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산 넘어 산` 반도체 원판 `웨이퍼`도 日 의존…韓 생산 10% 미만

日 신에츠화학·섬코 전세계 시장 53% 점유
韓 SK실트론이 유일 생산..점유율 9% 수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최첨단 제품엔 일본산 사용
한국 수출 제재 웨이퍼 확대시 심각한 타격 우려
  • 등록 2019-07-02 오전 11:24:12

    수정 2019-07-02 오후 7:22:44

3D 낸드플래시용 웨이퍼. (사진=SK하이닉스)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일본 경제산업성이 오는 4일부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할 예정인 가운데, 반도체 생산의 핵심 원료인 ‘웨이퍼(wafer)’의 일본 의존도도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반도체는 웨이퍼 원판을 개별 칩으로 잘라 만들기 때문에 생산의 근간이 되는 대체 불가능한 소재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도 세계 1·2위 웨이퍼 업체인 일본 신에츠화학과 섬코 등이 생산한 제품을 쓰고 있다. 국내에선 SK실트론이 유일하게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지만 품질이나 생산량 측면에서 일본 업체들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로인해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웨이퍼로 확대되면, 최악의 경우 국내 업체들의 생산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최첨단 미세공정 반도체는 日 웨이퍼 의존

2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실리콘 웨이퍼 시장(2017년 기준)은 신에츠화학(27%)과 섬코(26%) 등 일본 양대 업체가 53%를 점유하고 있다. 이어 독일 실트로닉스(13%), SK실트론(9%) 등의 순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일본 업체들로부터 웨이퍼의 절반 가량을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그룹 계열사인 SK실트론으로부터 받는 웨이퍼 물량이 많아 상대적으로 국내업체 비중이 높지만, 삼성전자는 대부분의 물량을 일본 등 해외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웨이퍼는 반도체 생산의 필수적인 소재로 표면이 반도체 정밀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고도로 평탄해야 한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D램과 낸드플래시, 시스템반도체 등 주요 제품 가운데 미세공정 난이도가 높은 최첨단 제품엔 품질이 우수한 일본산 웨이퍼를 쓰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의 웨이퍼 품질이 일본 업체와 근접했다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미세공정 제품에선 미세한 차이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산 웨이퍼를 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로선 일본의 수출 규제가 어느 수준까지 이뤄질지 알 수 없지만, 웨이퍼까지 대상에 포함된다면 설령 공급선 다변화가 이뤄졌다고 해도 심각한 타격을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웨이퍼 자급 논의…8년 지났지만 1곳만 생산

일각에선 웨이퍼 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 위험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웨이퍼 수급은 우리 수출 주력 상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업황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왔다.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웨이퍼 업체들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며, 재고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메모리 업체들이 대규모 적자를 내기도 했다. 그 결과 D램 시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현재의 ‘빅(BIG) 3’ 체제로 재편이 가속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업계에선 국내 웨이퍼 업체 육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지만 8년이 지난 지금도 SK실트론만 국내에서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다. SK그룹이 2017년 LG그룹으로부터 이 업체를 인수한 이후 설비 강화와 품질 개선 등에 약 1조 5000억원을 투자했지만 전체 웨이퍼 수요를 감당하긴 역부족인 상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외 변수로 인해 국내 반도체 업계의 위기가 올 때마다 웨이퍼 등 소재 경쟁력을 키우자는 주장은 매번 나오지만 실제 투자 결정은 쉽지 않다”며 “각 국가별로 공급망을 이뤄 분업화된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서 국내 업체만 바라보고 시설 투자를 늘리긴 어렵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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