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첫 최저임금 9620원…을(乙) 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 9620원으로 결정…5.0% 인상
차등적용부터 가구 생계비까지…尹정부 첫 심의 논란의 연속
을(乙) 간 갈등의 골 깊어져…회의장 박차고 나간 노사
8년 만에 지킨 법정 심의 기한…“심의 밀도 문제 없어”
  • 등록 2022-06-30 오후 2:00:55

    수정 2022-06-30 오후 9:19:24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윤석열 정부 임기 중 처음이었던 내년도 최저임금이 9620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물가 폭등 상황을 모두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하지만,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만족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3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박준식 위원장(왼쪽)과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인사한 뒤 돌아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특히 올해 심의는 인상률뿐 아니라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이나 가구 생계비 기준 등 최저임금 결정 기준 자체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강했다. 이 과정에서 소상공인과 저임금노동자 등 을(乙) 간의 대립도 거세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다만 올해는 2014년 이후 8년 만에 최저임금의 법정 심의 기한을 지키기도 했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법정 심의 기한에 대한 과한 집착이 오히려 심의를 졸속으로 진행 시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 9620원으로 결정…5.0% 인상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지난 29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962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9160원)보다 5.0% 높은 금액이다. 최임위 공익위원 간사를 맡아 심의를 주도했던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봉쇄 등으로 인한 물가 인상이 생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권 교수는 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5.0%에 대해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3개 기관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 등을 반영한 결과”라고 언급했다. 이들 기관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의 평균은 각각 2.7%와 4.5%로 계산됐다. 이 두 지표를 더하고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 2.2%를 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도출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계산식은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과 동일한 방식이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경기 예측은 여러 변수들로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장기간으로 보면 일정한 계산식으로 수렴이 된다고 본다”며 “장기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방법론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하다 보면 경제적 변수들을 수렴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차등적용부터 가구 생계비까지…尹정부 첫 심의 논란의 연속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심의까지 마무리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첫 최저임금 심의도 끝이 났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논란이 일며 역대급 진통이 예상됐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최저임금을 지역별·업종별로 차등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심의에선 법적 근거가 있는 업종별 차등적용에 관심이 집중됐다.

노사는 지난 4월 상견례 격인 최임위 첫 회의에서부터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의 업종별 차이가 크다며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한 노동계는 오히려 최저임금 결정 기준 중 하나인 생계비를 결혼하지 않는 직장인 1인 가구가 아니라 2인 이상의 다(多)인 가구의 생계비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맞섰다.

결국 최임위는 본격적인 심의에 착수해 8시간이 넘는 ‘끝장 토론’ 끝에 내년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최임위가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과 가구 생계비 기준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연구용역을 추진하라고 권고하는 안을 마련하면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박준식 위원장은 “최저임금과 같이 국민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을 깜깜이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타당성이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논의를 진전시켜야 국민들도 공감할 수 있는 만큼 업종별 차등 적용과 생계비 문제를 동일한 비중을 갖고 연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익위원이 내년도 최저임금 9,620원을 제시한 가운데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표결을 거부하고 퇴장한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를 비롯한 사용자 위원들이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을(乙) 간 갈등의 골 깊어져…회의장 박차고 나간 노사

특히 올해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 등 이른바 을(乙)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최저임금 심의가 열리는 날이면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저임금노동자를 대표한 양대노총과 자영업자 등을 대표하는 소상공인 연합회가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실제로 사업자와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은 5인 미만 사업장 등 소상공인에 집중된 현상이다. 2021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의 최저임금법 위반 관련 신고 처리 건수는 945건으로 전체 신고 처리 건수(1852건)의 51%를 차지했다. 5~50인 미만 사업장도 491건으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의 갈등만 77%에 달한다.

이에 소상공인과 저임금 근로자를 내세우며 최저임금 인상률 공방을 벌인 노사 양측은 결국 표결에도 참여하지 않고 회의장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5% 인상으로 저임금노동자들의 삶이 더욱 힘들어지게 됐다”고,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중소 영세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한계 상황에 도달했기 때문에 5% 인상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고 퇴장 이유를 전했다.

2023년도 최저임금 인상 근거(자료=고용노동부 제공)
8년 만에 지킨 법정 심의 기한…“심의 밀도 문제 없어”

한편 올해 심의는 최저임금 심의의 법정 기한을 2014년 이후 8년 만에 지켰다. 최저임금 심의 기한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심의 요청을 한 날로부터 90일 동안이다. 앞서 지난 3월 31일 고용부 장관이 심의를 요청했기 때문에 올해 법정 심의 기한은 6월 29일까지였다.

다만 노동계에선 법정 심의 기한을 무리하게 준수하려다 심의 자체가 졸속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 권순원 교수는 “노사가 최초요구안을 제출한 6차 전원회의 이후 시간으로만 따지면 40시간 가까이 논의했다”며 “날짜를 기준으로 며칠 논의했는지로 판단할 필요가 없고, 실제 논의 시간으로 봐도 심의의 밀도에는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박준식 위원장도 “만 3년 동안 최저임금위원회 제도의 예측 가능성과 지속성, 합리성을 높여나갈 방법을 고민했다”며 “다소 무리가 있다는 의견에도 법정 기한을 지키는 것이 제도의 불확실성 줄이고 합리성 높이는 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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