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장불량 직원'에게 '이 새끼야'는 무죄[사사건건]

산업현장서 안전복 착용규정 위반한 직원 탓에 작업중단
작업 강행한 직원 저지하던 관리자는 언행 거칠어져 재판에
법원서 무죄 확정.."정당한 지시 과정에서 발생한 정당행위"
  • 등록 2023-01-03 오후 1:25:13

    수정 2023-01-03 오후 2:16:08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산업현장 책임자가 안전 복장이 불량한 작업자의 멱살을 잡고 거친 발언을 했으나 형사처벌을 빗겨갔다. 위험한 작업으로부터 사고를 예방해야 하는 현장 사정을 넉넉히 인정한 취지로 해석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 모처에 있는 A 제조업체는 2020년 11월 설비 점검을 실시했다. 이 작업은 회사가 정한 안전수칙을 따라 진행됐다. 여기서 현장 책임자가 가지는 관리·감독 권한는 크게 세 가지였다. ▲작업자 명단을 모두 확인할 것 ▲작업 현장을 통제할 것 ▲작업 복장 불량자는 현장에서 퇴장시킬 것이다. 복장은 안전모, 안전화, 안전복, 안전장갑 착용을 기본으로 했다.

그날 현장 책임자 B씨는 수칙에 따라 작업을 진행하고자 직원의 작업 상태를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작업자 C씨가 안전복을 안 입고 현장에 출근한 것을 발견했다. 예전에도 작업 복장이 불량해 지적을 받았던 직원이었다. B씨는 C씨를 작업장에서 퇴장 조처했다.

그러자 C씨는 작업복을 착용하고 다시 현장에 나타나 자체적으로 작업을 시도했다. 이미 회사는 안전수칙 위반을 들어 C씨의 현장 작업을 중단시킨 상황이었다. 책임자 B씨가 C씨의 작업을 중단시키면서 둘 사이에 승강이가 붙었다. 작업 중단과 퇴장을 지시하고 어기는 새 오가는 언행은 거칠어졌다.

“웃기는 소리하고 있네 이 새끼가.”

결국 B씨의 입에서 C씨를 향한 모욕적인 발언이 나왔다. ‘골 때리네.’, ‘재미있네 이놈.’ 같은 말도 나왔다. 현장에서는 회사 직원 여럿이 둘의 다툼을 지켜보고 있었다. B씨가 C씨의 멱살을 잡아끌어 현장에서 퇴장시키면서 상황이 종료했다. 이 일로 B씨는 모욕과 폭행 혐의로 고소당해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C씨에게 불쾌하고 무례한 말을 했지만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언사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B씨의 발언이 정당한 관리감독 과정에서 나온 것이고, 현장 목격자도 당시 지시가 정당했다고 진술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설령 모욕적인 발언에 해당하더라도 정당한 퇴소 조처를 따르지 않은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경위와 정도가 위법성을 조각한다”고 했다. 법을 위반했으나 그럴 만한 사유가 있었다는 의미다.

폭행 혐의도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작업 불허 조치를 어긴 C씨의 멱살을 잡아끈 것에 불과하다”며 “이 과정에서 C씨가 바닥에 넘어졌으나 미끄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CCTV 등 영상을 보면 B씨는 넘어지는 C씨를 향해 “할리우드 쇼하네”라고 했다.

항소심도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C씨를 제재하는 과정에서 나온 언행은 정당행위”라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무죄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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