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력 행사' 폭넓게 보기 시작한 법원…안희정 상고심 '적신호'

명시적 행사 없어도 위력 존재 자체로 유죄 취지 판단
위력 행사 여부 성폭력 피해자 중심 해석
안희정 1·2심 '위력 행사' 두고 엇갈려…상고심 핵심 쟁점
  • 등록 2019-07-24 오전 11:07:33

    수정 2019-07-24 오전 11:07:33

자신의 여비서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형법 제303조에 따르면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해 자신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을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때 위력(威力)은 다른 사람의 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유·무형적 힘으로 폭행·협박을 사용한 경우는 물론, 사회·경제적 지위를 이용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법조계에서 명시적으로 행사했는지 여부 보다 관계 존재 자체만으로 업무상 위력을 인정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위력의 행사 여부를 두고 1·2심 판단이 엇갈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상고심에도 ‘빨간 불’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은 최근 부하 직원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문환(55) 전 에디오피아 대사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전 대사는 재판에서 줄곧 지위나 위세를 이용하는 등 위력을 행사한 적이 없기 때문에 무죄라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실제 김 전 대사는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회유하지는 않았지만, 재판부는 관계 자체만으로 위력이 행사된 것과 다름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1심은 “피해자가 속한 곳은 재외공관장의 지도·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라며 “관련된 업무가 대사관의 주요 업무 중 하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해당 직원들에 대한 영향력은 매우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를 지휘·감독하는 관계에 있었을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업무나 고용관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1심의 판단은 법리적으로 잘못되지 않았다고 봤다.

자신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던 방송인 지망생과 성관계한 혐의로 기소된 방송외주제작업체 대표 A(53)씨 역시 대법원에서 징역 8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A씨가 폭행이나 협박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업무상 위력에 의해 강제 성관계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안 전 지사의 상고심에서도 위력의 행사 여부가 주된 쟁점으로 꼽힌다.

1심은 비서 임면권을 쥐고 있는 점 등 위력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위력의 존재감이나 지위를 행사하지도 또 남용하지는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도지사라는 지위나 권세로 충분히 비서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무형적 위력이 있었다며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이 명시적 행사 없이도 죄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단을 잇달아 내놓은 만큼, 안 전 지사 상고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하급심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피해자 중심으로 사안을 바라보는 경향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김 전 대사에 대한 판단도 피해자 입장에서 행사된 위력을 중심으로 보고 내린 결론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김 전 대사의 사건과 안 전 지사의 사건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어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위력에 의한 성폭행 자체를 법원이 달리 보기 시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의 사건은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에 배당돼 심리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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