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행동주의' 라이프운용, SK에 자사주 소각 요구

가치투자 1세대 이채원, SK에 주주서한 발송
"SK 고질적 지주사 디스카운트"
"자사주 10% 소각하고 리스크 전담임원 선임해야"
  • 등록 2022-04-26 오전 11:26:15

    수정 2022-04-26 오전 11:26:15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와 행동주의를 결합한 새로운 투자개념을 표방하며 지난해 출범한 라이프자산운용이 SK㈜를 타깃으로 정했다. SK(034730)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소각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라이프자산운용은 SK가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의 10%인 180만주를 소각하고, 리스크 관리를 위한 리스크전담임원(CRO) 선임 및 리스크관리위원회 신설을 요구하는 내용의 주주서한을 발송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에 소각을 요구한 자사주는 시가로 약 4600억원 수준이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SK는 최근 적극적인 자본 운용을 통해 계열사 지배를 위한 단순 지주회사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영역을 개척하고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투자회사’로 구조혁신에 성공했다”며 “그런데도 SK의 뛰어난 투자성과는 여전히 시장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SK는 2017년 이후 주당 순자산가치(BPS)를 연 11.5%씩 높여왔다. 같은 기간 세계 최고의 투자회사로 불리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BPS 성장률이 연 12% 수준임을 감안하면, SK는 이미 투자회사로서의 역량을 증명했다는 게 라이프자산운용의 판단이다. 하지만 SK의 주가는 여전히 5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라이프자산운용은 이같은 주가 저평가의 원인으로 고질적인 지주사 할인(디스카운트)를 꼽았다. 국내 증시에서는 지주사에 관습적으로 디스카운트를 적용하는데 SK도 예외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자사주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로 주주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시장이 믿지 못하는 점,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이루어진 대대적인 사업 포트폴리오의 전환에 따른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 등도 저평가 요인으로 봤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사주 일부를 소각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기준 SK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는 발행주식 총수의 24%에 달한다.

강 대표는 “SK가 지난 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 소각을 언급했지만 ‘자기주식 소각’은 회사가 주총에서 말한 ‘고려할 만한 옵션’이 아닌 최우선 주주환원 정책이 돼야 한다”며 “올해 약 20여개의 국내 상장사들이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고 이러한 발표 이후 해당 기업의 주가가 상승한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라이프자산운용은 SK의 급격한 구조변화에 따른 위기대응능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투자 리스크의 총량을 관리하는 리스크전담임원(CRO)을 임명하고,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강 대표는 “SK의 주된 재원 조달 원천은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인데 최근 지주회사와 자회사들이 동시에 투자규모를 확대하면서 배당금이 축소되고 단기차입 의존도가 증가했다”며 “SK의 현금흐름에 대한 우려는 기업가치 할인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최근 국제정세의 혼돈 속에 탈세계화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고 인플레이션은 장기화하고 있어 시장 위기 대응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며 “SK가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신규 투자 등 자본배분 및 운용에 관한 사항을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SG 우호적 행동주의’를 표방하며 2021년 출범한 라이프자산운용은 ‘가치투자 1세대’인 이채원 전 한국투자밸류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강대권 대표와 라이프자산운용의 전신 다름자산운용의 설립자 남두우 대표가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현재 2700억원 수준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대표 펀드로 ‘라이프 한국기업ESG향상 펀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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