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현직 서기관이 쓴 책이 화제다. 경제부처 실무자가 데뷔작으로 쓴 경제 이론서치고는 ‘깜짝 판매고’를 올리고 있어서다. 화제의 책은 강성호 금융위원회 국제협력팀장이 쓴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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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판매고는 장관급 등 고위직 경제관료가 퇴임 후에 쓴 책이 아니라 중간 간부의 실무자가 쓴 책치고는 상당한 성적이라는 후문이다. 특히 경제 관련 이론서치고는 ‘깜짝 판매고’로 평가된다. 이 책은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네트워크 경제의 의미와 작동 원리 등을 풀어냈다. 국내 경제서적은 노벨상 수상자 수준의 해외 경제석학이 쓴 책의 번역서나 주식·부동산 등 재테크 서적 외에는 판매고가 미미한 수준이다. 무명의 신인 작가가 데뷔작으로 5000부를 넘기면 ‘대박’이 난 것으로 본다.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의 최대 미덕은 ‘쉽게 읽힌다’는 점이다. 하지만 내용이 전문성이 없다거나 깊이가 없다고 보면 안 된다. 풍부한 사례와 정확한 개념 사용으로 플랫폼 경제의 작동원리와 플랫폼과 금융산업 미래, 플랫폼 기업의 독점 문제, 자본주의 미래까지 관련된 폭넓은 사안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풀어냈다.
강 팀장은 “책에는 급진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은데 그런 생각에 도달하기까지 플랫폼 경제의 기본 원리를 많은 사례를 통해 쉽게 설명한 게 사람들에게 다가갔던 거 같다”고 말했다. 실제 책에는 경제관료가 공식 입장으로 밝히기 어려운 플랫폼 규제와 관련한 급진적인 생각도 담겨 있다. 가령 금융업까지 ‘문어발 확장’을 하고 있는 카카오(035720), 네이버(035420)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해 ‘은산분리’(은행자본과 금융자본 분리)와 같은 ‘플산분리(플랫폼 기업과 인접산업간의 분리)를 말하고 플랫폼 기업을 도로, 철도, 공항 등 오프라인의 공공재처럼 사회적 인프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 팀장은 “독자들 메일을 많이 받고 있는데, 최근 수능 이후에는 경제학과에 지원하는 고등학생들로부터 메일도 많이 오고 있다”며 “서울대 경제학과에 합격했다는 한 고등학생에게도 감사의 메일을 받아 직접 연락도 했다”고 소개했다. 다음 책을 쓸 계획을 묻자 강 팀장은 “한동안 다음책은 없다”며 “영감이 떠오르기전까지 한동안 일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팀장은 202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산업통상자원부 파견 시절 틈틈이 짬을 내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