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입증못한 `합병비율 조작`…檢 삼성 수사 어디서 꼬였나

중앙지검, 1일 '시세조종·분식회계·배임' 혐의로 이재용 기소
李 변호인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 조작 적시 못 해"
회계 전문가 "회사 입장서 유리한 합병 비율 산정은 당연"
학계 "檢, 억지로 사건 키워…합병 후 회계 처리 주가 영향 無"
  • 등록 2020-09-03 오전 11:01:30

    수정 2020-09-04 오전 11:00:40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검찰이 1년 9개월 간 수사 끝에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의 핵심인물로 결론 내렸습니다. 반면 삼성 측은 합병 비율조작 혐의에 대해선 공소장에 적시하지 못했다며 반발했습니다. 애초 검찰이 의심했던 합병비율 조작을 범죄 혐의로 특정하지 못하자, 무리한 기소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번 기소가 한국 정부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를 진행 중인 엘리엇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이번 삼성 사건의 혐의를 크게 불법 합병, 부정회계와 업무상 배임으로 구분했습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회계 변경 등 일련의 과정에서 시세조종과 분식회계 등이 자행됐다는 것입니다.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합병비율 조작 적시 안 돼...프로젝트G, 증거 아냐”


이 부회장 측은 이번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합병비율 조작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합병 당시 삼성물산 주식 1주의 가치는 제일모직 주식 0.35주로 산정됐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이 부회장과 삼성 미래전략실이 합병 계획(프로젝트-G)을 마련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1:0.35)이 적정하다는 회계법인 보고서를 조작하고,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 매각하는 등 합병을 불법적으로 주도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검찰이 불법 경영권 승계의 ‘스모킹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이라고 판단한 ‘프로젝트-G’가 승계작업을 목적으로 작성된 문건이 아니며, 영장실질심사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또 검찰은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보유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합병 비율을 이 부회장에게 보다 유리하게 산정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비율 조작의 구체적인 행위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 부회장 측은 “합병 조작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비율을 정하는 것으로, 합병을 불법으로 본다면 합병 비율을 잘못 산정했다는 단서가 있어야 한다”며 “합병비율 조작이 없고 법령에 따라 시장 주가에 의해 비율이 정해진 기업 간 정상적인 합병을 범죄시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검찰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회계 전문가는 “회사 입장에서는 법 허용 범위 내에서 유리한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관리가 아닌 조작이라는 소명이 있어야 혐의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檢, 분식회계 논란 때 이미 첫 단추 잘못 뀄다”

학계에서는, 불법 합병을 은폐하기 위해 삼성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를 부풀리는 등 부정회계를 저질렀다는 검찰 주장에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합병 이후에 일어난 회계 처리가 주가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에 근거가 없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학 경영학과 A 교수는 “처음에 시민단체와 검찰이 의심했던 것은 주가를 부풀려 합병 비율을 조작했다는 것인데, 합병 비율에 대한 논란이 불식되자 이번엔 ‘주가 사후 합리화를 위해 회계 처리를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합병 이전에 분식회계가 이뤄져서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합병 이후엔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다른 대학 경영학과의 B 교수는 검찰이 억지로 사건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검찰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분식회계 고발 건을 시작으로 합병 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시간 순으로 보면 불법 합병에 앞서 분식회계의 혐의 여부를 따져야 한다”며 “학계에서는 이미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견해가 많지만 ‘분식회계 혐의가 없다’고 인정하면 (검찰의) 경영권 불법승계에 대한 수사 정당성도 흔들리게 돼 이를 뒤로 미루다 보니 결국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고 꼬집었습니다.

반면, 또 다른 대학 경영학과 C 교수는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처음에는 분식회계라고 하더니 지금은 합병 비율 조작에 대한 사후 관리라고 하는 게, 수사에 힘이 빠지는 모양새”라고 봤습니다.

이 부회장이 기소되면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한국 정부와 진행 중인 ISD 소송이 한국에 불리해졌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엘리엇의 주장은 두 회사의 합병으로 피해를 봤다는 것인데, 이에 대응하는 정부와 검찰 입장이 결국 다르기 때문입니다. 재계에서는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가 엘리엇 소송에서 질 수 밖에 없고, 비단 엘리엇에서 그치지 않고 삼성이라는 회사 자체가 공중 분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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