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공무원연금 개혁 해법은?

공무원 저항·촉박한 시한·추진동력 저하·야당의 비협조 난제
"우회로 찾으려다간 미로 빠져..개혁 동력부터 재확보해야"
투명한 정보공개·정부 인적 쇄신으로 국민여론 등에 업어야
노조와 대화해 설득하되, 재정절감 부분은 단호히 대응해야
  • 등록 2015-02-09 오후 2:41:14

    수정 2015-02-09 오후 2:41:14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정부 기초안’을 최근 깜짝 공개했다. 개혁 작업 지연을 우려해 강수를 꺼내든 것이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한 5월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가로막는 난제들로는 △공무원 사회의 저항 △개혁 추진 동력 저하 △촉박한 처리 시한 △대타협기구 내 노조·야당의 비협조 등이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우회로’를 찾기보다는 대국민 홍보를 통해 개혁 추진 동력을 확보, 정면 돌파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무원연금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도 개혁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근면 개혁할지, 개혁당할지 지켜보는 중”

가장 큰 난제는 공무원사회의 조직적 저항이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지난 7일 전국대의원대회를 열고 “공무원연금 ‘개악안’이 가시화하면 투표를 거쳐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연장 선상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작업을 수행하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연말정산, 건보료 파동을 겪으면서 공무원 사이에 민감한 사안에 손을 안 대려는 복지부동 움직임이 커졌다”며 “연금을 깎는다는데 달가워할 공무원은 없다. 이근면 처장이 개혁을 할지, 개혁을 당할지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대타협기구에 참여 중인 노조와 야당의 비협조도 연금 개혁을 가로막는 난제다. 야당은 정부와 여당, 노조 안이 제시된 뒤 조율이 불발되면 야당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배준호 정부개혁연구소 소장(한신대 경제학과 교수)은 “연금 개혁 전례를 살펴보면, 특위·대타협기구는 시간 끌기용 기구에 불과하다고 보면 된다”며 “야당은 문제만 지적할 뿐 대안을 내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노조 역시 대안을 내더라도 파급 효과는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야당의 비협조와 공무원사회의 반발을 이겨낼 개혁 추진동력이 저하된 것도 큰 문제다. 대통령 지지율이 30% 미만으로 떨어지고 여당에 등 돌리는 국민이 늘어나면서 정부와 여당 중심의 개혁 작업 강행도 쉽지 않아진 것이다.

인사처 고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 개혁안이 합의되지 않으면 입법과정 등을 고려할 때 연내 처리가 어려워진다”며 “내년으로 넘어가면 4월 총선으로 변수가 많아져 개혁작업이 좌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조와 대화하되 재정부분엔 단호히

연금 전문가들은 보수·진보 성향에 관계없이 공무원연금에 대한 고강도 개혁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개혁 명분을 쥐고 가면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잘라내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난제를 풀기 위해 우회로를 찾다가는 오히려 미로에 빠지게 된다는 경고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들이 개혁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쇄신을 통해 대통령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고, ‘공직사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여론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창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복지위원장(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재해보상·장애연금 개선 등 공무원을 배려하는 개혁을 추진하되 재정절감에는 정부와 여당이 목표치를 설정한 뒤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꾸준한 대화와 설득으로 공무원사회의 저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은 “장관 시절 노조를 만나면서 ‘개혁요구가 봇물처럼 나오는데 둑을 막으면 둑 전체가 터진다, 개혁이 안 되면 공무원들이 더 많은 걸 잃는다, 개혁에 동참해 얻을 건 얻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자’고 설득했다”며 “김무성 대표에게도 ‘회피하지 말고 노조와 만나 꾸준히 대화하고 설득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내며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한 바 있다.

투명한 정보공개로 개혁동력 확보

대타협기구에 참여한 야당과 노조가 대안을 내놓지 않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민 여론을 통한 압박과 △정부안을 중재안으로 삼아 대타협을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부 기초안이 재정절감 효과는 여당안과 비슷하면서도 ‘퇴직수당 대신 연금 보전’을 요구해온 공무원 단체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상대적으로 공무원사회를 설득하는 데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정부 기초안이 2016년 이후 새로 임용되는 공무원들의 부담을 더 늘리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향후 ‘형평성’ 문제를 들고 나올 신규 공무원들의 반발을 다독일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보공개에 인색한 정부의 자세가 공무원연금 개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의 연금개혁 사례를 보면, 개혁의 지름길은 연금 현실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라며 “연금 현실에 대한 팩트를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공유하게 되면 더 이상 괴담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도 “현재 연금 적자의 근본 원인은 내는 것보다 더 많이 받는 기수급자들 때문”이라며 “기수급자들의 연금 수령 실태를 제대로 공개하면 국민여론이 들끓어 개혁을 더이상 늦출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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