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15세 발리예바의 도핑…더 큰 책임은 다른 곳에[궁즉답]

베이징올림픽…발리예바가 쓴 도핑 약물은 무엇인가?
도핑 금지 규정에도 계속 도핑이 나오는 이유
러시아는 왜 선수들에게 계속 금지약물을 복용하나?
만15세 선수의 도핑…책임은 어른들에게
  • 등록 2022-02-21 오후 3:00:00

    수정 2022-02-21 오후 3:00:00

이데일리는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담당기자들이 상세하게 답변드리는 ‘궁금하세요? 즉시 답해드립니다(궁즉답)’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Q : 도핑 의혹을 받고 있는 ‘러시아 피겨요정’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쓴 금지약물에 관심이 쏠립니다. 유독 러시아에서 금지약물 이슈가 터지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만15세에 불과한 발리예바에게 물을 수 있는 책임은 어디까지일까요?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A :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종목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소속 카밀라 발리예바가 복용한 것으로 알려진 ‘트리메타지딘’은 협심증 치료제로 금지약물 리스트에 오르내리는 약물입니다. 중국의 수영 스타 쑨양이 지난 2014년 덜미를 잡힌 것도 트리메타지딘이었습니다.

트리메타지딘은 협심증 1차 치료가 미진했을 때 추가로 처방되는 성분입니다. 1차 치료제로 적절히 조절되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안정형 협심증 환자의 증상적 치료를 위해 병용하는 약물이죠. 트리메타지딘의 기전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허혈성 심장에 대한 보호 작용을 합니다.

허혈은 신체 조직으로 피가 덜 가는 상태를 말하는데 심근에 허혈이 발생하면 흉부에 통증을 느끼게 되죠. 이를 협심증이라 부릅니다. 다른 협심증 치료제는 관상동맥 혈관에 영향을 주는데 비해 트리메타지딘은 허혈 상태 심장 세포에 직접 작용해 심장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심장 기능을 좋게 하는 약물이어서 지구력 등 운동능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약물을 장기복용해 심장 기능이 향상되면 다른 몸 조직에 부담으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심장에도 과도하게 부하가 걸리게 됩니다. 최악의 경우 돌연사까지 이어질 수 있어 지난 2014년 1월 금지약물로 지정됐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2019년 9월 국가가 주도적으로 도핑을 했다는 스캔들에 휘말려 2020년 12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부터 2년간 올림픽·월드컵 등 주요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하는 제재를 받았습니다. 현재도 ‘러시아’라는 이름을 못 쓰고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라는 이름으로 도쿄 올림픽과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끊임 없이 약물을 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마약의 금단 증상과 유사하다”고 말합니다. 한국야구위원회 반도핑위원회 위원장과 한국도핑방지위원회의 위원으로 있는 도핑 전문가 이종하 경희대 재활의학과 교수는 “우연히 효과를 보게 됐는데 올림픽 같은 이벤트 경기가 있다면 약물에 적응돼 끊지 못하는 선수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더욱이 금지약물의 복용을 숨기는 반도핑 기술도 점점 발전하고 있어 주요 스포츠 이벤트 때마다 도핑-반도핑 간의 전쟁이 일어납니다. 도핑 방법이 마련되지 않은 약물을 쓰거나 금지약물을 빠르게 배출하는 또다른 약물을 활용하는 방법, 대회 기간을 피해 약물을 주입하는 방법 등으로 도핑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도핑방지위원회도 이를 막기 위한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는 전세계적으로도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불시에 선수들을 찾아 도핑을 하는 방법으로 금지약물 복용을 막습니다. 경기력이 일정 수준 이상인 선수들은 소재지를 필수적으로 보고해야 합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ㆍ15)가 연기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발리예바는 한국 나이로 만 15세의 어린 선수입니다. 때문에 이번 사안은 지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의 조직적 도핑과 다르게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발리예바의 금지약물 복용은 러시아도핑방지위원회가 적발한 것으로, 러시아 당국과는 거리가 있다고 보입니다.

문제는 전술했듯 발리예바가 고작 15세의 어린 선수란 점입니다. 형법의 ‘촉법소년’과 유사한 개념으로 도핑방지위원회는 이를 ‘보호대상자’(Protected Person)로 규정했습니다. 도핑방지규정 위반 시점에 만 16세 미만이었던 발리예바는 보호해야할 대상입니다. CAS가 발리예바의 출전을 허용한 근거도 여기에 있습니다.

보호대상자와 성년이 지난 선수는 자격정지 등의 처분에 있어 차이가 있습니다. 도핑방지규정 제69조에는 보호대상자에 대해 ‘최소 자격정지기간이 없는 견책부터 최대 2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발리예바가 성인이었다면 경기 출전이 어려웠겠지만 보호대상자여서 출전까지는 보장을 한 것입니다. 비록 발리예바가 메달을 땄다고 한들 청문회를 거쳐 도핑이 확정되면 이는 박탈이 됩니다.

발리예바 또한 제대로 판단을 할 수 없는 시점에서 어른들의 욕심에 휘둘린 피해자일 수 있습니다. 물론, 메달을 따면 발리예바 역시 이익을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만 15세의 소녀가 주변의 코치나 팀 관계자 등이 모르게 자의적으로 약물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종하 교수는 “이 약물이 어떻게 어린 선수에게까지 들어가게 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라며 “발리예바가 메달을 땄을 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을 철저히 조사해서 약물을 권한 경우, 발리예바를 향한 비난의 대부분이 돌아가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세계반도핑위원회(WADA) 및 CAS 등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었습니다. 발리예바의 도핑 과정이 누설된 것은 보호대상자 규정을 명백하게 어긴 것입니다. 이 교수는 “일련의 과정이 비밀로 지켜졌어야 했는데 중간에 이야기가 새어 나간 것”이라며 “보호한다고 해놓고 어린 선수를 보호하지 못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편 선수들이 주로 쓰는 금지약물로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있습니다. 남성호르몬과 비슷한 효과를 보여 근육을 늘리는 데 쓰입니다. 힘을 쉽게 기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운동선수들이 이 약물의 유혹을 받습니다. 비슷한 효과의 성장호르몬은 도핑으로 적발이 어려워 대체 약물로 쓰입니다. 적혈구를 늘려주는 에리스로포이에틴(EPO)는 마라톤 선수들이 많은 동아프리카에서 많이 적발되고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마황, 반하 등 한약재에서 검출되는 금지약물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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