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차에 붙은 주차 딱지…도심 파출소는 `주차 전쟁 중`

인도·차도 반반 걸치는 ‘개구리 주차’ 만연
높은 땅값에 주차 공간 마련도 여의치 않아
거리 오가는 사람들 위험하다며 민원 제기
  • 등록 2024-06-18 오후 1:50:27

    수정 2024-06-18 오후 2:40:19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정윤지 수습기자] 지난 12일 오후 2시께 서울 중구의 한 파출소 앞. 이 파출소 순찰차 2대 중 1대가 인도에 주차돼 있었다. 사람들은 순찰차로 좁아진 거리를 오가며 차를 힐끗 쳐다봤다. 경찰들 역시 그러한 시민들의 시선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주차공간이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토로한다. 한 경찰관은 “주차 공간을 마련해 달라는 등 관련 논의가 있었지만 결론 내지 못 했다”며 “간혹 민원이 구청에 들어가면 과태료를 내라는 통지서를 받는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서울 중구 충무파출소 앞에 순찰차가 인도와 차도에 자동차 바퀴를 반씩 걸치는 ‘개구리 주차’를 하고 있다.(사진=정윤지 수습기자)
서울 지역 파출소들이 주차 전쟁에 시달리고 있다. 주차 공간이 여의치 않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인도와 차도에 자동차 바퀴를 반씩 걸치는 ‘개구리 주차’를 하게 되는데, 거리를 오가는 시민이 구청에 민원을 넣고, 과태료 청구서가 날아드는 게 일상처럼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구청에 소명절차를 거쳐 과태료를 면제받는 경우도 있지만, 이 과정이 번거로워 경찰관들이 사비로 이를 부담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주차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민원 제기와 과태료 부과 등의 사회적 문제가 매번 발생한다는 점에서 구청 등과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다른 파출소의 상황도 비슷했다. 파출소가 보유한 순찰차는 2대였으나 주차 공간이 부족해 1대는 인도에, 다른 1대는 물품 배송 업체들이 정차하는 곳에 임시로 세웠다. ‘차를 왜 여기에 세워 두냐’는 민원도 들어오고 있다.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이곳을 파출소가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시가 거절했다”며 “공공의 안전 질서를 위해서 이런 정도는 협조를 해주면 좋을 텐데 잘 안 되고 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경찰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 문제에 직면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 경찰서 관계자는 “주차 민원이 들어올 때가 있는데, 구청하고도 협의하고 심지어 주변에 있는 건물들에 협조를 얻을 수 있는지도 알아보고 물심양면으로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 신축 파출소는 주차 공간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과거 지어진 파출소의 경우 높은 땅값에 주차 공간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시민들도 주차공간이 아닌 곳에 세워둔 경찰차에 불안감을 호소했다. 직장인 김모(35)씨는 “갑자기 순찰차가 움직이면 움찔할 수밖에 없다”면서 “매일 직장인들이 다니기도 하고 붐비는 도로인데 이렇게 대는 게 아니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직장인 임모(29)씨도 “처음에는 잠깐 세운 것인 줄 알았는데 늘 여기 있는 것 보니까 주차를 아예 해놓은 것 같다”며 “(나도) 최근에 인도에 걸쳐서 잠깐 주차했을 때 과태료 끊긴 적이 있는데, 경찰고 난감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청 등과 협조해서 공용주차장 등을 사용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서울이라는 시내 대로변에 자리한 파출소에서 공간을 확보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도 “주변에 아주 가까운 곳인 공용주차장이나 골목길 노상 주차 같은 곳을 구청의 협조를 통해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파출소에 주차할 공간이 없어서 과태료를 부과받는다는 것과 관련해서 상급 기관인 경찰청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줘야한다”면서 “자치단체랑 시도경찰청이랑 협의를 통해서 자치경찰위원회가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 이런 부분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명동 파출소 앞 인도에 순찰차가 세워져 있다.(사진=정윤지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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