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어제(19일)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 제1소위 마지막 회의에서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지만, 콘텐츠제공업체(CP)와 통신사(ISP) 모두 반발한다. CP는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제정 자체를 반대하고, ISP들은 실효성 없는 안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7월 초안보다 CP 의견 수렴..‘품질 의무’ 빠져
회의에서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센터장이 공개한 가이드라인은 ▲불공정 행위 금지 ▲이를 위한 ISP와 CP의 의무가 담겼는데, 지난 7월 발표된 안에서 언급됐던 CP의 품질 유지 의무는 빠졌다.
구체적으로는 ①ISP와 CP모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특정 계약내용을 수용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되고 ②불합리한 사유를 이유로 계약을 지연하거나 거부해서는 안 되며③계약 체결을 거부하거나 이면계약을 요구하는 등 상대방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조건을 설정해서도 안 된다.
불공정행위 부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①인터넷 망 구성 및 비용분담 구조 ②유사한 제3의 이용계약이 있는 경우 해당 대가 산정에서 고려한 요소와 산정 방식을 참고하게 했다.
가이드라인 제정은 통신사에 유리 vs CP 눈치 봐서 실효성 사라져
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7월 안은 극렬히 반대했지만 이번 안은 반대한다”면서 “가이드라인 제정 목적은 (망대가 협상에서) 통신사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일뿐 방통위 목적에 부합하는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회의에는 네이버·카카오·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 등 국내외 CP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계약 요청을 서면으로 하라는 것은 나중에 통신사가 협상 불성실 근거자료로 활용할 것이고, 해외 CP뿐 아니라 국내 CP들이 계약을 갱신할 때 부정적이며 △글로벌 CP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협상에 응하지 않는 부분도 공정거래법상 규율이 가능하니 별도의 가이드라인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통신사 관계자는 “이용자에게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트래픽 경로 변경 시 관련 정보만 제공하는 것으로는 이용자 보호가 안된다”면서 “협상하라는 말 정도는 들어가야 실효성이 있는데 이마저 빠졌다”고 반박했다.
회의에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관계자가 참석했는데, 이들은 △이 가이드라인은 아주 기초적인 것으로 글로벌 CP의 우월적 지위 남용에 대해 최소한의 신사협정 수준에 불과하며 △국내 이용자 보호와 국내 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해 ISP와 CP가 함께 노력하자는 것인데 이 마저도 반대하는 네이버·카카오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가이드라인 제정 의미는 이용자 보호
한 참석 교수는 “가이드라인은 망 계약에서 ISP가 갑이고 CP가 을이 아니라 둘 다 이용자 보호에 힘써야 한다는 취지”라면서 “CP도 초기 품질 의무 명시 때보다는 많이 누그러 졌다. 대놓고 찬성하지 못하는 것은 협상 전략때문”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가이드라인은 법적인 의무가 없다. 그저 방통위가 행정지도로 활용할 뿐이다. 이에 따라 가이드라인이 공식 발표돼도 넷플릭스나 구글이 가이드라인을 따를지는 미지수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글로벌 CP 규제법(역차별해소법)의 통과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다른 참석 교수는 “지난해 상생협의회 1기를 마치면서 글로벌 CP와의 역차별 문제 개선을 위해 이 문제를 고시나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자고 합의했는데 네이버·카카오까지 가이드라인 자체를 반대하면서 이상하게 됐다”면서 “정부가 힘에 부치게 됐다. 유럽이나 중국은 국가 이익차원에서 엄청나게 들이 대는데 이 정도도 합의안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최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사업자간 사적계약으로 이뤄지는 부분이어서 행정력이 직접 개입해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크지 않지만,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을 조속하게 마련해 사업자 자율적으로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