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55년 만의 첫 여성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도나 스트리클런드 교수(캐나다 워털루대)는 지금으로부터 34년 전에 내놓은 연구 성과와 수상 이후 바뀐 삶에 대해 답하며 위와 같이 말했다.
12일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KAST)과 서울대, 한국광학회가 개최한 ‘제75회 한림석학강연’ 연사로 참여해 방한한 자리에서 국내 언론들과 인터뷰를 갖고 광학 분야 연구에 대한 이야기와 소회를 나눴다.
“노벨상, 운 좋았다..한국, 이공계 투자로 성공한 나라”
그는 지난 1985년 대학원생 시절 내놓은 연구 성과인 CPA(Chirped Pulse Amplification; 처프 펄스 증폭) 기술로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이 기술은 레이저의 강도를 기존보다 1000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고 빛과 물질 사이에 새로운 형태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라식 등 안과수술이나 휴대전화 부품 정밀가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
이런 연구성과를 올린 점에 대해 그는 ‘캐나다에서는 연구자의 유명세에 따른 차별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유명 연구자에 연구비 지원이 집중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캐나다에서는 정부의 연구비 지원 대상 선정 과정에서 젊은 과학자와 시니어 과학자를 각각 따로 경쟁시켜 뽑고, 연구비 액수도 동일하게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연구자가 노벨상을 목표로 커리어를 이어 나가는 것은 연구를 불행하게 만든다”며 “수 많은 저명한 연구자가 있는 상황에서, 운도 따라야 하는 노벨상에 초점을 맞춘 연구 지원 정책은 꼭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삼성 스마트폰, LG 가전을 사용하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이 50여년간 이공계에 대한 투자로 크게 변화한 나라라고 대표 사례로 여러 강연장에서 소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학생 교육 바뀌어야..더 많은 딸에게 물리학 수업을”
|
또 수상 당시 자신에 대한 위키피디아(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편집에 참여하는 온라인 백과사전)에 자신에 관한 소개 페이지가 별도로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 “CPA 기술에 대한 페이지가 있고 거기에 내가 발명자로 돼있다”면서도 “성별에 따라 자기 자신의 이력과 성과에 대해 접근하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들은 대개 자신이 국제 콘퍼런스나 위원회 등에 참여할 경우 이를 주변에 알리고 기록을 남기는 반면, 여성들은 그런 부분에 관심을 덜 갖도록 사회적으로 교육받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학교 스포츠 팀에서 남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는데 익숙한 반면, 여학생들에게는 그런 교육을 강조하지 않는 차이점을 짚었다.
그는 “과학, 특히 물리학 분야에서 여성 연구자가 부족한 것도 그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여성이 부족한 원인이었을 것”이라며 “부모들이 더 많은 딸에게 물리학 수업을 듣도록 권한다면 그만큼 여성 물리학자, 여성 과학자도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인터뷰 이후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학생과 한림원 회원 등 400여명을 대상으로 ‘고강도 초단파 광펄스 생성 기술’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질의응답을 주고 받았다. 강연에 대해 그는 “과학기술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만드는 핵심요소이므로 재능 있는 학생들이 과학기술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한국의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이번 강연에 보여준 흥미와 열정에 큰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