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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전국민의 반일감정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파주시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친일 인물을 대놓고 홍보하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
파주시가 주도해 코레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협약을 맺고 운행하는 ‘독서바람열차’에 다양한 친일 행적으로 친일인명사전에까지 등재된 일제시대 무용수 최승희를 조선의 명인이라고 홍보하고 있어서다. 더욱이 이 열차에는 민족의 영웅으로 까지 추앙받는 마라토너 손기정을 소개하는 부분도 있어 ‘대표적 친일인물과 손기정’ 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화가 펼쳐지고 있다.
17일 경기 파주시에 따르면 약 4년여 전부터 운행을 시작한 ‘독서바람열차’는 파주 문산역과 양평 용문역을 왕복하는 경의중앙선 열차의 일부 객차에 책을 비치한 독서열차로 노후시설 재정비를 마치고 지난 16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열차를 이용해 세계를 여행한 과거의 인물과 이들의 여행기를 소개하는 내용을 담은 독서바람열차의 1번 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중 최승희는 일제시대에 세계적인 무용가로 이름을 알렸지만 수많은 공연의 수익금을 당시 일본의 군수물자 보급에 쓸 수 있도록 헌납한 사실이 드러나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따르면 당시 최승희가 일제 국방기금 명목으로 낸 헌금은 약 7만5000원으로 당시 초등학교 교사의 월 급여가 45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승희가 헌납한 일제 전쟁자금은 지금의 수십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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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는 최승희의 이런 친일행적은 모두 차치하고 무용인으로서 그녀의 행적을 치하하기에만 급급했으며 최승희가 열차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면서 조선의 자매에게 보낸 편지글을 발췌해 객차 내부에 최씨의 그림과 함께 홍보하고 있다.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 이후 일장기를 보이기 싫어 각종 행사에 교복을 입고 등장한 마라토너 손기정도 최승희와 함께 소개되고 있어 보는이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또한 파주시가 인물을 선정할 당시 참고했던 도서 ‘경성애리쓰의 만국유람기’에는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도 소개돼 있지만 그는 ‘독서바람열차’에 탑승하지 못했다.
지난 16일 독서바람열차에 탑승한 주대선(39·서울 강북구)씨는 “최승희, 대표적인 친일파 아니냐. 그런 최승희를 홍보하는것도 모자라 민족의 영웅 손기정과 같은 열차에 태우는게 말이되냐”며 “일제시대 조선을 수탈한 일본기업을 제재하는 법원의 판결을 이유로 우리나라에 대해 무역보복을 하는 일본에 대한 반일감정이 치솟는 상황에서 굳이 친일 인물을 이렇게 홍보하는 저의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파주시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 관계자는 “최승희의 친일 행적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을 인정한다”며 “독서바람열차에 소개된 최승희에 대한 내용을 오늘 중으로 삭제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