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KDI "韓경제, 바닥 근처…금리 인하·확장 재정해야"

KDI, 2019년 하반기 경제 전망
"성장률 전망 달성하더라도 잠재성장률 밑돌아"
"규제가 민간 활력 제약…금리인하 여력 있다"
  • 등록 2019-11-13 오후 12:00:00

    수정 2019-11-13 오후 12:01:46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오른쪽)과 정규철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이 지난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경제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DI는 한국 경제가 내년 2.3%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시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현재 한국 경제가 경기 저점 근처에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경기는 회복·상승·둔화·하강을 한 주기로 순환하는데 한국 경제가 바닥을 찍는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얘기다.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은 13일 ‘2019년 하반기 KDI 경제전망’ 브리핑에서 “앞으로 대외여건이 갑자기 나빠지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가 현재 경기 저점 근처에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KDI는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2.0%, 2.3%로 전망했다.

이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산한 한국의 잠재성장률 2.72%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 등 부작용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장률을 말한다. 한국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하더라도 최선의 성장률에는 이르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김 실장은 “성장률 전망치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상황이기 때문에 완화적 통화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의 정책 조합(policy mix)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민간이 경제성장을 주도하기 위해선 인적·물적 자원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현재는 규제에 의해 막혀 있어 민간 활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성태 실장, 정규철 경제전망실 전망총괄과 기자단의 일문일답이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반기 경제전망(5월)보다 하향 조정했는데

△김=투자 부진이 제조업 부진으로 이어지고 민간 소비에 영향을 미치면서 전반적인 성장세가 낮아진 면이 있다. 근본적으로 미·중 무역갈등 같은 대외적 불확실성이 2·3분기에 부각되면서 성장세가 약해졌다. 불확실성이 최근 완화하긴 했지만 5월에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높은 수준에서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0.2%포인트 하향은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 조정 폭보다는 작은 편이다. 극심한 부진을 보였던 설비투자가 내년에 덜해지는 내부적 요인으로 하락폭이 작았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 4분기에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 이유는

△김=설비투자가 상반기에 상당히 부진했지만 3분기 들어 마이너스 폭이 줄었고 4분기에 더 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시설투자 뉴스도 있었다. 정부 부문이 어느 정도일지 확신할 수 없지만 예년보다는 오를 것으로 보인다. 4분기 성장률이 3분기보다 많이 오를 것으로 봤고 그래서 연간 2.0% 달성에 무리가 없겠다고 판단했다.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성장세가 계속되는 셈인데 개선이라고 말할 수 있나

△김=제한적인 수준에서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경기 순환상에서 경기가 올라올 때는 개선, 내려갈 때는 하강·부진이라는 단어를 쓴다.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완화적 통화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의 폴리시 믹스가 필요한 상황이다.

―성장률에서 민간 부분의 기여도가 낮아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를 꼽는다면

△김=단기적으로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소규모 개방경제 구조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투자를 중심으로 신흥국의 성장률이 떨어질 때 충격을 피할 수가 없다.

민간이 성장을 주도하기 위해선 경제행위에서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워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인적자원과 물적자원 등 생산요소가 생산성이 높고 부가가치가 만들어지는 곳으로 이동할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그런 여건이 규제에 의해서 막혀 있는 면이 있어 민간 활력을 제약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경기 바닥을 올해 4분기나 내년 상반기로 예측했는데

△김=현재 경기부진이 심해질 가능성은 작고 최근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횡보하고 있다. 경기부진의 상당 부분이 대외 여건에서 왔다고 봤을 때 대외여건이 갑자기 나빠지지 않는다면 예상대로 현재 우리 경제가 경기 저점 근처에 있다고 판단한다.

―물가가 더 떨어질 때를 대비해 금리인하 여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은 없나

△정=통화정책은 시차가 있다. 경제에 곧바로 반영되지 않는다. 물가가 더 떨어지기 전에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쓰는 게 맞다. 이미 물가가 하락한 뒤에는 반등하기가 어렵다. 저물가가 길어져 기대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 안정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빨리 이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완화정책이 필요하다.

―금리인하 여력이 많지 않은데 언제까지 통화정책으로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보나

△정=금리가 너무 낮아지면 자본이 급격하게 유출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자본유출은 기준금리도 중요하겠지만 대외건전성도 중요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IMF 위기에선 금리가 높았지만 자본이 빠져나간 경험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 대외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퍼센티지를 말할 수는 없지만 인하 여력이 상당히 있다고 본다.

―취업자 수 전망치를 10만명대 중반에서 20만명대 초반으로 상향 조정한 이유는

△김=정부의 일자리 예산이 늘어난 영향이 있다. 내년에는 공공일자리 예산의 증가와 함께 성장률이 나아지면서 민간이 받쳐주는 부분을 고려해 20만명대 초반까지 가능하다고 봤다.

―건설투자 전망치(-3.1%)를 유지한 배경은

△김=내년도 예산(정부안)에서 SOC 예산이 12.9% 늘었지만 중앙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금액으로 보면 크지 않다. 토목 쪽 예산이 늘면서 건축에서 이어지는 부진을 완화하겠지만 그 정도가 제한적이다.

―내년 수출 증가율 전망치(3.2%)가 올해(1.0%)보다 3배 이상 높아졌는데

△김=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낮은 이유는 투자 부진이었다. 내년에는 선진국보다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기가 나아지면서 투자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우리 경제의 주력 품목인 중간재와 자본재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도체도 물량 기준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경제 성장률이 낮아지더라도 3.2% 달성엔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

―경직성 예산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 나중에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재정 구조조정이 어려워지는 건 아닌가

△김=경직성 지출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의무지출이 많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재량지출이 절반에 가깝고 재량지출 가운데서도 조정할 부분이 꽤 있다. 최근 수년간 지출이 급격히 늘어난 분야에서 재정이 정책 의도대로 쓰였는지, 목표 달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판단해 지출 방식을 전환하고 효율화를 도모해야 한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