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이어 최찬욱도 '반성' 대신 "감사하다" 한 이유는

포토라인에 선 최찬욱 "구해줘서 감사해"
"악마 삶 멈춰줘서 감사" '박사방' 조주빈과 겹쳐
'고개 푹'·"죄송하다"…일반적인 범죄자와 달라
전문가 "자기 과시·책임 회피 심리" 분석
  • 등록 2021-06-25 오후 5:19:22

    수정 2021-06-25 오후 5:19:22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주빈)

“더 심해지기 전에 어른들께서 지금 구해주셔서 성실하게 수사에 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점은 감사드립니다”(최찬욱)

지난 24일 대전 둔산경찰서에서 미성년자 남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붙잡혀 모습을 드러낸 최찬욱(26)은 지난해 3월 25일 종로경찰서 포토라인 앞에 선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모습과 겹쳤다. “감사하다”는 표현도 비슷했고, 기자회견을 하는 식의 당당함마저 같았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태도에 대해 남 탓으로 돌려 범행을 회피하려고 하는 심리와 함께 자기 과시적 성격이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성년자를 성추행하고 성 착취물을 제작해 유포한 혐의를 받는 최찬욱(26)이 지난 24일 오전 대전시 서구 둔산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포토라인 앞에선 최찬욱·조주빈…‘당당’·‘감사’


최찬욱은 미성년자 유사강간·강제추행, 아동성착취물소지·배포 등 혐의로 24일 검찰에 송치됐다. 신상공개 대상이 된 최찬욱은 취재진 앞에서 “호기심으로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며 “더 심해지기 전 어른들이 구해주셨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스스로 안경과 마스크를 벗은 최찬욱은 당당한 태도와 말투로 “대전에 계신 가족, 친척, 공인중개사 동기 형님들께 실망하게 해 죄송하다”며 “저 같은 사람도 존중해 주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최찬욱은 2016년부터 지난 4월까지 30개의 SNS 계정을 이용해 자신을 여성이라 속인 뒤 65명의 미성년자에 접근해 사진과 영상을 교환하자고 속여 성착취 영상을 전송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3명을 유인해 유사강간 및 강제추행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고개 푹’·‘반성’ 없이 일반적 피의자 모습과 달라

신상공개 된 피의자의 일반적인 모습은 고개를 숙인 채 “죄송합니다”라며 반성하는 모습이 통상적이다. 인천 노래주점에서 술값 시비 끝에 손님을 살해하고 유기한 허민우(34)도 지난달 21일 취재진 앞에서 ‘유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느냐’, ‘하고 싶은 말 없나’ 등 질문에 6차례나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고개를 숙이며 눈을 질끈 감았다.

2013년 11월부터 지난 6월까지 남성 1300여명과 영상통화를 하며 피해자들의 음란 행위 등을 녹화·유포한 혐의를 받아 송치된 김영준(29)도 지난 11일 종로경찰서에 모인 취재진 앞에서 시종일관 바닥을 응시한 채 “죄송합니다. 앞으로 반성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조주빈이 지난 3월 2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통상적인 피의자의 모습과 다른 최찬욱의 이례적인 모습을 두고, 조주빈의 태도와 비슷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조주빈은 지난해 3월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포토라인 앞에 서서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 역시 경찰서 앞에서 자신을 향해 고함을 지르고 항의하는 사람들의 눈을 피하지 않은 당당한 모습이었다.

조주빈은 지난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아동·청소년과 성인 수십 명을 협박 등 방법으로 성착취 영상물 등을 제작하고 판매·배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1일 2심에서 징역 4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전문가 “자기 과시·책임 회피 심리”…“반성 없어”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범죄자와는 다른 조주빈과 최찬욱의 태도에 대한 행간에서 ‘자기 과시’와 ‘책임 회피’를 읽었다. 범행으로 인해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지만, 당당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러한 태도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행동은 병적인 것으로써 자신도 어쩔 수 없고, 주체할 수 없다는 일종의 자기 합리화를 하고, 책임을 회피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 교수는 이어 “기자회견처럼 자신이 할 말을 미리 준비해서 가는 것은 일종의 과도한 자존감에서 비롯된다”며 “자기 과시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자기 의지로는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진정한 반성과 함께 뉘우치기보다는 책임 자체를 다른 곳으로 돌려 모면해보고자 하는 심리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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