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공주야"…태국서 한인 상대로 5억원 가로챈 50대 덜미

  • 등록 2020-06-30 오후 1:57:53

    수정 2020-06-30 오후 2:00:15

A씨가 피해자들에게 보여준 사진 (사진=주태국 한국대사관)
[이데일리 이재길 기자] 아내가 태국 왕실의 공주라고 속여 한국인 투자자들에게 거액을 가로챈 혐의로 50대 한국인이 태국에서 검거됐다.

30일 주태국 한국대사관(이욱헌 대사)에 따르면 태국 경찰은 전날 대사관 측과 협조해 A(55)씨를 불법체류 및 여권 미소지 혐의로 체포했다.

A씨는 태국 이민국에 주소를 거짓으로 신고한 뒤 주거지와 전화번호를 자주 바꿔가며 불법 체류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태국 남부 송클라주 핫야이시에서 600억 원대에 달하는 우물 파는 사업을 유치해준다며 지난해 말부터 한국인 B(55)씨 등 투자자 3명으로부터 5억 원가량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A씨는 자신이 태국에서 승려로 활동하고 있고 아내가 태국 왕실의 공주여서 태국 군부 고위층과 잘 안다고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과정에서 동자승들을 배경으로 합성한 듯한 사진과 왕실 공주라고 속인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 등을 보여줬다.

(사진=주태국 한국대사관)
한 피해자는 “A씨가 언변이 너무 좋은데다 아내가 공주이고 태국 군부 고위급과 친분이 있다면서 힘이 있다고 해 경찰에 신고하기가 무서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아내를 소개해주거나 자신의 집에 머무르게 하기도 했다.

A씨는 현지 교민보다 태국 물정에 상대적으로 어두운 점을 이용하기 위해 한국 내 투자자들을 범행 대상으로 물색한 것으로 보인다고 대사관 관계자는 전했다.

이미 태국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년 전부터 ‘한국인 000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글이 올라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A씨와 해당 글의 범인은 동일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한국으로 돌아가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대사관 측은 국내에도 사기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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