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숫자놀음 계속"…'기대 이하' 거리두기 지침에 자영업자 울분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단계적 일상 회복 이른바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정부가 완화된 거리두기 방역지침을 내세웠지만,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폐업한 상점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현재 적용되고 있는 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 거리두기를 오는 18일 0시부터 31일 24시까지 2주 연장한다고 15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누적된 사회적 피로감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 일부 지침을 완화했다.

당국은 거리두기에 시간 조건을 없애고, 모임 인원을 늘렸다. 수도권을 비롯한 4단계 지역 기준 모든 다중이용시설에서 접종완료자 4명을 포함 최대 8명까지 모일 수 있다. 3단계 지역은 접종완료자 6명을 포함 최대 10명까지 허용했다. 비교적 감염 위험이 낮은 독서실·스터디카페·공연장·영화관은 자정까지 운영 시간이 확대됐다.

그러나 이러한 완화된 거리두기가 자영업자들 기준에 못미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영업 단체들이 그간 원했던 ‘제한 없는 영업시간’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3단계 지역에서는 영업시간이 자정으로 늘어났지만, 4단계에선 여전히 오후 10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하다.

전국카페사장연합회,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 등 단체가 모인 한국자영업자협의회는 이날 “자영업자가 바라는 것은 24시간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 권리 보장”이라며 “자영업자의 권리를 숫자놀음으로 쥐락펴락하는 방역당국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며 대단히 유감을 표하는 바다”라고 호소했다.

이들 단체는 “시간 통제 방식의 방역 수칙은 ‘풍선효과’ 등으로 실효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라며 “시간에 연연하는 방역 수칙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덧붙였다. 고장수 협의회 공동의장은 “그간 누적된 피해를 고려하면 기대에 훨씬 못 미친 방역 지침”이라며 “각 업종에서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11월 위드 코로나 전 이번 거리두기 조정안에 완화된 지침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유흥업계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감염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한 유흥시설은 이번 거리두기 완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원봉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사무총장은 이데일리에 “사장님들이 전부 힘이 빠져 있다”며 “우리가 문을 닫았다고, 그동안 확진자가 줄어든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최 사무총장은 “우리가 왜 고위험시설인지 어떤 데이터가 있는지 아니면 국민 정서상으로 분류해놓은 건지, 주먹구구식 행정을 하는 정부가 무능하다”며 “향후 차량 시위 등 활동을 검토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한편 자영업자들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11월 위드 코로나 시행에 정부는 여지를 남겨놨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통제관은 15일 “큰 문제가 없으면 11월 초에도 할 수 있고, 조금 만약에 늦어지게 된다 그러면 다소 연장할 수 있다”며 “이번이 마지막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기간이 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