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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안의 쟁점 중 하나는 ‘풋옵션 가치 평가의 신뢰성’이다. FI로부터 용역비를 받고, 법률 소송비용까지 보존 받은 회계법인이 과연 ‘공정하게 가치산정을 할 수 있겠느냐’다. 물론 FI 측은 ‘신창재 회장의 계약 불이행’이 본질이라며 맞서고 있다.
2015년 교보생명은 FI들과 약속한 기한에 IPO(기업공개)를 시행하지 못했다. 이에 FI들은 계약서상 명시된 풋옵션을 시행했다. FI들은 기업 가치 평가를 위해 안진회계법인과 용역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안진회계법인은 40만9000원이라는 가격을 산출했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안진회계법인이 ‘가치 평가 기준점을 변경해 가치를 의도적으로 높게 산출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안진회계법인이 풋옵션 행사일(2018년 10월 23일)이 아닌 2017년 6월에서 2018년 6월까지 유사 기업들의 평균 주식 가치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저금리 여파 등으로 당시 보험사 주가는 2017년 이후 하락세였는데, 그보다 앞선 기간을 기준으로 잡았다는 주장이다.
이후 검찰은 안진회계법인과 FI 관계자들을 기소했다. 다만 검찰은 교보생명이 주장하고 있는 ‘가치평가 기준점 변경’이 아닌, 용역 의뢰자와 회계법인 사이 ‘부적절한 공모’ 부분을 문제 삼았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묵인되는 ‘교감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시시비비다.
회계업계 “의뢰인 의견 완전한 무시는 못해”
이번 안진회계법인 임직원의 검찰 기소로 ‘회계법인이 가치평가를 하는 게 맞는가’에 대한 기업들과 IB업계 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에 이어 이번에도 금융당국과 검찰이 회계법인의 가치평가 방식을 계속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회계법인은 돈을 받고 가치평가를 하는 곳으로 까딱 잘못하면 향후 용역 의뢰가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 때문에 의뢰인이 내는 의견과 자료가 반영되는 편”이라며 “앞서 신용평가사들도 비슷한 문제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가치평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마련되거나, 국가가 지정한 곳에서 이뤄지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에서 기업 가치평가 방식에 대한 세부 지침은 없다. 그렇다 보니 각 회계법인 내 통상적인 산정 방식과 회계사 개인 윤리에 맡겨 업무가 진행된다.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비상장사의 경우 의뢰자와 가격 산출 방식 등을 논의한다.
한 회계전문가는 “의뢰인 의견이 아예 무시될 순 없다. 하지만 신뢰성 높은 자료와 믹스해 검증과정을 거친다”며 “물론 과거에는 일부 회계법인이 작은 기업에 대해 의뢰인 입맛에 맞게 산정방식을 더하고 빼며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엔 그런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진회계법인과 FI 관계자들의 검찰기소로 신창재 회장과 FI 간 풋옵션 분쟁은 상당히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3월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법원에서 중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검찰 기소 건이 대법원까지 갈 경우 실질적 결과를 도출하기까지는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