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TV 심영주 기자] 취업 준비생 이모(26)씨는 최근 기업에 제출할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자기소개서 항목에 등장한 MBTI 질문 때문. 이씨는 “MBTI 성격 유형이 I(내향)인데 기업은 E(외향)인 사람을 원할 것 같다”며 “솔직한 답을 적자니 서류부터 좋지 않은 인상을 줄 것 같고 거짓말을 하자니 면접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그간 MZ세대 사이에서 놀이처럼 소비되던 ‘MBTI 성격유형검사’가 기업의 채용 과정에도 등장하고 있다. 자기소개서에서 지원자의 MBTI 유형을 묻거나 최종 면접에서 질문하는 식이다. SH수협은행과 아워홈, LS전선 등이 자기소개서에 MBTI를 쓰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MBTI가 최근 기업의 새로운 채용 방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취업 준비생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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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5시에 원서 접수를 마감하는 SH수협은행은 신입행원 공개채용 자기소개서에 지원자의 MBTI 유형을 기재하도록 했다. 자신의 MBTI 유형과 장단점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본인과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직무 분야와 판단 근거를 구체적으로 작성해달라는 요구다.
MBTI란 ‘마이어스 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사람의 성격 유형을 16가지로 나누는 심리검사의 일종이다.
문제는 MBTI 검사가 신뢰도와 타당성을 확보한 정식 검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MBTI 검사는 기존 MBTI 검사 내용을 활용한 간이 검사로, 문항이나 방식이 정식 검사와는 다르다.
은행권 취업 준비생 김모(24)씨는 “공식 검사도 아니고 친구들끼리 장난삼아 하던 MBTI를 채용 과정에 도입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며 “조작도 쉬워 공정성 문제도 있을 것 같다”고 불만을 표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안모(25)씨도 “지나치게 일반화하는 것 같아 평소 MBTI 검사를 신뢰하지 않는데 자소서 질문이 MBTI라니 그저 황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수협은행 측은 MBTI 유형이 당락을 좌우하는 요인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