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밖엔 갈곳이 없었다‥'이자 3만%' 대출 내몰린 서민

정해진 금리 없이 고객과 흥정으로 소액 대출
일용직 노동자·영세 소상공인 등 저신용자 착취
13만명 대부업서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나
  • 등록 2020-09-24 오전 11:01:00

    수정 2020-09-25 오전 10:59:09

특사경도 놀랐다 이런 살인적 금리는 처음 봤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27만원을 빌려주고 다음날 50만원을 갚도록 계약을 합니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의 약점을 파고든 것이죠. 연 이자율로 치면 3만1000%나 됩니다. 법정 최고금리가 24%인 시대, 살인적인 불법 대출이 지금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에 따르면, 고향 선후배 사이로 구성된 일명 ‘황금대부파’는 2018년 6월부터 수도권과 부산 등에서 이런 식의 불법 대부행위를 벌였다. 주로 일용직 노동자나 영세 소상공인, 택배기사 등 저신용자를 먹잇감 삼았다. 1주일 이하 초단기로 20만~100만원 정도의 소액을 빌려준 뒤 원금보다 많은 이자를 붙여 되돌려받는 식이다.

27만원 빌려주고 연 3만% 이자 뜯어내

이들의 대출에는 딱히 정해진 금액과 금리조차 없었다. 상황에 따라 일종의 흥정을 했다. 예를 들어 대부업체를 찾은 소비자가 “오늘 40만원 빌려주면 내일 바로 50만원으로 갚겠다”고 신청하면, 이 조직에선 “50만원 말고 70만원으로 갚으라”고 하는 식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다른 대안이 없는 처지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다. 이를 받아들이면 계약은 성립한다.

1주일 만기 대출의 경우 50만원을 빌려주면 먼저 선이자 20만원을 공제해 지급한다. 만약 1주일 안에 못 갚을 경우 1주일 이자인 20만원을 추가로 내면 일단 만기를 1주일 더 연장해주는 식이다.

경기도 특사경 관계자는 “연 3만1000%는 적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높은 이자율일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연 2만%나 1만8000% 등의 불법대출도 있었다”고 전했다. 살인적 이자가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제때 돈을 갚지 못하면 가족과 지인에게까지 문자나 전화로 공갈과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식의 피해를 입은 사람은 3610여명, 대출규모와 상환금액은 35억원 상당이다. 경기도 특사경은 황금대부파 총책 등 9명을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검거해 지난 7월 검찰에 송치했다.

김영수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이 지난 4월 ‘불법대부업 기획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더 갈 곳 없는 취약층‥지옥인지 알고 찾았다

소비자의 대부분은 이곳이 불법사금융 업체란 사실을 알고도 찾았다. 제도권이나 정책금융기관에서 더 돈을 빌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조직은 온라인에서 ‘무직자 대출’이나 ‘신용불량자 대출’ 등을 홍보해 불특정 다수를 끌어들였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이용자 설문조사 등을 바탕으로 대부업을 이용한 6등급 이하 저신용자 가운데 지난해 8만9000명~13만명이 신규로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금액으로는 약 1조5000억~2조300억원 규모다. 1금융권과 2금융권에 이어 대부업계에서도 거절당한 사람이 이 시장으로 가는 것이다.

물론 범정부 차원에서 불법사금융 근절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경찰은 대대적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피해자 상담과 구제활동에 적극적이다. 전용 유튜브 채널(불법사금융 그만!)을 새로 만드는 등 피해예방 활동에 나섰다. 불법대출에 대해선 최고 이자를 연 24%에서 6%(상사이자율)만 적용토록 법률을 개정하는 등 입법 조치도 추진한다.

하지만 이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한 측면이 있다. 불법사금융으로 가는 사람을 최대한 줄이는 게 가장 시급하다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이용자 4명 중 3명(75.9%)은 불법 대출임을 알고 있다고 했다.

연 17% 금리의 ‘햇살론17’ 등 서민정책금융상품 확대가 한 방법일 수 있다. 현실적으로 대부업 역할도 중요하다. 불법사금융으로 가기 전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 이용자는 177만7000명으로 9년 만에 2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면서도 “신용이 낮고 소득이 적은 사람의 불법사금융 수요를 어떻게 줄일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불법 대부업체에서 압수한 광고전담. (사진=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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