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과수면증, 흔히 다른 질환으로 오해받아

수면 시간 부족한 청소년, 낮시간 졸림 현상 과수면으로 오인
우울감, 학업피로, 불면 증상 환자가 과수면으로 진단받는 경우 드물지 않아
  • 등록 2023-05-31 오후 2:22:20

    수정 2023-05-31 오후 2:22:20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과다수면장애는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시간동안 잠을 자고 나서도 주간에 졸린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국제 수면장애 분류지침에 따르면 과다수면장애에는 여러 가지 질환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병은 기면병이다. 기면병은 저항할 수 없는 정도로 심한 졸림이 낮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증상을 특징으로 한다.

건국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준 교수는 “잠이 들거나 잠에서 깰 때 환각이 느껴지거나, 낮에는 졸린데도 불구하고 밤에는 수면을 잘 취하지 못하거나, 가위에 자주 눌리는 등의 증상들 흔히 동반한다”고 말했다.

기면병에서 또 하나 특징적인 증상은 낮 시간 활동 중 갑자기 몸의 일부나 전체에서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이다. 탈력발작의 유무에 따라 기면병을 1형과 2형으로 나눈다. 기면병 이외에도 과대수면을 유발하는 질환으로는 특발과다수면이 있다. 이는 기면병과는 달리 깨우지 않으면 10시간 또는 그 이상을 잘 만큼 야간 수면이 긴 것이 특징이다. 진단기준에 따르면 특발과다수면에서는 탈력발작은 없고, 술에 취한 사람처럼 아침에 일어날 때 잠에서 깨기 어려운 수면관성 증상을 보인다.

과다수면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설문검사와 면담을 통해 우울이나 불안, 주간 졸림증 정도를 먼저 평가하고, 1박 2일에 걸쳐 야간수면다원검사와 다중수면잠복기검사를 시행한다. 야간수면다원검사에서 수면무호흡증 등 주간졸림증을 유발하는 다른 수면장애 여부를 확인하고, 다중수면잠복기 검사는 다음 날 낮동안 시행해 평균 수면잠복기와 렘수면잠복기를 측정해 과다수면장애를 확진한다. 진단이 이뤄지면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치료를 요한다.

치료는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로 나눠진다. 약물치료로는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시켜 각성을 유지시키는 모다피닐/아르모다피닐과 같은 약물을 사용하며, 최근에는 히스타민 수용체에 작용해 주간졸림증과 탈력발작을 호전시키는 피톨리산트라는 약물이 국내에 도입돼 과다수면장애의 치료에 있어 약물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비약물적 치료로는 생활습관 및 행동 교정이 있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 운동, 건강한 식이, 수면위생, 필요시 규칙적인 낮잠을 자는 것 등이다.

과다수면장애는 대부분 사춘기 이후부터 초기 성인 사이에 호발한다. 따라서 이 시기에 발생하는 다른 병이나 신체 상태와 혼동하기 쉽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아동기에 비해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뒤로 밀리는 수면위상지연 현상이 일어나서 밤에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는 경우가 흔하고, 또 늦게까지 공부를 하는 경우가 있어 수면부족도 흔하다. 청소년기 과다수면장애의 영향은 단지 수면과 관련된 영역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청소년 환자들 중 과다수면의 증상들을 직접 호소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 대신, 우울감이나 과민함 등 기분의 변화나 주의집중력의 장애로 학업의 어려움, 피로, 불면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중 결국 과다수면장애로 진단받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즉, 과다수면장애에 의한 증상으로 낮시간에 졸리고, 피곤하며 무기력하고 예민해지며, 공부할 때 집중이 잘 되지 않고, 반대로 밤에는 잠이 잘 오지 않는 것이다. 이런 청소년 환자들이 과다수면장애를 진단받고 본인과 가족이 증상의 원인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치료를 받음으로써 일상생활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따라서 과다수면장애가 의심되는 경우, 수면의학 전문의와 상의해 올바른 검사 방법 및 치료에 대해 상담을 받는 것이 권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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