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효과’ 명신산업, 너무 낮은 공모가 미스터리

명신산업 2년전 주당 2만원 평가…공모가 3분의 1
발행주식 수 증가 고려하지 않은 '착시효과'
실제론 공모가가 과거 평가액 대비 3배 비싸
  • 등록 2020-12-22 오전 11:04:31

    수정 2020-12-23 오전 10:51:1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공모가격이 너무 쌌던 걸까?

이달 초 증시에 입성한 명신산업(009900) 주가가 연일 껑충 뛰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전기차 제조업체인 미국 테슬라에 부품을 공급하는 이 회사 주가는 상장 2주 만에 공모주 청약가격(6500원)의 8배로 급등했다. 소액주주 사이에선 ‘갓신산업’(영어로 신을 의미하는 ‘갓’과 ‘명신산업’을 합친 말)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22일 업계에 따르면 명신산업의 공모주 청약가격이 애초 낮게 책정된 것 아니냐는 주장에는 근거가 있다. 2년 전 평가된 이 회사 주식 가치가 공모가의 3배인 2만원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명신산업은 자체 기술을 적용한 경량 차체 부품을 생산해 공급하는 현대·기아차의 2차 협력사다. 현대·기아차 1차 협력업체인 코스닥 상장사 엠에스오토텍(123040)과 함께 엠에스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분류된다. 명신산업이 만든 부품을 엠에스오토텍과 현대·기아차의 다른 1차 협력사가 다시 조립해 완성차 회사에 최종 납품하는 구조다.

엠에스그룹의 오너 일가가 지분 전량을 보유한 가족회사인 심원은 원래 엠에스오토텍을 통해 명신산업을 간접 지배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해외 영업 등을 담당하는 사업부를 심원의 100% 자회사(심원테크)로 분리한 뒤 자회사 지분 전체를 명신산업 신주와 교환했다. 가족회사가 갖게 된 신설 자회사 지분을 명신산업에 모두 넘겨주고, 대신 명신산업 주식을 받아온 것이다.

이는 2017년 말 심원이 테슬라의 협력사로 선정되며 관련 일감과 업무를 명신산업에 일원화하고, 심원은 명신산업과 엠에스오토텍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직접 지배하는 사실상의 지주회사(다른 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가 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주식 교환 결정에 따라 당시 외부 평가기관인 명일회계법인이 평가한 명신산업 신주의 주당 가격은 1만9988원, 심원이 보유한 심원테크 주식의 주당 가격은 13만8093원이었다. 이 금액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규정에 따라 2018년 6월 말 이전 두 회사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 평균해 산출했다.

심원은 이 평가 결과를 근거로 보유 중인 심원테크 주식 10만 주를 명신산업 신주 69만879주와 바꿨다. 심원테크 주식 1주당 명신산업 주식 6.9주를 받은 것이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이처럼 2년 전 그룹의 내부 거래에서 약 2만원으로 평가됐던 명신산업의 주당 가치는 올해 상장을 앞두고 6500원(공모주 청약가격)으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명신산업의 공모가가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됐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는 ‘착시 효과’에 의한 틀린 해석이다. 지난 2년 사이 명신산업의 주식 수가 부쩍 증가해서다. 실제 이 회사의 전체 발행 주식(우선주 등 포함) 수는 심원과의 주식 교환 이전인 2017년 말 515만 주에서 최근 5247만 주로 10배가량 늘었다. 발행 주식 수가 대거 증가한 만큼 주당 가치도 작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만약 2018년과 현재 명신산업의 기업 가치와 발행 주식 수가 같다면 최근 공모가격은 오히려 2년 전 평가액보다 3배 이상 비싼 금액이다. 결국 엠에스그룹의 가족회사인 심원이 공모주에 청약한 소액주주 등보다 훨씬 싼 금액에 명신산업 지분을 선점한 셈이다.

2년 전 심원이 인수한 명신산업 주식 69만 주의 가치는 당시 138억원에서 현재 358억원(21일 종가 기준)으로 2.6배로 불어났다. 한 회계사 출신 교수는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오너 일가가 명신산업이 앞으로 잘 나갈 것이라고 보고 미리 지배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상장 전 가족회사를 통해 지분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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