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공부 어디서?"…미접종 취준생들, 방역패스에 '울며 겨자먹기 접종'

방역패스,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확대
"어차피 취직하면 백신 접종해야" 설득
A학원, 1차 접종만 해도 출석 가능하게
부작용 미접종자들, 회원권 환불…분노
  • 등록 2021-12-06 오후 4:10:24

    수정 2021-12-07 오후 6:04:49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고시 공부하는데 학원을 안 다닐 순 없어서… 그냥 맞아야 하나 고민이에요.”

정부가 미접종자의 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방역패스’를 학업공간까지 확대하면서 백신을 맞지 않은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이 당장 갈 곳을 잃었다. 청소년 방역패스는 내년부터 시행해 당장은 피해가 없지만 성인 수험생들은 기존에 공부하던 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취준생을 비롯해 공무원 준비생(공시생)과 고시생 등 혼란이 불가피해지면서 사실상 백신을 강제 접종하고 있는 모양새다.

6일 오후 12시 48분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 고시생들이 거리에 북적이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장기 회원권 끊었는데”…공시생들 혼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데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까지 나타나자 정부는 특별방역대책을 6일부터 4주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시행한지 한 달 만이다. 유흥시설과 실내체육시설에만 적용됐던 방역패스는 학원, 독서실, 도서관, 스터디카페 등 16개 업종으로 확대됐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 12~18세 청소년 방역패스는 내년 2월부터 시행하기로 했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방역패스는 바로 적용된다. 성인 미접종자는 혼자 카페 등에서 하거나 집에서 해야 한다. 다니던 스터디카페 등을 계속다니려면 백신을 맞아야 한다.

노량진에 위치한 A학원은 지난 주말 백신 미접종자 학생 3명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방역패스는 2차 접종 후 2주가 지나야 적용되지만 1차 접종만 하더라도 학원에 나와 공부할 수 있도록 일종의 ‘편법’을 쓴 것이다. 백신을 접종하고 학원에 나온 학생 이모씨는 “어쩔 수 없죠. 공부하려면 맞을 수밖에 없잖아요”라며 하소연했다.

회계사 준비생 이모(25)씨는 백신 부작용이 두려워 접종하지 않았지만 방역패스 확대 소식을 듣고 “무서운데 꼭 맞아야 하나 고민이다”라고 토로했다. 관세사를 준비하는 박모(26)씨는 “친구가 백신 부작용이 심해서 부스터샷(3차 접종)을 안 맞을 예정이었는데 학원에 못 오게 할까 봐 벌써부터 걱정이다”고 말했다.

독서실 연장 날짜가 다가왔다는 9급 공무원 준비생 전모(26)씨는 “백신 접종에 대해 크게 거부감은 없어서 이번 개편안까지는 이해하겠지만 4차 접종, 5차 접종까지 강요한다면 맞고 싶지 않다”며 “앞으로 계속 방역패스를 적용할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백신 부작용으로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수험생들은 분노하기도 했다. 20대 취준생 B씨는 “취업 준비하려고 스터디카페에 장기 회원권을 결제했는데 백신패스를 적용한다고 하니까 화가 났다”며 “1차를 맞고 부작용이 있어서 2차는 안 맞은 건데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6일 서울 정독도서관 앞에 ‘도서관 출입시 방역패스 의무화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날부터 유흥시설과 실내체육시설에만 적용됐던 방역패스가 학원, 독서실, 도서관, 스터디카페 등 16업종으로 확대됐다.(사진=연합뉴스)
지자체별 지침 아직…“1인 예외 적용 등 대책 필요”

무엇보다 스터디카페나 독서실은 무인 운영이 많고 24시간 내내 문을 여는 곳이 많아 현실적으로 방역패스를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일주일간 계도기간을 두고 13일부터 정식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지방자치단체도 별도 지침을 받지 않아 두 손 놓고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최부금 전국스터디카페·독서실연합회 대표는 “지자체도 마땅히 공문이 없어서 알아보고 있다고 하더라”라며 “카페도 1명까진 예외로 인정해주는데 학업공간도 1인 이용을 가능하게 해주거나, 무인 업장도 (추가 고용 없이) 방역패스를 확인할 수 있도록 QR코드를 제외한 방안을 마련해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벌써 지난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간 환불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해 3일만에 8건을 환불한 업주도 있다”며 “취업해도 어차피 회사에서 맞으라고 한다고 백신 접종을 권유하는 업주도 있는데, 백신 접종이 내년으로 밀리는 경우도 있어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유원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 또한 “환불 요청이 들어오면 업주들은 환불을 해줄 수 밖에 없다”며 “성인 접종률은 그래도 청소년에 비하면 높은 편인데, 앞으로 접종률도 낮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방역패스를 시행하면 더 많은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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