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인격권 침해당했다는 육군 부사관들의 '모순'

반말 문제 아닌 명령어냐 아니냐 문제인데
일부 육군 주임원사, 참모총장 인권위 진정
부대관리훈령, 상급자와 하급자간 호칭 규정
軍은 계급 사회…'짬' 대우 받으려다 '하극상'
  • 등록 2021-01-18 오전 11:05:57

    수정 2021-01-18 오전 11:09:27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나이 어린 장교가 나이 많은 부사관에게 반말로 지시를 했을때, 명령을 지시했을 때 왜 반말로 하냐고 접근하는 것은 군대문화에 있어서는 안됩니다. 장교가 부사관에게 존칭을 쓰는 문화, 그것은 감사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나이로 생활하는 군대는 아무데도 없습니다. 장교를 존중할 때 여러분이 대우받고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사건으로 비화된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한 말이다. 지난 해 연말 사단과 여단 주임원사들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한 이같은 언급에 일부 주임원사들은 “장교는 부사관에게 반말을 해도 된다고 말해 인격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하급자에 계급과 직책명 호칭”

하지만 남 총장의 발언을 잘 들여다 보면, 이는 반말과 존댓말의 문제가 아닌 명령어냐 아니냐의 문제다. 그러나 일부 주임원사들은 계급상으로 장교가 더 높아도 서로 존대하는 게 일반적인데, 존칭을 쓰는것에 감사하라는 총장 표현에 뿔이난 모양새다.

지난 해 10월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육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사실 어디에도 장교와 부사관이 상호 존칭을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상급자와 하급자간 호칭만을 규정해 놨을 뿐이다.

부대관리훈령 제29조는 ‘상급자에 대해 성(姓)과 계급 또는 직명 다음에 “님”의 존칭을 붙이되, 성 또는 직명을 알지 못할 경우에는 계급 다음에 “님”을 붙여 호칭한다’고 돼 있다. 그러면서 ‘하급자나 동급자간에는 성과 계급 또는 직책명으로 호칭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 계급 체계상 분명 장교가 상급자고 부사관이 하급자다. 규정대로 나이 어린 장교라도 김씨 성을 가진 상사를 김상사라고 호칭하는 것은 반말을 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이나라는 얘기다.

특히 31조에선 ‘상급자에게는 높임말을 사용해야 하며, 존경하는 마음가짐과 겸손한 태도로써 대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하급자에게는 점잖은 말을 사용해야 하며, 온화하고 위엄이 있으며 상호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로서 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급과 상명하복으로 이뤄지는 軍

부사관들은 그동안 군 생활을 많이 했다는 이른바 ‘짬’ 대우를 해달라는 요구를 해 왔다. 직책 뒤에 ‘요’를 붙이는 ‘주임원사요’, ‘인사계요’, ‘보급계요’ 등의 호칭을 사용한 배경이다. 하지만 ‘다·나·까’ 용어를 기본으로 하는 군 언어상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장교들은 나이차가 많이 나는 부사관에게 예의상 ‘님’자를 붙여 호칭하고 있다. 하지만 나이 많은 부사관들이 초급 장교들에게 ‘님’자를 생략하고 ‘~중위’라고 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반말로 이어지고 급기야 불손 행동까지 서슴치 않는다. 부사관들에 의한 ‘소대장 길들이기’다.

군은 엄연히 사회의 민간인과 신분이 구분된다. 일반 사회적 기준에 따라 존중받고 대우받고 싶어한다면, 유사시를 대비한 군의 계급과 상명하복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 게다가 부사관들이 나이 많은 병사들을 하대해야 하는 이유 또한 설명할 수 없다. 부사관 상사는 중사에게 명령어를 사용해도 되고, 소위는 중사에게 명령어를 사용하는 것은 반말이고 잘못된 것일까.

부사관 권리 신장 노력에 ‘찬물’

참모총장에 대한 일부 부사관들의 반발은 그간 노력해 온 부사관 권리 신장 흐름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실제로 군은 부사관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행정보급관’이라는 명칭을 ‘전투근무지원관’ 이라는 용어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 상호 존중 문화를 통해 신분을 막론하고 하급자에게 예우를 갖추는 군대를 지향하고 있다. 필수 보직 장군 외에 관용차 지급을 폐지하면서 현재는 없어졌지만, 단 급 이상 부대 주임원사들에게도 관용차를 지급했었다.

이번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의 주임원사 간담회도 그 연장선이었다. 총장이 주임원사들을 상대로 직접 회의를 주관한다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그간 총장들은 지휘관 회의나 육군본부 주임원사를 통해 지시사항을 전달해 왔다. 이번 간담회는 주임원사들이 속한 해당 제대 지휘관들과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이번 국가인권위 진정은 ‘하극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선 부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사관에 의한 장교 ‘하극상’ 문제에 대해 계급과 직책의 엄정함을 유지한 가운데 상호 간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는게 육군 측 설명이다. 그러나 주임원사들의 문제제기로 일선 부대 장교들을 넘어 총장까지 들이받은 모양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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