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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안의 핵심은 빅테크 페이업체를 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 금융위가 지정, 최소 자본금을 갖추게 하고 계좌 개설을 허용하고 이들이 금융플랫폼을 통해 불건전행위를 할 경우 이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토록 하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선 한은도, 금융위도 이견이 없다. 문제는 341페이지에 달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중 고작 다섯 차례 등장하는 ‘금융결제원(이하 금결원)’에 대한 부분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위가 빅테크 업체의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의 허가, 관리, 감독을 맡게 된다. 더 나아가 금결원의 청산 업무까지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금결원은 지급결제시스템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금융회사간 청산 업무를 맡아왔고 한은은 최종 결제 기관으로서 금결원 사원 총회 의장으로서 의사 결정을 해왔다. 사실상 금결원을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한은에서 금융위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2019년 3월에는 한은 퇴직 인사가 갔던 금융결제원장 자리에 금융위 고위직 출신이 앉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끼리 청산하고 결제까지 이뤄지기 위해선 서로간 거래가 투명해야 하는데 빅테크 업체들이 은행 수준의 투명성을 갖고 있지 않고 토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세 곳만 합쳐 하루 930만건씩 내부 거래가 일어나는데 은행처럼 오후 4시에 문 닫고 대사하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금융회사간 청산, 결제가 이뤄지기 이전에 내부 거래 청산의 신뢰성을 먼저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빅테크 내부 거래를 금결원 결제망에 심어놔 문제가 터졌을 때 감독기관이 들여다볼 수 있는 툴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결원 관계자는 “빅테크 업체들이 고객 돈 받아서 엉뚱한 곳에 쓰거나 돌려 막거나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빅테크 업체들을 관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금결원이 청산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금융위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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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소비자 입장에서야 누가 뭘 하든 간에 금융 사고만 안나면 문제가 없겠으나 관건은 청산과 결제가 따로 이뤄질 수 있느냐다. 금결원이 하는 청산 업무는 금융위가 관리, 감독하고 결제 업무는 한은이 기존대로 하는데 청산과 결제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업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A은행이 B은행에 줘야 할 돈이 있는데 돈이 모자라다면 부족한 자금을 일중당좌대출제도를 통해 대출해 줄 수 있는 기능도 한은에 있다. 개정안에는 이런 점을 고려해서인지 한은이 결제기관으로서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의 결제 불이행 위험을 감축하는 것에 대해선 금융위 감독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청산 영역만 따로 떼서 관리, 감독하겠다고 하니 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의 목적이 다른 곳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특히 금결원이 담당하는 온라인뱅킹 등 소액결제시스템은 작년 일평균 80조2000억원이 지급되고 이중 빅테크 업체들이 참여하는 `오픈뱅킹 공동망`은 3000억원으로 고작 0.4%도 채 안 된다.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고작 0.4%를 들여다보기 위해 금결원 전체에 관한 통솔권을 갖겠다고 하니 주객이 전도된 법안이란 게 한은의 비판이다.
그렇다면 결제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질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한은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역사적으로 지급결제 업무를 해온 것은 최종 대부자로서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라며 “빅테크 업체가 지급결제 과정에서 자금이 펑크가 나면 금융위가 할 수 있는 것은 중앙은행한테 와서 돈 메우라고 하는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위 관계자는 “일중 유동성 대출해준다고 최종 대부자냐. 가장 큰 사고가 났던 외환위기 때 금융회사 붕괴 막은 것은 정부지, 중앙은행이 아니다”고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