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첫 만남' 바이든, 인권·해킹 '돌직구'…트럼프·오바마와 달랐다

바이든-푸틴 스위스 제네바서 첫 미러 정상회담
바이든, 인권·해킹 테이블 올려…트럼프와 달라
바이든 '나발니 투옥' 선공에 푸틴 '흑인 인권' 반격
오바마 격하한 '지역 강대국’서 '강대국' 격상
  • 등록 2021-06-17 오후 12:15:54

    수정 2021-06-17 오후 12:15:54

바이든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해킹과 인권 등 러시아 입장에선 불편한 사안들을 문제 삼았다. 이는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꺼내지 않았던 이슈들로, 미국이 민감해하는 문제들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돌직구를 날린 것이다. 다만 러시아를 묘사하는데 있어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우호적인 표현을 쓰는 등 예우를 갖췄다.

바이든 ‘나발니 투옥’ 선공…푸틴 ‘흑인 인권’으로 반격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팽팽한 기싸움을 펼쳤다.

바이든 대통령이 선공에 나섰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정적이자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를 언급하며 “나발니가 감옥에서 죽는다면 그 결과는 러시아에 치명적일 것”이라며 러시아가 외국인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경고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되레 미국에 인권 문제를 지적하며 반격했다. 그는 나발니에 대한 질문을 일축한 뒤 미 의사당 난입사건, 흑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 관타나모 수용소 등을 거론하며 “무질서와 파괴, 법 위반을 느꼈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우리 영토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그러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말도 안 되는 비교”라며 코웃음을 쳤다.

두 정상은 이처럼 한치의 물러섬 없이 상대 국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면서도 사이버 해킹과 관련해선 합의를 이뤘다. 러시아는 미 안보당국으로부터 지난 2016년과 2020년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엔 미 최대 송유관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에 대한 랜섬웨어 공격의 배후로 지목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금융서비스·통신·방위산업 등 16개 분야 목록을 제시하고 “이들은 사이버 공격 ‘금지’ 대상이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만약 러시아가 이를 어길 경우 미국도 상당한 사이버 능력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거듭 부인하며 금지 목록에 동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 언급을 꺼렸다(사진=AFP)
‘외교통’ 바이든, 트럼프·오바마와 무엇이 달랐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전임자들과 달리 강약을 조절하며 능숙한 모습을 보였다. 30여년 간 미 상원의원과 부통령을 지내며 쌓아온 정치 경력, 오랜 기간 미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냈던 이력 등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만만치 않은 정치 경력을 가진 푸틴 대통령조차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예상대로 매우 균형 잡혀 있으며 건설적인 파트너”라며 “언뜻 봐도 아주 노련하다”고 소개했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나발니를 주요 의제로 다뤘다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비된다. 정상들 간 대화에서 상대국이 민감해하고 불편해하는 이슈를 테이블 위에 올리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적국으로 규정한 러시아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미국의 강인한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러시아의 인권 침해 혐의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만 러시아를 ‘강대국’으로 묘사했다. 2014년 오바마 전 대통령은 러시아를 ‘지역 강대국’이라 격하했는데, 당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로 합병한 뒤 주요 8개국(G8)에서 제외되며 전세계적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의 단어 선택은 러시아를 격상시키는 듯한 표현”이라고 논평했다.

푸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사진=AFP)
이번 회담의 승자는 러시아라는 평가도 나온다. CNN은 러시아가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할 수 있었다며 “푸틴 대통령은 정확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며 “미국이 먼저 이번 회담을 요청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미 대통령과 비슷한 위상의 지도자임을 확인시켜줬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전반적으로 같은 언어로 얘기했다. 양측 모두 서로를 이해하고 입장을 좁히는 길을 모색하려는 의지를 보였다”고 밝힌 것도 그가 바이든 대통령과 동등한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WP 역시 “양측의 불평을 토로하는 것 이상을 허용하기엔 몇 시간 동안의 회담은 너무 짧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엔 부족했다고 평했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담의 성공 여부는 합의한 내용에 적절하게 후속 조치가 취해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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