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시간씩 일하는데 최저임금 인상 못 버텨”…소상공인 ‘곡소리’

소상공인연합회, 최저임금 입장 발표 기자회견
편의점·카페·PC방 등 업종별 소상공인 애로 전해
인건비 부담에 직원 내보내고 사업주 근무시간 늘어
“365일 하루도 못 쉬고 일해”…“노부모까지 투입”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주휴수당 폐지 촉구
  • 등록 2024-06-18 오후 2:08:44

    수정 2024-06-18 오후 6:58:22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5년 전만 해도 아르바이트생을 월 평균 200시간 이상 고용했으나 지금은 120시간밖에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건비를 줄여보려 365일 하루도 쉬지 못하고 영업을 했지만 30대인 저도 몸이 버티질 못해 영업시간을 단축했습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업주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고용 인원 또는 영업시간을 줄이는 것밖에 없습니다.” (커피숍 사장 서지훈 씨)

“인건비를 아끼려고 나이 든 부모님까지 편의점에 나와 계십니다. 편의점은 저숙련 근로자들이 낮은 노동 강도로 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업종입니다. 이런 노동자에게 부담 없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업주가 지나친 노동에 시달리지 않게 업종별 구분 적용을 시행해야 합니다.” (편의점 가맹점주 송재현 씨)

18일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동결 및 업종별 구분적용 시행을 외치고 있다. (사진=소상공인연합회)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소상공인·자영업자 현장에서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이미 지난 몇 년간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한계 상황에 내몰렸다며 내년에는 최저임금을 인하 또는 동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편의점, PC방, 음식점 등 영세 업종에서는 지불능력을 고려해 달라며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지불능력 고려해 업종별 차등 적용 시행해야”

소상공인연합회는 18일 서울 여의도 소재 연합회 대회의실에서 ‘2025년도 최저임금 소상공인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차주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구분 적용에 관한 논의를 앞두고 제도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골목상권에서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참석해 현장의 어려움을 전달했다.

특히 이들은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소공연에 따르면 지난해 숙박·음식점업에서 최저임금조차 주지 못하는 사업장을 의미하는 ‘최저임금 미만율’은 37.3%에 달했다. 반면 정보통신업의 경우 이 비율은 2.4%에 그쳤다. 이러한 업종별 지불능력을 고려해 최저임금법 4조 1항에 규정된 구분 적용을 시행하자는 게 업계 주장이다.

서울 관악구에서 40여 년간 미용실을 운영 중인 김선녀 씨는 “한때는 직원 6~7명이 근무했는데 지금은 직원 단 1명과 함께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고용 부담이 커져 손발을 자르는 심정으로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미용실은 도제식으로 디자이너를 길러내는 전통을 갖고 있다. 자격증을 취득하더라도 숙련 미용사가 되려면 3년 이상 걸리는데 미숙련 근로자에게 일괄적인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건 불리하다”며 “최저임금을 강제하려면 정부가 직업능력개발기금을 만들어 사업주를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휴수당 폐지·최저임금 결정방식 변경 주장도

충북 제천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성수 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쉬는 날 없이 하루 16시간씩 근무한다”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근무시간을 더 늘려야 할텐데 여기서 더 일하기는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주휴수당(1일치 급여)을 줘야 하는데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주 15시간 미만 ‘쪼개기 고용’만 늘어나는 실정”이라며 “직원들도 여러 사업장을 두 탕, 세 탕씩 뛰느라 택시비를 버리며 일한다”고 전했다.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재 최임위는 근로자와 사용자,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의 표결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하지만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은 정부가 추천해 임명하는 구조라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안산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정동관 씨는 “가족들과 하루에 14시간씩 일하면서 최저임금도 가져가지 못하지만 직원들은 월 400만원의 임금을 받는다”며 “최저임금이 사회적 안전망이라면 그 의무를 소상공인에게 떠맡기는 건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위원이 사실상 최저임금을 결정하는데 차라리 정부가 최저임금을 아예 정하고 소상공인 사업장에는 4대보험 등 인건비를 일부 보전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기준 소공연 회장 직무대행은 “연합회 실태조사 결과 소상공인의 87.8%가 업종별 구분 적용을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며 “저숙련 사회 초년생들도 쉽게 시장에 진입해 경력을 쌓고 사업주는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반드시 시행되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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