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만성 독성 '안전' VS '모르는 일'

식약처, "극단적으로 많이 섭취해도 영향 없는 수준"
전문가, "알려진 것 없다, 확신말라"
"과거 얽매이기 보다 안전 대책 마련에 집중하자"
  • 등록 2017-08-23 오후 2:07:42

    수정 2017-08-23 오후 2:07:42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살충제 검출계란의 장기적 위험과 관련해 정부와 전문가들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살충제 계란의 급성 및 만성 위해도를 평가해 “검출되긴 했지만 양이 미미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소량이라고 해도 독성물질이 몸에 들어가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에 ‘하루에 몇 개까지 먹어도 안전하다’는 식약처 발표는 성급하다”고 지적한다. 홍윤철 대한의사협회 환경건강분과위원장(서울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은 “살충제의 만성독성평가는 동물실험을 기반으로 한 자료로 사람에게 확신을 가지고 적용을 하는 것은 무리”라며 “식약처는 사람에게 안전하다고 강조할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관리를 할 것인지 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구용의 식약처 식품위해평가과장은 “현재로서는 가능한 방법이 기존 동물실험으로 밝혀진 살충제의 독성값을 가지고 추정하는 것이 유일하다”며 “사람에 대한 살충제의 만성적인 영향을 직접 관찰하려면 앞으로 20~30년이 걸려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권훈정 한국독성학회 회장(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도 “살충제를 비롯한 농약은 원칙적으로 사람에게 쓰는 약이 아니라 해충이나 식물에 쓰는 약”이라며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 정도의 양을 정하고 관리하는 것인데 살충제가 인체에 미치는 자료가 없어서 만성 위해성 평가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하는 게 무리라고 하는 주장 자체가 모순”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식약처의 만성위해도 평가결과가 나오자 이튿날 한국환경보건학회는 “계란 살충제의 만성적인 영향에 대한 주의와 대책이 필요하다”며 성명문을 발표했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농가에서 닭에게 살충제를 뿌리면 처음에는 농도가 높았다가 나중에는 낮아진다”며 “이번에 검출된 양이 어느 수준인지 알지 못한 채 이를 최대치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학회가 주장하는 식약처의 만성위해성 평가의 오류는 또 있다. 최 교수는 “식약처가 매일 먹어도 안전한 양으로 제시한 피프로닐 검출 계란 2.6개는 전체 국민에 대한 평균치일 뿐 몸무게가 적고 민감도가 높은 어린 아이의 특성을 보정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어린아이는 2.6개가 안전한 수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회장은 “만성독성 동물실험은 몸무게에 비례해 노출량을 늘려 진행한다”며 “만성독성 자체가 평생 노출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평생 체중을 감안해야지 몸무게가 10㎏도 안 되는 1~2세 체중에 맞춰 만성독성 위해성을 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독성학회는 살충제 만성독성 위해성에 대해 식약처에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가 진행한 살충제 만성 위해평가 방법을 소개하면, 살충제가 ‘가장 많인 검출된’ 계란(피프로닐의 경우 0.0763ppm), 국민영양 조사에서 나온 국민 평균 계란 성취량 중 상위 2.5%에 대항하는 ‘극단섭취량’(1~2세 2.06개, 3~6세 2.17개, 20~64세 3.03개), 평생 매일 먹어도 건강에 위험이 없는 ‘일일섭취허용량’을 가지고 계산한다.

위해도는 ‘최대검출량*계란 평균 섭취량/체중*일일섭취허용량’으로 계산하는데 일일섭취허용량에 대한 노출량의 정도를 의미한다. 식약처가 제시한 각 살충제별 만성 위해도는 피프로닐 17.5%, 비펜트린 1.25%, 피리다벤 0.08%, 에톡사졸 0.01%, 플로페녹수론 0.03%이다. 이번에 계란에서 검출된 피프로닐 양은 매일 피프로닐을 섭취해도 안전한 양의 17.5%에 불과하다. 일일 섭취 가능 계란으로 계산하면 피프로닐의 경우 하루 2.6개, 비펜트린은 36.8개의 계란을 먹어도 인체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살충제의 만성적인 평가는 쥐에게 살충제를 3개월 정도 먹인 후 나타나는 부작용을 가지고 측정한다. 쥐의 3개월은 사람의 10년에 해당한다. 살충제를 사람에게 직접 쓸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 쥐를 이용해 실험을 하고 사람의 몸무게와 대사작용 등을 측정해 값을 보정한다.

살충제 계란 파동을 제대로 된 먹을거리 안전 대책 수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권 교수는 “과거에 벌어졌던 일이 문제가 있긴 하지만 조사를 했더니 염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나온 것”이라며 “살충제가 나온 계란과 이를 가지고 만든 음식은 수거·폐기하고 있고 문제의 살충제는 쓰지 않도록 했으니 이제부터는 농민 교육이나 살충제 없이 닭을 키우는 대책 등을 마련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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