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 소비자 보호법, 어쩌다 `금융결제원` 밥그릇 싸움으로 비화했나

내달 2월 임시국회 개회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논의 전망
페이 업체 성장에 소비자 보호하겠다던 법이..
갑자기 금융결제원 관리·감독으로 주객전도
  • 등록 2021-01-27 오전 11:00:01

    수정 2021-01-28 오전 11:01:39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빅테크 업체들을 통한 송금, 결제 등이 늘어나면서 관련 소비자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추진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금융결제원을 둘러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

페이 사용자 보호한다던 법이 왜 밥그릇 싸움으로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내달 1일 개회하는 2월 국회에선 금융위가 추진하고 윤관석 더불어 민주당 겸 정무위원장이 제출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방침이다. 이 법안이 처음 제출된 작년 11월 안팎으로 한은과 금융위는 계속해서 논의 과정을 거치고 있으나 아직 접점을 못 찾은 상태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금융위 “빅테크 내부거래 청산 감독 필요..금결원도 들여다 봐야”


법 개정안의 핵심은 빅테크 페이업체를 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 금융위가 지정, 최소 자본금을 갖추게 하고 계좌 개설을 허용하고 이들이 금융플랫폼을 통해 불건전행위를 할 경우 이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토록 하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선 한은도, 금융위도 이견이 없다. 문제는 341페이지에 달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중 고작 다섯 차례 등장하는 ‘금융결제원(이하 금결원)’에 대한 부분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위가 빅테크 업체의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의 허가, 관리, 감독을 맡게 된다. 더 나아가 금결원의 청산 업무까지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금결원은 지급결제시스템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금융회사간 청산 업무를 맡아왔고 한은은 최종 결제 기관으로서 금결원 사원 총회 의장으로서 의사 결정을 해왔다. 사실상 금결원을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한은에서 금융위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2019년 3월에는 한은 퇴직 인사가 갔던 금융결제원장 자리에 금융위 고위직 출신이 앉기도 했다.

소비자들이 페이 등을 자주 사용하면서 빅테크 업체들의 금융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는데 이들을 어떻게 관리 감독할 것이냐의 문제다. 금융위는 2019년 독일 핀테크 업체 와이어카드가 수 조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을 보면 빅테크 업체들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할 수밖에 없고 그 범위를 빅테크 업체의 내부 거래 청산까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출자해 만든 민간 사단법인 `금결원`을 감독할 권한이 애초에 금융위에 있고 금결원이 청산 업무를 하니 금결원까지 들여다봐야 빅테크 업체들에 대한 관리 감독까지 할 수 있다는 게 금융위의 생각이다. 청산은 A은행이 B은행에 지급해야 할 차액을 계산하는 금융회사간 청산 뿐 아니라 A은행 내부, 즉 빅테크 업체 자체에서 이뤄진 거래도 청산 업무 중의 하나라는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끼리 청산하고 결제까지 이뤄지기 위해선 서로간 거래가 투명해야 하는데 빅테크 업체들이 은행 수준의 투명성을 갖고 있지 않고 토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세 곳만 합쳐 하루 930만건씩 내부 거래가 일어나는데 은행처럼 오후 4시에 문 닫고 대사하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금융회사간 청산, 결제가 이뤄지기 이전에 내부 거래 청산의 신뢰성을 먼저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빅테크 내부 거래를 금결원 결제망에 심어놔 문제가 터졌을 때 감독기관이 들여다볼 수 있는 툴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결원 관계자는 “빅테크 업체들이 고객 돈 받아서 엉뚱한 곳에 쓰거나 돌려 막거나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빅테크 업체들을 관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금결원이 청산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금융위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한은 “청산과 결제는 뗄 수 없는 영역..결제 사고 나면 누구 책임?”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야 누가 뭘 하든 간에 금융 사고만 안나면 문제가 없겠으나 관건은 청산과 결제가 따로 이뤄질 수 있느냐다. 금결원이 하는 청산 업무는 금융위가 관리, 감독하고 결제 업무는 한은이 기존대로 하는데 청산과 결제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업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A은행이 B은행에 줘야 할 돈이 있는데 돈이 모자라다면 부족한 자금을 일중당좌대출제도를 통해 대출해 줄 수 있는 기능도 한은에 있다. 개정안에는 이런 점을 고려해서인지 한은이 결제기관으로서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의 결제 불이행 위험을 감축하는 것에 대해선 금융위 감독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청산 영역만 따로 떼서 관리, 감독하겠다고 하니 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의 목적이 다른 곳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특히 금결원이 담당하는 온라인뱅킹 등 소액결제시스템은 작년 일평균 80조2000억원이 지급되고 이중 빅테크 업체들이 참여하는 `오픈뱅킹 공동망`은 3000억원으로 고작 0.4%도 채 안 된다.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고작 0.4%를 들여다보기 위해 금결원 전체에 관한 통솔권을 갖겠다고 하니 주객이 전도된 법안이란 게 한은의 비판이다.

한은 관계자는 “전자금융거래법은 겉으론 소비자 보호를 명목으로 빅테크 등의 법적 책임을 정의한 법률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 법을 통해 금융위는 금결원에 대한 지배구조를 가져가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결제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질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한은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역사적으로 지급결제 업무를 해온 것은 최종 대부자로서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라며 “빅테크 업체가 지급결제 과정에서 자금이 펑크가 나면 금융위가 할 수 있는 것은 중앙은행한테 와서 돈 메우라고 하는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위 관계자는 “일중 유동성 대출해준다고 최종 대부자냐. 가장 큰 사고가 났던 외환위기 때 금융회사 붕괴 막은 것은 정부지, 중앙은행이 아니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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