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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쏘아올린 ‘교과평가’ 다른 대학으로 번지나

서울대 수능만 반영하던 정시전형에 교과평가 도입
서울 주요 대학에 파문…“우리도 도입 고려” 반응도
입시전문가 “서울대 방향과 반대방향 투 트랙” 전망
수능·내신·비교과 챙겨야…‘죽음의 트라이앵글’ 우려도
  • 등록 2020-11-19 오전 11:01:00

    수정 2020-11-20 오전 10:57:05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서울대가 정시모집에 ‘교과평가’를 도입하는 2023학년도 입시예고안을 발표하면서 대학가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벌써부터 서울 주요 대학 중에선 서울대 입시안을 참고하겠다는 대학이 나올 정도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수능만으로 뽑던 정시에 교과평가 도입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가 최근 발표한 2023학년도 입학전형 예고안의 골자는 정시모집에 교과평가를 도입한 대목이다. 종전까지 정시전형은 수능 100%만 반영해 신입생을 선발했다. 하지만 서울대는 현 고1부터 적용하는 2023학년도 입시에서 2단계 전형을 도입한다. 1단계에서 수능성적만으로 합격인원의 2배수를 뽑은 뒤 2단계에서 교과평가 20%와 1단계 성적 80%를 반영, 합격자를 가릴 방침이다.

서울대가 정시에서 도입키로 한 교과평가의 영향력은 ‘무시 못 할 정도’란 게 입시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워낙 비슷한 점수대의 수능 고득점자들이 몰리는 상황에서 이들 중 합격인원의 2배수가 걸러지기에 수능보다 교과평가에서 변별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능 고득점자도 2단계 교과평가 성적이 낮으면 불합격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별 입학전형 시행계획은 시행 1년 10개월 전에 확정해야 한다. 서울대는 이를 앞두고 ‘예고안’으로 미리 입시 방향을 공개한 것. 서울대를 비롯해 대학들의 2023학년도 입학전형 확정 시점은 내년 4월이다.

입학전형 확정이 약 5개월 남은 시점에서 서울대 입시안이 공개되면서 다른 대학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서울 A사립대 입학처장은 “서울대 2023학년도 입시예고안은 어떻게 하면 우수 학생을 선별할까를 고민한 끝에 나온 산물”이라며 “교육현장에서 서울대 입시안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서울대 입시안에 대한 여론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본 뒤 반영 여부를 확정하겠다는 의미다.

서울 B사립대 입학처장도 “내년 4월까지 입학전형을 확정해야 해서 서울대 방식의 도입 여부는 미지수”라면서도 “서울대 입시예고안을 놓고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대학이 서울대 입시예고안을 눈여겨보는 이유는 정부 정책에 부응하면서도 원하는 학생을 뽑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서울대는 2023학년도 정시에 도입하는 교과평가에서 학생부 교과학습발달사항을 반영하겠다고 했다.

정부 정책 따르면서도 원하는 학생 선발

학생부 교과학습발달사항에는 해당 학생의 학업성적뿐만 아니라 △교과 이수 현황 △세부능력·특기사항이 포함된다. 특히 해당 교과목의 원점수·평균·표준편차·성취도 등이 담겨있어 정성평가까지 가능하다. 쉽게 말해 해당 학생의 내신이 공부 잘하는 학교에서 거둔 것인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일반고에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수능만 잘하는 학생보다 학교생활에 충실한 학생을 선호한다. 상위권 대학들이 수능전형보다는 학종을 선호해왔던 이유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중도탈락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전공·진로에 대한 준비가 잘 돼 있다”며 “대학은 정성평가를 통해 이런 학생 중 원하는 학생을 뽑을 수 있어 학종을 선호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수능위주 전형을 2022학년도에 30%, 2023학년도에 40%까지 올리도록 하자 서울대는 교과평가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 정책에 맞춰 수능위주전형을 40%까지 높이는 대신 지원자들의 교과성적도 자세히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다. A대 입학처장은 “죽어라 수능만 판 학생보다는 수능성적도 좋고 학교생활도 충실한 학생을 뽑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수능전형 40% 확대 대상은 서울대를 비롯해 건국대·경희대·고려대·광운대·동국대·서강대·서울시립대·서울여대·성균관대·숙명여대·숭실대·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등 학종 비중이 큰 16개 대학이다.

서울대 방식 놓고 계산 분주한 대학가

입시전문가들은 이들 16개 대학의 입시변화를 ‘투 트랙’으로 예측했다. 서울대를 따르는 쪽과 반대의 길을 택하는 쪽으로 나뉠 것이란 전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서울대가 정시에서 교과평가를 도입한다고 해도 고려대·연세대 모두 그 방향을 따라갈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오히려 서울대 방식과 차별화 해 수능고득점자를 선발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임 대표는 이어 “2000년대 중후반 정부가 내신 반영 확대를 강조할 당시 서울대는 이를 따른 반면 고대·연대는 수능성적만 반영, 내신이 불리한 외고 출신들을 적극 선발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방식이 다른 대학으로 확산할 경우 수능 외에도 내신성적, 학생부 비교과 등을 모두 챙겨야 하는 이른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험생 입장에선 정시에서도 내신과 비교과 부담을 지게 된다는 것.

최근에는 경기 의왕의 한 고교 2학년 학생 양모(17)군이 서울대 2023학년도 입학전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일도 있었다. 양군은 “수능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고교 학업성적이 저조한 학생들은 서울대에 지원할 수 없게 된다”며 “이는 의사가 되고자 하는 저의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교육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교육부는 별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수능위주전형 40% 확대를 요구했는데 서울대가 명목상으로는 이를 따랐기 때문이다. 수능 반영비율이 51% 이상이면 ‘수능위주전형’으로 분류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정부분 다른 전형요소를 가미해도 수능 영향력이 51% 이상만 되면 수능위주전형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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