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선거인단 투표 승리…통합 강조하며 차기 대통령 행보(종합)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방성훈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선거인단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했다. 승리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행보에 사실상 쐐기를 박은 셈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승리를 재확인하며 통합과 치유를 강조,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행보에 본격 착수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실시된 미 대선을 통해 50개 주(州)와 워싱턴 DC가 선출한 선거인단 538명은 이날 각 주의 수도에 모여 차기 대통령·부통령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바이든 당선인은 매직넘버인 270명을 훌쩍 넘은 306명의 선거인단을 최종 확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선거인단은 232명에 불과했다. 두 사람 모두 주별 개표 결과 인증과 동일한 선거인단을 확보한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최종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승리 연설문 발췌본을 언론에 배포하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선거인단 55명을 보유한 캘리포니아주가 그에게 표를 던지면서 승리를 위한 ‘매직넘버 270표를 확보,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모든 투표 결과가 발표되고 승리가 공식 확정된 뒤에 바이든 당선인은 유튜브를 통해 “이젠 통합과 치유로 페이지를 넘길 때”라며 준비된 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나는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나를 위해 투표한 사람들에게, 또 나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 대해 “미국의 영혼을 위한 싸움이었다. 민주주의가 승리했다. 어떤 것도 민주주의의 불꽃을 꺼뜨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대선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였다는 점을 부각한 뒤 “우리 제도에 대한 믿음은 보존됐고 선거는 온전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또 자신이 확보한 306명의 선거인단을 거론,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2016년 승리 당시 얻은 수와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압도적 득표’라고 했었다. 그 자신의 기준으로 이 숫자는 명확한 승리를 의미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소송 등) 공격이 아니라 축하를 받아야 할 일이다. 이 나라에선 민주주의의 불꽃이 오래전에 밝혀졌다. 권력 남용도, 심지어 팬데믹도, 어떤 것도 그 불꽃을 꺼뜨릴 수 없다”고도 했다.

더 나아가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에서 정치인은 권력을 취하지 않는다. 국민이 그들에게 권력을 부여한다”며 ‘선거 조작’ 주장 및 불복 소송 행보에 일침을 가했다. 한편으론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기간 휩싸였던 권력 남용 의혹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기도 하다.

이제 남은 절차는 의회의 승인뿐이다. 주별로 23일까지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연방의회에 전달하면 연방의회는 내년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를 통해 주별 투표 결과를 인증하게 된다. 이에 대해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2016년 선거 이후 자신이 부통령 및 상원의장으로 트럼프 대통령 승리를 공표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나는 내가 할 일을 했었다”고 했다. 펜스 부통령에게 자신이 했던 것처럼 똑같이 승리 인증을 해야 한다고 압박한 셈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외에도 “우리는 모두 다급한 일에 직면했다. 코로나19로 3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언급한 뒤 “남은 과제가 쉽지는 않다. 팬데믹(대유행)을 통제하고 (백신) 접종을 실시하는 것, 또 많은 미국인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즉각적인 경제 지원, 우리 경제를 그 어떤 때보다 좋게 구축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시기에 직면해 함께 하는 게 이를 헤쳐나갈 방법”이라며 단합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소송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하급심은 물론 희망을 걸었던 연방대법원에서도 기각 결정이 나온 데다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소송이라 극적인 반전은 힘들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날 투표에서도 패배하면서 뒤집기 시도는 물 건너 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언론들은 일제히 “바이든 당선인이 공식 승리를 최종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미 역사상 파괴적인 한 장(章)을 장식했던, 자유롭고 공정하게 실시된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소송을 종식시켰다”고 평했다. 로이터통신은 “선거 패배를 뒤집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몸부림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