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억? 76억? 가장 비싸게 팔린 쿠사마 '호박'인데 왜…

서울옥션 홍콩경매서 낙찰, 쿠사마 야요이 '호박'
"해외 서면응찰자"에게 64억2천만원에 팔렸으나
옥션, 이례적 구매수수료 포함 76억원으로 발표
국내 쿠사마 최고가, 올해 경매 최고가 기록에도
'포장한 낙찰가', 미술시장 결산에 영향 미칠 듯
  • 등록 2022-11-30 오후 2:18:22

    수정 2022-12-01 오전 8:04:33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OTRSSA·2014)과 노란 땡땡이를 배경으로 앉은 쿠사마 야요이. 80호(112×145.5㎝) 크기의 ‘호박’은 29일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한 ‘제33회 홍콩경매’에서 64억 2000만원에 팔리며 ‘호박’ 시리즈를 비롯해 국내서 거래된 쿠사마 작품을 통틀어 최고가를 쓴 동시에 올해 국내 경매서 팔린 모든 작품 중 가장 비싼 낙찰작이 됐다(사진=서울옥션).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64억 2000만원에 낙찰됐습니다, 해외에서 서면으로 응찰해주신 고객에게.”

‘호박’을 향한 애정이 도무지 식지를 않는다. 이번에는 ‘초록 호박’이다. 쿠사마 야요이(93)의 80호 대형크기(112×145.5㎝)의 ‘호박’(OTRSSA·2014)이 64억 2000만원에 팔렸다. 29일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한 ‘제33회 홍콩경매’에서 ‘호박’은 시작가 59억원에 출발해 64억 2000만원을 써낸 ‘해외 서면 응찰자’에게 낙찰됐다. 이로써 ‘호박’은 지금껏 국내 미술품 경매에서 거래한 쿠사마의 작품을 통틀어 가장 비싼 작품이 된 동시에 올해 국내 경매서 팔린 모든 작품 중 가장 비싼 낙찰작이란 기록까지 꿰찼다.

호박 안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무수한 점과 그물 패턴. 그 속에서 초록과 검정의 강한 대비를 표현한 작품은 그동안 국내 경매에서 내놓은 쿠사마의 별별 ‘호박’ 중 가장 크다. 그 크기만큼 가격도 역대 최고가를 찍게 된 거다.

지금껏 쿠사마의 국내 경매 낙찰작 중 최고가는 지난해 11월 서울옥션 ‘윈터세일’에서 54억 5000만원에 팔린 노란색 ‘호박’(1981)이 가지고 있다. 이 ‘노란 호박’은 지난해 굵직한 두 개의 기록을 꿰찼더랬다. ‘국내 경매서 거래된 쿠사마의 작품 중 최고가’와 ‘2021년 국내 경매에서 거래된 모든 작품 중 최고가’. 결국 ‘노란 호박’의 그 화려한 전적을 이번에는 64억 2000만원에 팔린 ‘초록 호박’이 고스란히 이어가게 된 거다.

서울옥션, 이례적으로 구매수수료 붙인 낙찰가 발표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이튿날인 30일 서울옥션에서 발표한 ‘호박’의 낙찰가가 말이다. 한동안 모든 ‘경매결과’에 대해 함구해오던 서울옥션이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냈는데. 여기에 명시한 ‘호박’의 낙찰가가 64억 2000만원이 아닌 ‘76억원’이기 때문이다.

서울옥션은 그 76억원에 대해 구매수수료를 포함한 가격이란 것을 밝혔다. 사실 ‘호박’의 새 주인이 지불해야 할 가격은 76억원 정도가 맞다. 서울옥션이 모든 경매에 붙이는 구매수수료는 18%. 그에 따라 계산한, 낙찰가 64억 2000만원에 대한 구매수수료가 11억 5560만원이니, 그 둘을 합치면 75억 7560만원, 대략 76억원인 셈이니까.

문제는 유독 ‘호박’에만 구매수수료를 더한 낙찰가를 발표한 건데. ‘호박’ 외에 보도자료에 명시한 장마리아 ‘무제’(2022)의 2900만원, 우국원 ‘블랙캣’(2020)의 9600만원, 이배의 ‘브러시스트로크 A22’(2021)의 1억 4000만원 등은 현장에서 경매사가 경매봉을 내리칠 때 나온 그 가격 그대로다.

쿠사마 아요이의 ‘호박’(Pumpkin·1981). 50호(116.7×90.3㎝) 크기의 노란 ‘호박’은 지난해 11월 서울옥션 ‘윈터세일’에서 54억 5000만원에 팔렸다. 29일 초록 ‘호박’이 기록을 뒤집기 전까지 ‘국내서 거래된 쿠사마 작품 최고가’인 동시에, ‘2021년 국내 경매서 팔린 가장 비싼 낙찰작’이었다(사진=서울옥션).


이제껏 서울옥션이 발표한 경매결과에 ‘구매수수료’가 포함된 적은 없다. 지난해 최고가 낙찰작 ‘노란 호박’이 가진 54억 5000만원 역시 구매수수료를 제외한 액수다. 그럼에도 굳이 이처럼 ‘호박’의 낙찰가를 비싸게 포장해 발표한 이유는, 경매에 앞서 서울옥션이 내놓은 ‘호박’의 추정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서울옥션이 이번 ‘홍콩경매’를 예고할 때 제시한 ‘호박’의 추정가는 80억∼180억원. 일단 시작가만 넘어선다고 해도 올해 국내 경매 최고가 낙찰작이 되는 동시에, 또 국내 경매에서 팔린 쿠사마의 가장 비싼 ‘호박’이 되니, 단연 화제가 됐던 터다.

‘최고가 작품’ 등극했으나…납득하기 어려운 ‘가격 포장’

하지만 무려 100억원의 간격을 둔 추정가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이날 경매는 “추정가를 조정한다”는 경매사의 짧은 멘트와 함께, 낮은 추정가보다 무려 21억원을 낮춘 59억원에서 시작했다. 게다가 그마저도 가격을 크게 끌어올리지 못했고 결국 64억 2000만원에서 멈춰야 했던 거다.

한동안 쿠사마의 초록색 ‘호박’은 ‘최고가 작품’으로 국내 미술시장이 내놓을 모든 통계·집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한 해 결산에 포함되는 건 물론, 각종 순위에 가장 맨 윗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만약 76억원으로 집계를 한다면 예년 통계와 정확한 비교가 어려울 뿐더러, 이제껏 없던 단서가 계속 따라붙어야 한다. ‘구매수수료 포함’이라는. 그저 더 비싸게 낙찰된 작품으로 보이기 위한 장치 그 이상의 영향력이란 얘기다.

이번 ‘홍콩경매’는 서울옥션이 2년 반 만에 재개한 ‘홍콩세일’이다. 비록 홍콩 현지가 아닌 서울에서 진행한 ‘반쪽짜리’ 경매여도 기대는 컸다. 여전히 ‘홍콩’은 국내 미술품이 대거 공략할 수 있는 ‘자금력 있는 해외시장’이라서다. 84점을 출품하며 약 211억원 규모로 꾸렸다.

하지만 경매 전 이미 출품 취소된 작품이 7점, 경매 중 유찰된 작품이 27점이다. 서울옥션이 이번 ‘홍콩경매’의 결과로 집계한 낙찰총액은 약 125억원(낙찰률 65%). 이 125억원 안에 ‘호박’이 76억원으로 더해졌을지, 64억 2000만원으로 더해졌을지는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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