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 첫 女수상자 "젊은 과학자에도 동등한 연구비 지원을"

2018년 수상 도나 스트리클런드 교수 방한 인터뷰
"시니어 연구자와 동일 대우하는 풍토가 밑거름"
여학생 대상 과학교육 참여확대 등 관점변화도 주문
  • 등록 2019-07-12 오후 2:04:15

    수정 2019-07-12 오후 2:04:15

도나 스트리클런드 워털루대학교 물리천문학과 교수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젊은 연구자에게도 선배(시니어) 연구자와 동일한 연구비를 지원 받은 점이 큰 힘이 됐다. 그리고 더 많은 딸들이 물리학 수업을 듣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55년 만의 첫 여성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도나 스트리클런드 교수(캐나다 워털루대)는 지금으로부터 34년 전에 내놓은 연구 성과와 수상 이후 바뀐 삶에 대해 답하며 위와 같이 말했다.

12일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KAST)과 서울대, 한국광학회가 개최한 ‘제75회 한림석학강연’ 연사로 참여해 방한한 자리에서 국내 언론들과 인터뷰를 갖고 광학 분야 연구에 대한 이야기와 소회를 나눴다.

“노벨상, 운 좋았다..한국, 이공계 투자로 성공한 나라”

그는 지난 1985년 대학원생 시절 내놓은 연구 성과인 CPA(Chirped Pulse Amplification; 처프 펄스 증폭) 기술로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이 기술은 레이저의 강도를 기존보다 1000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고 빛과 물질 사이에 새로운 형태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라식 등 안과수술이나 휴대전화 부품 정밀가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번 강연을 주관한 한국광학회의 이병호 회장(서울대 교수)은 “스트리클런드 교수가 개발한 CPA 기술은 고출력 레이저 펄스를 만드는 표준기법이 됐다”며 “짧은 레이저 펄스를 증폭하려면 증폭장치에 손상을 주기 때문에 길고 작은 세기의 펄스로 바꾼 후 이를 증폭시켜 시간을 압축하는 방식으로 짧고 강한 레이저 펄스를 만드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리클런드 교수를 201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만든 연구성과 CPA 기술 설명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30년도 더 지난 시점에 이 기술이 다시 주목받아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진 점에 대해 그는 웃으며 “운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어디까지나 100% 이론적으로만 접근했던 연구였고, 초기에는 대규모 시설을 갖춘 연구실에서만 활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후 피터 몰튼이라는 다른 물리학자가 응용 기술을 개발하면서 보다 작은 장비에 적용해 어디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며 노벨상으로 이어졌다.

이런 연구성과를 올린 점에 대해 그는 ‘캐나다에서는 연구자의 유명세에 따른 차별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유명 연구자에 연구비 지원이 집중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캐나다에서는 정부의 연구비 지원 대상 선정 과정에서 젊은 과학자와 시니어 과학자를 각각 따로 경쟁시켜 뽑고, 연구비 액수도 동일하게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연구자가 노벨상을 목표로 커리어를 이어 나가는 것은 연구를 불행하게 만든다”며 “수 많은 저명한 연구자가 있는 상황에서, 운도 따라야 하는 노벨상에 초점을 맞춘 연구 지원 정책은 꼭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삼성 스마트폰, LG 가전을 사용하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이 50여년간 이공계에 대한 투자로 크게 변화한 나라라고 대표 사례로 여러 강연장에서 소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학생 교육 바뀌어야..더 많은 딸에게 물리학 수업을”

201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도나 스트리클런드 교수(캐나다 워털루대)가 1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국내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이재운기자
여성으로 처음, 노벨상 전체로도 세 번째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점에 대해서는 “나는 물리학이, 레이저가 좋아서 연구를 했을 뿐, 성별에 따른 요소가 작용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북미 지역 의대 전공자를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여성 종사자들이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며 성차별에 따른 문제가 과학계에서 해소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수상 당시 자신에 대한 위키피디아(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편집에 참여하는 온라인 백과사전)에 자신에 관한 소개 페이지가 별도로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 “CPA 기술에 대한 페이지가 있고 거기에 내가 발명자로 돼있다”면서도 “성별에 따라 자기 자신의 이력과 성과에 대해 접근하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들은 대개 자신이 국제 콘퍼런스나 위원회 등에 참여할 경우 이를 주변에 알리고 기록을 남기는 반면, 여성들은 그런 부분에 관심을 덜 갖도록 사회적으로 교육받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학교 스포츠 팀에서 남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는데 익숙한 반면, 여학생들에게는 그런 교육을 강조하지 않는 차이점을 짚었다.

그는 “과학, 특히 물리학 분야에서 여성 연구자가 부족한 것도 그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여성이 부족한 원인이었을 것”이라며 “부모들이 더 많은 딸에게 물리학 수업을 듣도록 권한다면 그만큼 여성 물리학자, 여성 과학자도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제자들의 연구에 대해서는 그저 응원하며 스스로 원하는 주제를 연구하도록 장려하고, 의욕이 부족해보이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맞는지 잘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고 덧붙였다.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인터뷰 이후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학생과 한림원 회원 등 400여명을 대상으로 ‘고강도 초단파 광펄스 생성 기술’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질의응답을 주고 받았다. 강연에 대해 그는 “과학기술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만드는 핵심요소이므로 재능 있는 학생들이 과학기술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한국의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이번 강연에 보여준 흥미와 열정에 큰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