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포커스]성장 VS 분배 논쟁에 "시간 낭비"

국회 재경위 재정경제부 국감 중간 결산
외평채 이자 손실 추궁 "수박 겉 핥기"
  • 등록 2004-10-12 오후 9:32:25

    수정 2004-10-12 오후 9:32:25

[edaily 박동석기자]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재정경제부에 대한 국회 재경위의 국정감사가 지난 11일·12일 이틀간의 전반 일정을 끝마쳤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재경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참여정부의 정책노선이 좌(左)냐 우(右)냐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전개했다. 또 정부의 환율 개입이 과도한 게 아니냐며 재경부를 궁지로 몰아세웠다. 이 과정에서 행방이 묘연해 진 외평기금 1조8000억원의 실체를 밝히라는 질문도 이어졌다. 이헌재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5%보다 훨씬 뒤쳐진 3%대로 추락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거론해 시장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방카슈랑스 2단계 시행에 대한 적절성 여부와 국민연금 부실, 카드사태의 책임을 따지는 국회의원들의 질문공세도 펼쳐졌다. 이 때문에 재경부에 대한 재경위 국감 전반전은 상대적으로 정책국감에 충실하려는 노력을 보였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그러나 경제정책의 실체를 둘러싼 성장, 분배 논란에 지나치게 얽매임으로써 이념논쟁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도 간과할 수 없다. 국회 재경위가 끝내 외평기금의 손실이 어떻게 발생했는 지에 대한 이유를 밝혀내지 못한 채 재경부에 대한 국감 전반전을 마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성장 vs 분배 전반을 마친 재경부 국감의 백미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성장 위주냐 아니면 분배위주냐를 둘러싼 공방이다. 성장-분배 논란은 현 정부의 핵심 브레인으로 꼽히고 있는 이정우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일반 증인으로 채택될 때부터 이미 예견됐다. 분배보다는 성장이 우선이라고 주장해 온 이 부총리와 성장보다는 분배가 먼저라는 경제철학을 견지해 온 이 위원장이 국감장에서 맞대결한다는 것부터가 관심사였다. 그러나 결과는 싱거웠다. 예상대로 승자도 패자도 없는 무승부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좌파적, 반시장적”며 이 부총리와 이 위원장을 몰아붙였다. 또 “참여정부가 분배를 강조하고 있지만 서민경제는 붕괴되고 분배는 오히려 악화됐다”는 비야냥을 던지기도 했다. 이 부총리는 이에 대해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절대로 반시장적이나 좌파적이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최근 미국 대선후보들의 경제정책과 비교해보면 민주당 케리후보보다 훨씬 보수적이라는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또 "참여정부는 친노적이라던가 반시장적인 정책을 쓰지 않고 있다"며 "정책수립과정에서 일부 진보적인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집행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이 부총리가 `분배정책을 쓴 적이 없다`고 발언한 내용을 캐묻자 이 위원장은 "현 정부는 분배정책을 분명히 썼다"고 강조했다. 이부총리는 이달초 국제통화기금(IMF)연차총회 참석차 미국에 들렀을 때 "현 정부는 한 번도 분배정책을 쓴 적이 없으며, 제대로 사회주의적 정책을 써보기나 하고 그런 얘기를 들으면 억울하지나 않을 것"이라며 이 위원장과 정반대되는 발언을 했다. 이 위원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분배 편향의 정책에 대한 추궁이 이어지자 "참여정부는 성장과 분배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갈것"이라며 "참여정부 정책은 중도정책"이라고 강변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성장과 분배는 분명히 양립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부동산 대책에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경제학의 연구 동향을 보더라도 과거의 통설을 뒤엎고 분배가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밝혀내고 있다”며 “이때문에 과거의 교과서에 얽매일 필요 없다”고 야당의 공격을 봉쇄했다. 분배를 통한 성장이 학문적으로 밝혀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부총리는 성장-분배의 양날을 교묘하게 피해갔다. 그는 “(내가)분배정책을 쓰지 않았다고 말한 것은 이 정부가 좌파정부라는 데 대해 적극적 재분배정책을 쓴 적이 없다, 특히 지난해에는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라며 궁색하게 변명했다. 두 사람 모두 야당에 대한 방어선을 공동으로 구축했다는 점에서는 동지였지만 역시 이 부총리는 ‘보수적(성장)’이었고 이 위원장은 ‘분배적’이었다. 평행선이다. ◇ 환율방어정책 집중 포화 정부가 파생상품을 이용한 외환시장 개입도 도마에 올랐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정부의 과도한 환율방어정책에 따른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집중 추궁했다. 이부총리는 파생상품을 통한 개입을 공식 시인했으나, 구체적인 내역은 자료로 제출하거나 비공개로 설명하겠다며 포화를 아슬아슬하게 피해갔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정부가 환율방어를 위해 파생시장에 개입, 대규모 손실을 입었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며 "한국은행이 추정하고 있는 외환안정비용보다 상당히 많은 1조8000억원정도 비용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차액의 실체를 요구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파생상품 시장을 통한 외환개입으로 대규모 손실이 났다"며 "정부나 중앙은행은 파생상품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통례인데 무엇 때문에 개입했냐"며 공격의 날을 세웠다. 이 부총리는"이런 개입은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오래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으므로 별도 질의하면 필요한 자료는 다 제출하겠다"고 추가 질문을 피해갔다. 여당인 열린우리당 문석호 의원은 "최근 세계적인 달러약세에도 불구, 정부 개입으로 환율이 하락하지 않을 경우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내수는 위축되고 물가는 상승(스태그플레이션)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확대는 정부재정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환율에 대한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방카슈랑스 2단계 도입 강행하나 내년 4월로 시행될 예정인 2단계 방카슈랑스는 재경부에 대한 전반부 국감에서 뿐만 아니라 정무위에서도 주요이슈였다. 