적으로 코스피가 추세적으로 상승한 구간엔 모두 이 원화 강세가 뚜렷하게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지난 1980년 1월 4일 100포인트로 시작한 코스피는 1985년 말까지 약 7년간 150포인트를 벗어나지 못하고 긴 횡보 장세를 이어갑니다. 유가와 달러, 금리가 함께 낮아지는 3저 호황으로 대표되고 88올림픽으로 상징되는 한국 경제의 황금기에 지수는 급반등합니다. 1986년부터 무섭게 오르기 시작한 코스피는 약 3년 만인 1989년 3월 22일 드디어 장중 기준 1000.49를 기록하며 1000포인트를 넘어서게 됩니다. 9년 만에 10배가 성장한 셈입니다.

그러나 그 뒤 2000포인트를 넘어서기까지는 더 오랜 기간이 걸립니다. 2007년 7월 24일 장중 2005.02로 2000을 넘기까지 무려 18년이 걸린 것입니다. 이때 역시 2004년부터 약 3년간 빠른 속도로 2000에 도달합니다. 이를 종합하면 코스피의 두 차례 레벨 업은 모두 긴 횡보세 이후 반짝 반등이란 방식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현재까지 13년간 또 긴 횡보 구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같은 코스피의 역사적 상승시기는 달러가치 하락 시기와 겹친다는 점입니다. 달러 인덱스란 지표가 있습니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크로네, 프랑)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1985년 2월 24일(현지시간) 164.7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달러 인덱스는 그 뒤 1987년 12월 27일 86.86까지 급격히 하락합니다. 그 뒤 2차 급락기는 2002년 1월 20일부터 2008년 3월 9일까지로, 119.85에서 71.66 떨어집니다. 코스피가 1000과 2000을 넘어서기 직전 3년 정도의 급상승 기간은 달러 약세 기간에 포개지는 셈입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美 완화정책에다 中 부상까지…환율, 추세적 하락할 것”

이같은 통계를 비춰볼 때 코스피가 3000을 넘어설 수 있는 필요조건 하나는 충족된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미국의 통화완화 정책 등으로 달러 가치의 추세적 하락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18일 달러인덱스는 현지시각 17일 기준 92.45로 마감했습니다. 코로나19 공포가 절정에 다다랐던 지난 3월 19일 올해 최고치인 103.60을 기록한 이후 추세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 역시 1280.00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17일 1107.00원을 기록, 내리고 있습니다.

원화 강세는 미국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중국의 부상까지 겹쳐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입니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이 이미 풀어놓은 유동성만 보더라도, 속도 조절은 있겠지만 달러 인덱스는 하향하는 동시에 중국 경제 부상으로 위안화 결제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라며 “원달러 환율은 국내 사정과는 무관하게 영향을 미치는 이 두 요인에 의해 내년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앞서 말한 코스피 2번의 급등기가 원화 강세 또는 달러 약세와 겹친다는 점을 참고한다면, 내년쯤 혹시 코스피가 급반등하지 않을까란 기대가 들게 하는 환율 흐름이 나타나는 셈입니다. 실제 일부 증권사의 경우 내년 국내 기업의 가파른 실적 개선 등을 이유로 코스피 지수가 3000 가까이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최대 2900을 점치는 SK증권은 “경기가 회복되고 기업의 실적도 개선될 전망에다가 디플레이션 우려가 큰 탓에 내년에도 주요 중앙은행들의 완화정책으로 유동성 장세의 성격도 이어질 것”이라며 “여기에 우호적인 금융 환경으로 인해 시장참여자들의 높아진 위험 선호까지 더해 지수는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환율 하락 때 코스피 순익도 증가…‘서학개미’ 합세 전망도

한 가지 의문은 원화 강세가 수출에 악영향을 준다는 일반적인 우려는 발생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통상 원화가치가 상승하면 수출품 가격 또한 국제시장에서 오르게 되므로 경쟁력 저하가 발생, 수출 기반의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동력과 원재료를 국내에서 사서 외국에 내보내는 기업들의 이익 마진 또한 축소된다고도 여겨집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환율 하락과 실적 부진은 큰 관련성이 없다고 합니다.

김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양호해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라면 하락으로 단가가 조금 상승했다고 살 제품을 안 사진 않는 등 결국 수출 실적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는 글로벌 경기 상황이지 환율 변동이 아니다”라며 “기업들도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환헤지를 하는데, 100% 환차손을 막을 순 없지만 변동 영향을 그대로 맞진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17년 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1200원에서 1100원 밑으로 떨어지는 구간, 코스피 분기 순이익은 대체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이에 대해 “환율이 그 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원화 강세가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것이란 얘깁니다.

이밖에 달러 약세가 미국 주식 등에 투자하고 있는 ‘서학 개미’들을 국내로 다시 불러들이는 요인으로 작용, 지수 상승의 동력이 될 수 있단 분석도 있습니다. 이날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9월과 10월 미국 주식에 투자된 국내 투자자들의 보관잔액은 각각 252억원, 264억달러로 전월대비 5.4% 4.8% 증가한 수준을 보였습니다. 이는 지난 4월 전월 대비 36.4% 이후 8월 22.6%까지 5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것에 비해 감소한 수준입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9월부터 코스피가 나스닥을 아웃퍼폼하고 있고 환율까지 고려하면 상회 폭은 더 클 것”이라며 “10월 이후 미국 주식 보관 잔액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경우 개인 자금이 한국 증시로 귀환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로, 달러 약세는 외국인 수급뿐 아니라 개인 수급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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