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맹견보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맹견보험은 자신이 기르는 맹견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사망·후유장애·부상, 다른 사람의 동물에 대한 피해를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맹견 견주라면 오는 12일까지 의무적으로 ‘맹견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맹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보험 가입 속도는 현저히 느리다. 일부 농어촌 지역에서는 도사견 등의 맹견을 키우면서 동물등록도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를 키우면서 보험까지 꼭 들어야 되나’라는 반감이 적지 않다. 보험사들도 적극적이지 않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상품 출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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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손해보험사 16곳의 손해보험사(코리안리 제외) 중 맹견보험 상품을 출시한 회사는 하나손해보험과 NH농협손해보험 두 곳뿐이다. 하나손해보험이 지난달 25일 가장 먼저 출시했고, NH손해보험은 지난 1일 출시했다. 하지만 현재 두 곳의 맹견보험 가입건수는 상당히 미미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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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견보험 출시가 늦어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상품 수익성’ 때문이다. 보험가입 대상 규모는 현저히 작은데, 보험금으로 지급되는 금액은 너무 많다는 게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맹견보험은 타인이 맹견 때문에 사망하거나 후유장애를 입은 경우 피해자 1명당 8000만원을 지급해주고, 부상의 경우 피해자 1명당 1500만원, 타인의 동물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사고 1건당 200만원 이상을 보상해주는 식으로 설계돼 있다.
그런데 맹견보험의 시장 규모는 크지 않다. 가입 대상으로 분류되는 견종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의 개 등 총 5종이다. 현재 보험업계가 추정하는 동물등록 된 맹견은 2000마리 수준이며, 등록되지 않은 맹견까지 합하면 약 1만마리 정도가 된다. 보험료로 연간 1만5000원 정도를 받으면 시장규모는 약 15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맹견보험을 판매하거나 출시를 준비 중인 회사는 현재 7곳인데, 15억원 수준의 시장을 7개 보험사가 나눠 갖게 되는 꼴이다. 더욱이 연간 1000건이 넘는 개물림 사고수를 고려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품’일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개물림 사고 건수는 지난 2018년 2368건, 2019년 1565건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보험사는 출시일을 두고 눈치를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먼저 상품을 출시한 보험사에 가입자가 몰리면 상품 출시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측은 “법은 정해진 시한이기 때문에 12일 시행된다”며 “(보험가입률 저조 등에 따른)과태료 부과 유예 등은 현재까지 고려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