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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7년째 전세살이 중인 30대 후반의 직장인 김모(여)씨. 그는 최근 ‘내 집 장만’을 결심했다. “결국 해답은 부동산”이라는 생각이 번뜩 들어서다.
김씨는 최근 시중은행 몇 군데를 돌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담을 받고 있다. 그는 2억원가량 대출이 필요하다.
그런데 김씨는 한 가지 의아한 게 있었다고 한다. 대다수의 은행 창구 직원들은 매달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를 시뮬레이션 해주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변동금리로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저런 우대금리를 받으면 3% 초반대 금리로 빌릴 수 있으니, 30년 분할로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월 90만원 정도 내면 된다는 식이었다.
김씨는 “앞으로 금리가 급등한다고 하니 고정금리도 알아보고 싶다고 하면 그제서야 안내를 해주곤 했다”고 말했다.
고정금리 가계대출 갑자기 감소
최근 고정금리 가계대출이 감소하고 있어 주목된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9월) 예금은행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비중(신규취급액 기준)은 30.0%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2월(23.8%) 이후 3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고정금리 비중은 올해 중 30% 후반대~40% 중반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비중도 49.3%에 달했다. 그러다가 최근 갑자기 30% 초반대로 내려온 것이다.
반대로 지난달 시중금리 등에 연동된 변동금리 비중은 70.0%로 증가했다.
고정금리 중 상당수는 집 장만을 위한 주담대다. 최영엽 한은 금융통계팀 부국장은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은) 고정금리가 줄어들다보니, 전체 주담대 금리(3.28%→3.24%)도 하락했다”고 말했다.
주담대 금리는 주로 은행채 5년물과 연동돼 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평균 2.22%로 전월(2.21%)과 비교해 1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시장금리가 올랐음에도 대출금리는 반대로 떨어진 것이다. 이례적인 현상이다.
은행이 변동금리를 주로 제시하는 건 시쳇말로 ‘손해볼 게 없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일단 최근 국내외 모두 금리 상승기라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덩달아 상승하는 만큼 은행의 수익성은 더 좋아질 수 있다.
시장금리 상승기에 대한 대응 리스크를 떠안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거론된다.
“고객 유리한 고정금리 늘려달라”
금융당국 입장은 강력 대응을 시사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에게 “금리 상승기에 고객에게 유리한 고정금리 대신 변동금리 대출을 권유할 우려가 제기된다”며 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당부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런 구태는 금융사가 고객에 대한 신의성실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면서 “투명하지 않은 가격 결정, 불공정한 영업 행태에 대해서는 예외없이 엄단할 것”이라고도 했다.
금융권 한 고위인사는 “만에 하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계속 낮아질 경우 가계부채의 질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가계와 기업을 포함한 대출금리는 3.46%로 전월(3.43%) 대비 소폭 상승했다. 부담대를 포하한 전체 가계대출 금리도 3.41%로 2bp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