재경위와 정무위 국회의원들은 방카슈랑스 시행을 통해 대출과 보험가입을 연계시키는 이른바 `꺾기`는 물론 불완전판매가 심각하다고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이와 함께 설계사들의 대량실업이 예상된다는 점도 2단계 시행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이유로 제시했다. 재경부는 정치권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현행 일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은행권의 특정 보험사 상품비중을 조정하고 보험설계사에 대한 별도의 대책은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부총리는 "방카슈랑스의 각종 문제점과 현안에 대해 금감위를 통해 조사하도록 했다"며 "절대불변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현 시점에서는 합리적인 수준으로 예정대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강행의지를 피력했다. 이 부총리는 2단계 시행으로 보험설계사들의 대량실직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1단계 시행후 보험모집인 조직에 대해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없지만 2단계 실시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수는 없다"며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방카슈랑스의 부작용을 따지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맞서 "방카슈랑스가 도입된 것은 1년정도 밖에 안된다“며 "애들도 한 살이면 걷지도 못하는데 10년정도는 (제대로 되는 지)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긍정적인 효과를 애써 강조했다. 재경부 국감이 열린 12일 오후에는 생명보험 노조와 설계사 등은 과천 정부종합 청사 앞에서 2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저지를 위한 집회를 열어 방카슈랑스 확대 도입에 대한 논란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하기도 했다. ◇ 내년 경제성장 3%대 추락 가능성 이부총리가 국감을 통해 내년 경제 성장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음을 시인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 부총리는 국감 첫날인 지난 11일 내년 경제성장 목표와 관련해 “내년에는 유가로 인한 (GDP성장률) 부담요인이 0.4∼0.5% 가량 있고 내수가 활발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내년 우리 경제가 0.9~1%포인트 정도 잠재성장률 이하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부총리가 지난1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4.7~5.2%"라고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내년 경제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3%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내외 경제기관들을 중심으로 내년 3%성장 전망이 잇따랐으나 정부가 이같은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총리는 이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재경부 국정감사에서 내년 경제를 이같이 전망하고 "이에 따라 올해 6.8조원의 적자예산을 준비했고, 저소득층 지원대책과 세제지원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이 대책으로 0.5%정도의 정책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또 "그 밖에 경제둔화 요인을 흡수하기 위해 건설경기 연착륙대책과 민자유치를 통한 SOC사업 확대 등을 통해 내년에도 5%이상의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도록 하겠다”며 건설경기 연착륙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참석한 김중수 한국개발연구원 원장도 내년 경제 성장률이 4%대가 유력하며 올해도 5%대 이하로 떨어질 수 있음을 강력 시사했다. 김 원장은 "내년 5% 성장은 쉬운 목표가 아니다"라며 "내년 성장률 전망과 관련된 숫자는 아직 가지고 있지 않다"고 전제하고 "다만 고유가 등의 정황을 고려할 때 5%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원장의 이 같은 관측은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년 경제성장률이 4%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 경제전망기관들이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 전망을 낮춰잡은 적은 있었으나 정부와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낙관론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총리는 지난1일만 해도 “정부는 내년 5%미만의 성장률을 상정할 수 없다”고 밝혔었다. ◇ 이부총리 용퇴 논란 이 부총리에 대한 용퇴 요구도 나와 관심을 집중시켰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경제정책이 반(反)시장주의적이라며 이 부총리가 과감히 `사표"를 쓰라고 압박했다. 첫 질의에 나선 한나라당 윤건영 의원은 "부총리가 경제정책에 관한 전권을 부여받았다는 취임초기 설과는 달리 제대로 소신을 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직접적으로 용퇴할 의사가 있는 지를 질의했다. 윤 의원은 "이 부총리의 역할이 정부의 좌편향적 이미지를 희석하는데 있다는 해석이 있다"고 소개하고 `군유과칙간 삼간이불청칙거(君有過則諫 三諫而不廳則去, 임금에게 과실이 있으면 간하되, 세번이나 간하여도 듣지 않으면 물러난다)"는 효경(孝經)의 구절을 인용해 사퇴를 건의했다. 같은 당 최경환 의원은 "지금 경제가 어려운 것은 경제외적 요인이 경제내적 요인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에게 `이렇게 관리하면 안된다"고 직언을 하고 그것이 안받들여지면 사표를 던져라. 그러면 우리 경제도 살아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부총리는 "대통령과는 경제정책에 관해 항상 함께 협의하고 있다"며 "물러날 때가 되면 물러나겠지만 국민경제를 위해 좀 더 일할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여당의원들은 이 오히려 부총리에게 실질적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정덕구 의원은 "과거 역대 부총리들은 미시정책을 위해 예산권한에 의존해왔다"며 "재경부가 기획예산처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예산권한을 확보하는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이 부총리에 힘을 보탰다. 재경위는 오는 21일과 22일 재경부에 대한 후반 국감을 재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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